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쑥덕쑥덕’ 밀실 정치, PCUSA 동부한미노회

정기노회, 은퇴 목사에 좌지우지 언론사 취재 거부…‘목사들 다 어디 갔어?’

2012-09-12     전현진

   
 
 

▲ 9월 11일 열린 PCUSA 정기노회에서 이승준 목사의 목회 관계 해소 건을 나루는 시간에 예배당에서 쫓겨난 방청객들이 노회 진행을 듣기 위해 문가에 귀를 대고 있다. 정기노회에는 한소망교회 장로측 교인들이 다수 참가해 소란스러웠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사람들은 보통 ‘캥기는’ 것이 있을 때 숨긴다. 시선을 피하고, 도리어 큰소리 친다. 9월 11일 열린 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가 그랬다. 한소망교회와 담임 이승준 목사의 목회 관계 해소 건을 다루는 시간. 행정전권위원회 조덕현 은퇴목사는 방청객을 내보낼 것을 노회에 요청했고, 노회는 이를 받아 들였다. 이어 언론사 기자도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언론사 취재에 대한 찬반 입장은 절반 정도씩 갈렸다. 하지만 방청객 퇴장을 결의 했으니 기자도 일단 나가라는 목소리 큰 한 목사의 발언을 듣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밖으로 나왔다.

방청객도 없고, 기자도 없는 노회 현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보고를 맡은 ‘무려’ 공로목사 조덕현 목사는 이 목사를 훈계하며 목회 관계 해소를 노회에 추천했고, 노회원 투표에서 참석 인원 78명 중 찬성 58명, 반대 16명, 기권 4명으로 이 목사는 담임목사 자리에서 강제로 사임됐다. 노회는 심증으로 시작한 이 목사 비리 의혹을 사실 여부에 대한 논의 없이 이 목사 해임으로 넘어가버린 셈이다.

세상 법정에선 통하지 않을 심증 수사로 목사가 해임된 지금은 2012년. ‘유신 망령이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 고국의 정가를 휩쓰는 요즘, 미주 한인교계에도 복고 바람이 다시 분 것인가. ‘너 간첩이지?!’ 한마디에 감옥도 가던 그 시대를 사는 것 같다. 그것도 거룩한 성 노회에서 말이다.

그런데, 쫓겨난 기자는 궁금해졌다. 무엇을 숨기고 싶었을까. 방청객을 내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정계 정당 회의도 언론 기자 앞에서 진행하는 21세기지만 동부한미노회는 뭔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이 있었나 싶다. 함께 쫓겨난 방청객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쫓겨난 방척객 중 한소망교회 교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담임인 이승준 목사에게 날선 말을 몇 마디 한 뒤 “우리가 있으면 제대로 혼낼 수 없으니까 조 목사님이 우리를 나가라고 하신걸꺼야”라며 ‘호호’ 거렸다. 담임목사 쫓아내기에 성공할 것을 예감한 교인들은 한 언론사 기자에게 “기사 좀 똑바로 쓰라”며 훈계했다.

무지개 색 목도리를 한 노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었지만 은퇴한 노목사의 등장에 노회원들은 조덕현 목사의 말만 들었다. 한 노회원은 “누가 사회자인지 모르겠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조 목사의 직설화법은 끝나지 않았다. 이 목사를 혼내기 위해 방청객을 쫓아냈다던 여성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확인 할 수 없었다. 다만 은퇴까지 하신 원로목사님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회 안에서 세를 과시했다.

은퇴한 원로목사의 강력한 요구를 노회는 청종했다. 선배를 향한 존경심 때문일까. 심증을 근거로 본격화된 한소망교회 문제에 ‘원로’ 혹은 ‘은퇴’ 칭호가 붙은 목사님들이 여간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노회에 다른 목사님들은 안 계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철저한 신앙으로 무장한 목사님들이 많이 계셨다.

이 목사 문제를 다루기 전 노회 가입을 앞둔 한 목사의 신앙 고백 시간이 있었다. 신입 노회원 목사의 신앙 고백을 들은 노회원들은 너나 없이 손을 들고 훈수를 뒀다. “세례와 성찬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 “성령님과 예수님의 위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누가 목사님들 아니랄까봐 성경의 권위 앞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신앙 고백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목사님들이 노회에 계셨던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암묵과 방종이 강요되고, 연로한 노목사의 발언이 법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노회. 언론 취재 앞에 떳떳하지 못함을 스스로 자인한 이날의 모습에 이민교회 현실이 비친다. 갓 들어온 신입 노회원에게 한수 가르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은 어디에 있나.

‘은혜롭게’ 넘어가려는 이날 모습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은 설 자리를 잃었다.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기준과 요구 없이, 힘 없는 쪽이 다 책임지고 가야한다는 주의 종들. 노회를 억누르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한다. 문제 의식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반대와 기권을 표현한 20명의 목사들은 이승준 목사를 편들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절차가 지켜지는 노회를 바란 것은 아닐까.

밀실 정치의 그것을 닮은 정기노회. 교회는 은퇴했지만, 노파심인지 노욕인지 모를 영향력을 발휘하는 은퇴목사들. 언제나 잠잠한 채 자신의 교회와 개인의 신앙만 보고 있는 노회원 목사들.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다. 그저 그들의 행보를 <미주뉴스앤조이>는 앞으로 주목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