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말썽인 이유가 궁금하세요?

세상의 방식으로 하나님나라를 이루려 교회

2010-09-25     최태선

이애실 사모는 자신의 책 <어! 성경이 읽어지네>에서 구약을 보는 두 가지 관점 가운데 첫 번째를 "성경은 누가 왕이냐를 다룬 왕 싸움의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근본적으로 여러 가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관점의 제시입니다.

인류는 본래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단의 꾀임에 넘어간 인류는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써 하나님의 왕권을 찬탈하였습니다. 그런 인류에게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왕은 하나이어야 하는데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사람수만큼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왕권을 놓고 서로 싸우는 영원한 갈등과 투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현상을 보고 토마스 홉스는 근대 국가론의 초석이 된 그의 책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의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교회들의 모습은 하나님나라의 방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나고 우리의 삶을 규정지어주고 이끌어가야 할 하나님나라의 방식이 교회에서 실종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의 성공을 자랑하고 세상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인간들이 저울질해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받아들여지고 동시에 지향하는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교회들의 타락한 모습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님나라의 왕이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전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교회의 지도자들만이 왕처럼 인정받고 받들어지는 세상의 방식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하나님나라의 왕이신 예수님의 길을 따라 서로 사랑하고 섬기려 한다면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교회가 무한정 커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목사들의 성적 타락이나 교회 세습과 같은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질 것입니다. 헌금이 문제가 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민주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 때문에 상처 받는 일과 싸우고 갈라지는 분열의 역사도 사라질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부와 권력과 인기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거절해야 할 유혹이요 악덕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는 부름 받은 백성 모두가 왕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나라의 왕들은 커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직 작은 자만이 모두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작은 자가 되어야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작아져야 서로 섬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작은 자가 된 그곳에 하나님나라의 평화(샬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이 소위 집권자(왕)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왕이신 예수님)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2-45)

그것은 다만 이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여러분들 속에 일어난다면, 그런 교회가 도대체 세상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싶다면 여러분들은 세상의 왕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그분을 따라 섬김과 희생의 길을 걷는 하나님나라의 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여러분들 가운데 하나님나라의 여명이 밝아올 것입니다. 그 나라는 희생양이 전혀 필요 없는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기쁨과 평화의 나라입니다.

최태선 / 어지니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