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겁먹지 마세요

[기고] 장호준 미디어 목회 컨설턴트, '문화 음모론' 다시보기

2012-09-25     장호준

지난 7월 20일, 콜로라도주 Aurora시 타운센터 몰 주차장에 차(현대 티뷰론)를 세워둔 24살 제임스 홈즈(James Eagan Holmes)는 새로 개봉한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가 시작한지 30분 만에 12명의 사망자와 58명의 부상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다. 범인은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뒤 비상구를 열고 나가 자신이 세워둔 티뷰론 안에서 보호 장비를 갈아입고, 무장을 하고는 그 비상구로 다시 들어와서 관객들을 향해서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여기서 사건의 심각함은 특별히 다룰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문화 사역을 하는 이들이 말하는 대중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악한 영의 짓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엄청난 사상자가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연루된 티뷰론을 만든 현대를 고소를 하거나, 그들을 입방아에 올리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럴 필요가 없는, 사건과 무관한 요소라고 모든 사람이 말하고 있다. 필자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문화 사역자들이 교회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강의를 유튜브나 블로그, 기사들을 통해 보게 되면, 위에 언급된 사건을 이야기 하며 계속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현대차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 차 때문에 무기가 옮겨지고, 그 차를 이용해서 극장에 가고, 다시 차로 와서 무장을 해서 들어가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 차가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라는 것은 충분히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에, 악한 목적이든 선한 목적이든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한다. 역사를 두고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문화를 만들고 활용하게 하는 도구가 더욱 더 첨단화되고 범세계적이 되어 가는 이때에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싸이(PSY)의 세계 정복'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강남 스타일’ 열풍을 보면, 도구에 의해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이 문화를 통해 행사될지는 상상조차 못하게 한다. 이미 원더걸스나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JYP, SM 두 기획사가 몇 년 동안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가면서 도전했지만 미국의 대중에게는 매니아들 사이에만 알려졌었다. 이것이 K-POP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도구와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두 달 만에 빌보드 Top 10과 아이튠즈(Itunes) 세계 1위에 올랐다. 절대로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우리말로 된 노래가 주류방송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도구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해주는 예이다.

그러나,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다. 이번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투브, 트위터는 존재했다. 싸이도 12년 동안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지면서 한국 가요계에서 활동을 한 중견 가수이다. 뭘, 어떻게 줄긋기를 한다고 해도, 요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싸이 열풍은 반복되기 어려운 것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유튜브고 트위터이다. 그렇지만 이런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루미나티', '뉴에이지', '백워드 매스킹' 등 여러가지 것들이 문화를 사용해서 세상을 지배하려한다고 강의하며, 평생 들어보기도 어려운 메니아만의 음악과 엄청난 영상을 교회에서 버젓이, 아무 제재 없이 틀어놓는다. 도구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 이유를 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져야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제발 이 도구 자체만을 가지고 아직 가치관 정립도 되지 않은 중·고등학생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록 세미나는 이미 80년대 초 미국에서, 그리고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한국교회를 휩쓸고 지나간 홍역이었다. 그것이 더욱 발전되어서 신사도운동적 현상과 예언 등의 이야기까지 섞어서 교묘하게 교회를 흔드는 운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가 총기사건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져야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제발 이 도구 자체만을 가지고 아직 가치관 정립도 되지 않은 중·고등학생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홈즈의 차.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서 미끄러진 것이, 공연장 바깥의 현수막이 찢어진 것이 기도의 능력이라 말하기도 한다. 우리 하나님은 그렇게 쩨쩨하게 '코미디' 하실 분은 아닐 것이다.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심으로 깔끔하게 끝장을 낸, 악에서 승리하신 예수님의 능력을 그렇게 우습게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 안에 '미혹케 하는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더 큰 임무가 있다. 도구 탓하지 말고, 그 도구가 무섭다고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말고, 더 좋은 목적에 도구를 잘 써야만 하는 것이 더 큰 지혜라 본다.

장호준 / AMT 솔루션 대표
www.amtsolutions.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