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거짓말 탐지기

[취재수첩] 거짓과 침묵에 휩싸인 교회와 언론

2012-10-13     전현진

   
 
 

▲ 교회 분쟁에 거짓말 탐지기가 등장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는 사실 교회에서 나올 말은 아닐 것이다. 취재를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그 역할은 <미주뉴스앤조이>가 맡겠다. 사진은 거짓말 탐지기가 등장하는 영화 한 장면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미국은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날선 주장과 비판이 가득하다. 10월 11일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노련한 조 바이던과 패기 가득한 폴 라이언. 두 사람은 서로의 잘못을 질책하는 주장을 이어갔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 CNN은 불과 5분 전에 끝난 토론회에서 제기된 후보들의 주장이 사실과 맞는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CNN이 확인한 후보들의 주장은 진실도 있고, 거짓도 있었으며,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닌 모호한 것들도 있었다.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한 교회의 갈등을 취재하면서 마주한 모습이 떠올랐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라도 받아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목사와, '신뢰할 수 없다'며 거부한 노회. 목사를 향한 의혹은 문제를 제기한 한 교인이 받았다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근거 삼아 '목회 관계 해소'로 마무리됐다. '진실 공방'이 벌어졌지만, 확인 받지 못한 반쪽 진실들만 살아있었다.

세상의 모습에 교회의 부끄러움이 비치는 것은 왜일까. 때론 진실이 때론 거짓이, 때론 진실도 거짓도 아닌 서로의 입장만 가득한 그런 교회의 모습이 비췄다. 교회가 어느새 세상을 닮아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날선 마음이 거짓말 탐지기까지 끌어들여 진실을 시험해 봐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된 그 시작에는 미움과 원망, 질투와 욕망이 있다. 진실 논란으로 번지게 되는 세상의 많은 일들처럼, 교회가 '진실 게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교회는 서로 사랑함으로 예수의 이름을 세상에 알게 하는 곳이다. 진리의 말씀을 믿는 예수의 몸 된 교회가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한 지경에 이른 것은 왜일까.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사역을 하는 곳은 '건강한 모델'로 소개해야 할 지경이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는 현상은 그들이 세상을 닮아 갔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더 이상 구별되지 않고 세상과 똑같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의 조사 결과다.

거꾸로, 언론을 향해 교회가 '침묵'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흩어진 주장과 진실을 취재하고 확인한 뒤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터인데, 일부 교회는 그 역할을 포기하라고 강권한다. 알려져선 안 돼는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위를 물리고 모종의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이 진실에 근거했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도 확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 자신 역시 진실 보도의 역할을 포기한 채 '홍보 매체'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곳엔 진실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세상 논리가 그득하다.

언론을 향해, '당신들의 보도가 성도들을 상처 입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당신들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모든 일은 문제없이 진행됐을 것이다'는 주장이다. 최근 청빙 문제로 논란이 된 한 교회의 교인이라고 밝힌 독자는 '언론 보도만 없었다면 목사님은 청빙에 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로 교인들이 상처 받았고, 목사님은 그런 성도를 보고 목회적 양심에 따라 청빙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며 자신의 해석을 전했다. 교인 몰래 청빙을 결정하고 작별인사만 남기고 떠나는 것이 목회적 관례라도 된 모양이다. 보도 자체보다, 보도된 목사의 행적이 문제일터인데 말이다.

교회가 거짓을 말하고 미움을 보이는 것처럼,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교계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은 공산 국가의 선전 기관이 아니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알려야 할 진실이 있다면 편견 없이 취재하고 전하는 곳이다. 그 대상이 교회라고 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행사 현장을 찾고, 이런저런 목회자를 만나 인터뷰하며 광고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짓말 탐지기는 교회에서 나올 말이 아닌, 언론 본연의 역할인 셈이다.

교회는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 없는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면 된다. 서로에게 진실 되고, 사랑으로 용납하면 된다. 욕망과 시기가 떠오를 때 겸손하게 꿇어 엎드리도록 온 교회가 함께 노력하면 된다. 잘못이 있다면 사랑으로 지적하고 권면하면 된다. 그래도 의혹과 문제가 있다면 <미주뉴스앤조이>가 그 일을 하겠다.

이것이 <미주뉴스앤조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고, 건강한 교회와 성숙한 성도를 품고 가는 삶의 기도다. 이 사명을 품고 숱한 비난의 빗줄기를 헤쳐가고 있다. 이것이 그저 우리의 맡겨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뭔데 비판이냐'고 하지만, 그것이 언론의 일인데 어쩌겠는가. 교회는 교회의 역할을 하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우리는 언론의 길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걷겠다. 서로가 그 역할을 다한다면, 언젠가 교계에서 <미주뉴스앤조이>는 사명을 다하고 퇴장해도 될 날이 올 것이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