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참사 현장을 찾은 이유
한인들 불똥 튈까 걱정…미국인들 오히려 희생자 가족 위로
우선 대학교 앞에 있는 피자 가게에 들러 직원들에게 몇 마디 물었다. “이번 일 이후에 한국 사람을 볼 때 경계심을 갖거나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그 친구들도 감을 잡았는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냐”며 되물었다. “한인들이 이번 사건으로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으며, 이번 일은 조승희라는 개인의 문제이지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반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들어섰다. 월요일 총격 사건 이후로 1주일 간 휴교한 터라 학생들은 많지 않았지만, 사건 현장인 노리스 홀 앞에는 추모객들로 붐볐다. 노리스 홀 앞에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져 있었고, 경찰관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건 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애도를 표했다. 학생 몇몇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참을 흐느끼기도 했다.
노리스 홀 앞 잔디광장에는 희생자 추모석들이 타원형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추모객들은 성조기와 꽃다발이 놓여 있는 추모석 앞을 말없이 돌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33명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33개의 추모석 중에는 조승희 씨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 씨의 추모석 앞에는 조 씨의 유가족이 평안을 되찾고 하루속히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다른 편지에는 조 씨에게 “널 미워하지 않을게…미안해,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사람들의 분노가 용서로 바뀌길…”이라는 말들을 남겨, 가해자인 조 씨도 희생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추모하는 분위기였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오창근 씨도 “동양인 친구들은 염려를 하지만 미국인 친구들은 놀라울 정도로 전혀 내색을 않는다”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미국 사람들이 마음으로는 한국인이 미울지 몰라도 지난 20~30년 동안 인종문제에 대해서 교육을 철저히 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게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2일에는 조 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워싱턴 센터빌 지역을 방문해 조 씨의 가족들이 한 때 다녔던 곳으로 알려진 한인 교회를 찾았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는 “조 씨의 부모가 거주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이긴 하지만 그들이 우리 교회에 나온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 “불과 1.5마일 떨어진 곳에 이번 참사의 주인공이 살았지만 돌아보지 못했다는 점에는 책임감은 느낀다”고 전했다. 담임목사는 또 “미국 전역에서 조 씨의 가족을 위로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조 씨를 추모하는 화환을 보내오고 있다. 어떤 미국인은 직접 찾아와서 조 씨의 가족을 돕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며 미국 사회에 조 씨와 그의 가족도 피해자들 중의 한 명으로 여기고 위로하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