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 제자국 전 한인 담당 목사 배임 혐의 드러나

최성남 목사, 타인 명의로 돈 받았다 돌려줘…동북부한인교회연합회 은폐 시도

2012-08-10     전현진

 

   
 
 

▲ 최근 최성남 목사가 제자국 한인 목회 담당자로 근무하던 2008년 당시의 배임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뉴저지연합감리교회 누리집에 올라온 최 목사 인사말과 약력. (뉴저지연합감리교회 누리집 갈무리)

 
 

재정 운영 투명성을 강조하는 미국 연합감리교회(UMC)에서 제자국 한인 담당자로 근무했던 최성남 목사의 배임 의혹이 뒤늦게 드러났다.

2004년부터 6년 동안 UMC 제자국 한인 목회 담당자(General Board Of discipleship·Director of Korean, Asian America, & Pacific Islander's Ministries)로 일한 최성남 목사(뉴저지연합감리교회)가 2008년 같은 교단 소속 양아무개 목사의 아내 이아무개 씨에게 교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후원을 제안해, 제자국에서 1만 불을 지원 받아 양 목사와 5000불씩 나눠 가졌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정황을 최근 파악한 UMC 동북부한인교회연합회(차명훈 회장·동북부연합회)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도 확인됐다.

이 같은 정황은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동북부연합회 회장을 맡은 송성모 목사(스탬포드한인연합감리교회)가 올해 초 연합회에 필요한 재정을 제자국에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제자국은 '2008년 받아 간 지원금에 대해 사후 보고가 없다'며 송 목사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고, 동북부연합회가 경위를 조사해 최 목사의 배임 의혹이 알려진 것이다.

양아무개 목사에 따르면, 제자국 한인 목회 담당자로 근무하던 최 목사가 2008년 양 목사의 아내 이아무개 씨에게 제자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알렸고, 이후 최 목사는 서류 작업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한 뒤 제자국에서 1만 불 지원 받아 양 목사와 5000불씩 나눠 가졌다. 당시 이 씨는 동북부연합회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목사는 "최 목사가 아내에게 먼저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이후 최 목사가 모든 과정을 처리했다"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지도 않았고, 돈을 (제자국에서) 얻는 방법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 목사는 "서류가 오갈 때도 나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나중에 (돈을 받았다는) 사인 한 번한 것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제자국에서 동북부연합회를 거쳐 최 목사와 양 목사에게 돈이 흘러갔고, 이 과정을 제자국에 있던 최 목사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와 양 목사가 나눠 가진 지원금 1만 불이 최근 각각 5000불씩 제자국이 아닌 동북부연합회에 반납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가 있는 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돈을 반납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목사는 "송 목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문제가 있는 돈이라면 반납하겠다'고 말한 뒤 반납한 것이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최 목사와 양 목사가 동북부연합회에 각각 5000불씩 1만 불을 돌려준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돌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배임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내 입에서 나가지 않은 이야기는 다 소설이고 거짓말이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답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사인 도용 의혹도

최 목사는 2008년 당시 지원금 신청에 필요한 동북부연합회 회장 조병우 목사의 사인을 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인 도용 의혹에 대해 조 목사는 "그 일은 잘 처리된 것으로 안다"며 "교단에서 처리할 문제니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동북부연합회 다수 관계자는 올해 초 최 목사의 배임 정황을 포착한 뒤, 임원 및 전직 회장들이 모여 방안을 논의 했고, 교단 내 한인 목회자 위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을 인정했다. 동북부연합회 전 회장 가운데 한 목사는 "전임 회장들이 모여 (이 사건과 관련해) 논의했는데, (나는) 마지막 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며 "그때 이 일을 조용히 덮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에 이어 제자국에서 한인 목회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광기 목사는 '최 목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교단이 알고 있나'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제자국에서 나름대로 결정해서 대응할 사안이지, (기자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배임 정황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최 목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최 목사가 “다음에 통화하자”며 연락을 끊은 뒤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 UMC 관계자는 "(UMC 목회자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며 진위 여부를 되물었다. 그는 "사실이라면 목회자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5000불 때문에 이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