'성시화운동'과 '백투예루살렘'이란 망상

한국 교회를 맴도는 그릇된 환상들

2010-08-23     송강호

민족 복음화

나도 한때 민족 복음화를 꿈꾸는 젊은이였다. 성경이 가정의 준칙이 되고, 대한민국의 헌법이 되기를 희망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처럼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나라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나의 젊은 날들을 불사르던 시절이 있었다. 온 나라의 모든 국민이 예수를 믿는 나라, 술집도, 창녀도, 러브호텔도 없는 나라, 그리고 절도 없고 우상도 없는 나라, 거리마다 찬송이 울려 퍼지고 사랑과 평화, 하나님의 정의가 흘러넘치는 나라.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꿈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성시화 운동은 이런 민족 복음화를 향한 발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이 환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illusion)이다. 성시화 운동은 CCC의 창시자인 김준곤 목사를 통해서 구상되어 2000년이 오기 전에 민족을 복음화하자는 구호(캐치프레이즈)로 이미 30년 전에 춘천을 기점으로 출발한 운동이었으나 지금까지 어느 한 도시도 성시화한 곳은 없다. 그렇지만 시제품도 없는 상품을 대량 생산하듯 성시화 운동은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고 이 운동을 이끄는 인사들도 우리나라 교계의 대표적인 지도자들을 망라하고 있다. 성시화는 이루어질 수도 없고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 시제품도 없는 상품을 대량 생산하듯 성시화 운동은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성시화운동본부 해외 현황.(출처 : 성시화운동본부 홈페이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구원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야 거룩한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모두 그리스도인이 될 수는 없으며 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생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또 이들이 예수의 제자가 되어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갈 수도 없다.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술과 몸을 팔아 남의 가정을 파탄케 하고 자기 몸까지 병들게 하는 것을 고치는 일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건강한 생각만 한다면 불신자도 이에 동의할 것이고 불교인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보다 이 일에 더 열심을 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흔히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을 사회악인 것처럼 매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외견상 존경받을 법한 사람들의 이기심과 불의와의 결탁이 더 큰 문제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에 놀라 도망치던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가까운 광주 중앙교회 안으로 도피하려고 문을 넘어서려는 순간 교인들이 그들을 가로막고 문을 걸어 잠가 그 문 앞에서 많은 학생들이 군인들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여기서 도망친 학생들은 황금동에 늘어선 술집들과 창녀촌으로 들이닥쳤는데 그때 몸을 파는 여인들이 쫓기는 학생들을 숨기고 보호해 주었다. 이런 착한 여인들이 꿈에도 그리는 자기 고향, 자신의 가족들의 품으로 그들을 돌려보내는 데는 성시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비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 때야 비로소 더 완전하게 하나님의 평화가 성취될 수 있다. 비그리스도인들과의 협력은 그리스도인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그릇된 선입견 즉,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윤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성시화는 잘못된 도덕적 우월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기독 청년들아, 새 꿈을 꾸자. 수천 년 동안 우려먹은 빛바랜 꿈들을 버리자. 한때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시켰던 거짓 꿈들을 버리고 우리의 생명을 바쳐 이웃을 살리는 평화의 길로 나가자. 전쟁과 기아로 죽어 가는 어린이들을 살리는 꿈을 꾸자. 지뢰밭 한가운데 부셔진 채 내버려져 있는 학교를 다시 재건하고, 전쟁으로 자신들의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주는 꿈을 꾸자. 전장으로 나간 젊은이들을 연인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꿈을 꾸자. 전쟁터에서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잠 못 이루는 어머니의 가슴에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품게 하는 꿈을 꾸자. 이 땅의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에게, 그리고 연약한 모든 이들에게 큰 기쁨의 평화를 선물하자.

우리의 기도가 나의 만족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탱크를 막아설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기도가 되게 하자. 어린이와 부녀자를 향하여 겨눈 총구를 막아서는 용기를 얻게 하는 찬양이 되게 하자.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서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암만 구원받았다고 주장한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기 착각이거나 자기기만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그렇다.

스스로 구원받았다고 자기 암시하는 신앙을 그치고 남들이 당신을 보고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딸'이라고 고백하게 하자. 더 뜨겁게 기도하자! 더 열심히 찬양하자! 더 이상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인류의 정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용기를 얻도록!

송강호 / 개척자들 부설 코메니우스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