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시끌' 효신장로교회, 왜?

문석호 목사 둘러싸고 의혹 공방…'목사 중심 목회'가 원인 지적도

2013-08-30     전현진

1984년 창립한 효신장로교회(문석호 목사)는 전통 있는 뉴욕의 대표적 한인 교회로 통한다. 뉴욕 플러싱의 중형교회 중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해 왔다고 평가 받아왔다. 이런 효신장로교회가 올해 들어 갈등에 휘말렸다.

일부 교인들이 담임 문석호 목사가 공격적으로 진행해 온 선교 사역의 재정 사용이 불투명하며, 문 목사와 한 전임 여성 교역자와의 관계가 부적절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문 목사가 계속되는 의혹에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목사 측은 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개인감정이 담긴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때 아닌 홍역은 소리 없이 퍼져갔다. 당회와 교역자실이 있는 효신장로교회 2층에서 조용히 시작된 갈등은 계단을 타고 문을 넘어 뉴욕 거리로 흘러 나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효신장로교회의 속사정. <미주뉴스앤조이>는 당사자들과 만나 논란의 흐름을 따라가 봤다.

의혹 1. 문 목사와 여전도사

   
 
  ▲ 2013 할렐루야대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문석호 목사.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논란은 문 목사와 전임 여성 교역자인 A 전도사와의 관계에 의문을 품은 일부 교인과 교역자들이 지난 연말부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A 전도사 부임 수개월 만에 많은 부교역자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맡고 있던 사역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부터다.

2012년 연초부터 효신장로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 A 전도사는 뉴욕 교계 한 언론사에서 근무했다. 뉴욕 교계 한 언론사의 이사장을 지낸 문 목사와 인연으로 효신장로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문 목사와 A 전도사와의 관계는 당회에서 고성이 오가게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의혹을 담은 발신인 불명의 메일이 교인들과 교역자들 사이에 돌았다. 문 목사는 '모함'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문 목사가 A 전도사의 차를 직접 운전해 수리한 점 △해외 체류 시 70여 통의 전화를 새벽 시간에 A 전도사와 한 점 △A 전도사와의 관계를 지적하는 행동을 보인 이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사역을 그만두게 됐다는 점 △A 전도사가 한글학교만 맡아 왔지만 다른 교역자들보다 많은 봉급을 받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문 목사는 단순한 부교역자와 담임목사의 관계라며 신앙을 상담하거나 큰 의미 없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A 전도사가 개인적인 업무 능력이 좋았을 뿐이고, 교회를 떠난 이들은 A 전도사와 관련 없이 교회를 떠나게 된 것이라고 문 목사 측은 말했다. 개인 사정으로 교회를 떠났지만 공교롭게 시기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이유가 됐다는 것도 그의 설명이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직접 차를 운전해 수리를 해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수십 통의 전화를 신앙 상담을 이유로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 전도사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임했다.

A 전도사와의 관계로 시작된 논란은 문 목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선교 사역으로까지 번졌다. 니카라과 선교에 사용된 재정 내역이 불투명하며, 문 목사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측은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혹 2. 니카라과 선교 재정
   
 
 

▲ 효신장로교회는 2009년 니카라과 마사테페 지역에 선교관과 예배당을 짓고 선교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효신장로교회가 중점적으로 선교 사역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와 니카라과. 그 중 니카라과 선교에 대해 의혹이 쏟아졌다.

니카라과 선교를 위해 효신장로교회는 2009년 9월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했다. 파송된 이는 문 목사의 동생인 문태호 선교사다.

의혹을 제기한 교인들은 선교를 위해 사용된 재정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사용 내역을 요구하고 나섰다. 선교지 땅 매입이 누구의 명의로 되었는지, 재정이 어떻게 지출되었고,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문 목사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일부 장로들은 선교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길이 없다며 재정 감사를 주장했다.

A 전도사와의 문제를 조용히 매듭짓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문 목사 측이 분명한 자료를 제시해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의 주장이다.

문 목사 측은 선교 재정 사용은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선교비 지출에 대한 의혹 제기는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다. 문 목사 측은 소액의 헌금이 선교팀을 통해 전달된 적은 있지만 선교비는 은행을 통해 송금된다고 주장했다. 선교비 사용 내역은 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이 장로 임기 등 개인 이유로 선교 재정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간 동안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재정에 의혹을 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문 목사 측은 자세한 재정 내역을 공개해도, 의혹을 제기한 교인들이 '이런 건 의미가 없다'며 문제를 삼으려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문 목사는 문태호 선교사를 불러 사용 내역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주뉴스앤조이>에 현장을 방문해 취재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1년 선교 장로로 임직한 문 선교사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합법적인 절차 없이 '선교 장로'라는 직분을 줬고, '왜 하필 동생을 선교지로 보냈느냐'는 물음이 계속된 것이다. 동생은 선교사로 형은 파송 교회의 담임으로 있으면서 재정 사용 투명성이 어떻게 담보되겠느냐는 것이다.

문 목사는 문태호 선교사가 동생이기는 하지만 선교에 헌신했고, 훈련을 받아 왔다고 했다. 자신에 반대하기 위해 선교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선교사를 모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 문 목사의 한국 소유 부동산은 니카라과 선교를 즈음하여 가압류되었다 해제됐다. 문 목사는 개인 용도로 선교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압류 사실을 처음 듣는다며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 등기부 열람 자료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는 논란을 되짚어 가며 취재를 진행하던 중 한국에 있는 문 목사 소유의 부동산 등기 자료에서 의아한 부분을 발견했다. 문 목사 소유의 경기도 화성시 부동산이 2008년 3월과 2009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가압류 되었고, 2009년 3월·8월·9월 세 차례에 걸쳐 압류 조치가 해제된 부분이다.

압류의 원인이 된 채무는 총 6천 9백 9십여 만원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했고, 그 돈을 2009년 되갚았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압류가 해제된 2009년은 니카라과 선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와 일치한다. 니카라과 선교 재정의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부분과 맞물려 의혹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목사는 가압류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개인 목적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관련 서류를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문 목사는 한 제자와 지인이 돈이 필요해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한 적이 있다며 그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도 있고, 재산도 많기 때문에 굳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 가압류가 될 이유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문 목사 설립 '신앙과 지성의 집'

그밖에 문 목사가 창립한 것으로 알려진 충남 공주시 신풍면 쌍대리의 수양관 '신앙과 지성의 집'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신앙과 지성의 집은 문 목사가 1994년 공동체 신앙 수련을 위해 시작해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수양관이다.
   
 
  ▲ 문 목사가 설립한 수양관 '신앙과 지성의 집'은 문 목사 개인 명의로 소유자가 등록되어 있다가 2006년 '산마루교회' 명의로 바뀌었다. 문 목사는 오히려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음을 강조했다. (대법원 등기부 열람 자료 갈무리)  
 
이곳의 소유자는 2006년까지 문 목사 개인 명의로 되어 있었지만, 2006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산마루교회'로 증여된다. 대표자는 문 목사다. 효신장로교회 연혁에 따르면 문 목사 2005년 10월 문 목사의 청빙이 공동의회에서 결의됐다. 미국을 향하기 전 수양관의 소유권을 교회 이름으로 돌려놨다는 얘기다.

신앙과 지성의 집에서 문 목사를 도와 일하던 효신장로교회 행정 담당 김영창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산마루교회는 무교회 지역이었던 쌍대리를 위해 세워졌다. 또 예장 합동의 기도처로 등록됐고 공주시에 교회로 등록된 상태였으며, 김 목사가 담임을 맡아오다 문 목사를 따라 미국으로 오면서 사실상 이름만 남은 교회가 됐다.

개인 명의의 수양관을 미국을 향하기 직전 교회 명으로 바꾼 이유는 무얼까. 문 목사는 사후 자식들에게 신앙과 지성의 집이 인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교회 소유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좋은 의도라는 것이다.

또 세금 혜택을 위해 명의를 변경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얼마 되지 않는 세금 때문에 개인 소유의 수양관 명의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교회 건물을 새로 짓고, 목회자를 구하는 등 교회 제 모습을 찾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목사 중심'이 갈등 원인

의혹의 중심에 선 문 목사는 의혹의 당사자로서, 또 그 진위를 떠나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책임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교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예견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담임목사에 전적으로 의지해온 교회가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약점이 쌓여 터진 것이라는 얘기다. 의혹의 진위를 떠나, 혹은 밝게 해명된 뒤에라도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재발할 수밖에 없는 갈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효신장로교회가 니카라과 선교 사역에 뛰어든 것은 2008년이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의혹이 제기되고 재정 투명성을 담임목사에게 요구한 것은 그동안 교회가, 적어도 당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현대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효신장로교회에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담임목사가 목회와 말씀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을 당회가 맡아 가는 장로교의 '장로 정치'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목사 중심의 교회 문화가 의혹을 낳은 원인이고 갈등을 잉태한 근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담임목사의 '권위'를 무조건 인정하고 그에 '순종'하는 것이 목회자를 긴장하지 못하게 하고, 오해에 둔감하게 하는 '목사 중심'의 목회 문화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결국 이번 갈등은, '사후약방문' 식의 재정 감사가 아니라 지출 때부터 온 교회가 함께 의논하고 투명한 선교를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겪지 않은 후과이기도 하다.

법 위에 군림하는 일을 정치학에서는 '독재'라고 한다. 담임목사의 독단적 목회가 문제가 된 곳은 교회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의 기능이 사문화된 모습을 종종 본다. 효신장로교회 정관도 그 위신을 잃은 지 오래다.

교인들이 의혹을 물을 수 있는 절차도, 목회자의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기능도, 교인들이 모여 체계적인 감사를 나눌 수 있는 방편도, 교회 전체가 교회의 운영을 맡아가는 책임 의식도 효신장로교회 정관에선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공동의회 성수를 위한 정족수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갈등의 끝, 복음이냐 분열이냐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문 목사가 제기된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교비 지출 내역과 A 전도사와의 관계에 대한 답을 명확히 밝히면 되는데 문 목사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 목사 측은 교인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밝힌 만큼 충분히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교인들은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과 재정 관리에 대한 외부 감사를 주장하며 공개적인 시위 활동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목사 측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평행선은 계속된다. 의혹에 의혹으로 답한다. 서로를 향한 의혹의 눈길이 매서워질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상한 감정에 합리적인 대답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명망을 이어온 교회가 앓는 홍역, 그 끝이 '복음'이 될지 '분열'이 될지 뉴욕 교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