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이전에 ‘건강’부터 회복해야

[취재수첩] 목회자 사례비 논쟁을 바라보며

2016-02-14     양재영

최근 부산 호산나 교회로 청빙을 받은 유진소 목사가 자신의 사례비를 밝힘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대형교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보다 이웃교회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형편이 같지 않은 목사들에 대한 고려 없이 대형교회 목사가 적은 사례비나 ‘자랑’하는 ‘미성숙’함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일견 수긍할 만한 지적이지만, 어쩌면 근본 취지를 빗겨간 ‘갑론을박’ 수준의 비판일 수도 있다.

"빈곤한계선에 선 부교역자"

몇 년 전 LA 4인가족의 최저생활비가 6천달러 정도라는 발표가 있었다. 생계가 곤란한 ‘빈곤한계선’은 약 22,000불 정도였다.

사례비로 볼 때 빈곤 한계선을 오르내리는 목회자는 적지 않다. 그들 중 상당수는 렌트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렌트푸어’(rent poor)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는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월급체계’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이르는 담임목사와 부목회자 간의 사례비 격차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소위 판공비라 부를 수 있는 목회활동비, 연금 등의 복리혜택을 포함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최근 취재를 한 모 교회는 담임목사가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며, 부교역자들의 사례비를 수개월 지급하지 않았다. 사모까지 동원해 교육부 봉사를 맡기면서 월 800불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담임목사도 사례비를 받지 않는데....’라는 구실로 그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담임목사는 ‘사례비’라는 명목만 없었지 사택비, 목회활동비, 차량보조비 등을 받고 있었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김동호 목사의 ‘청부론’은 목회자에겐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목사에게 ‘깨끗한 부자’란 없다. 오직 ‘깨끗한 가난’ 만이 미덕이다. 그래서 ‘돈’을 대하는 목회자의 ‘위선적 이중성’은 필연적이다.

그 결과, 웬만한 교회에선 재정보고서를 통해 담임목사의 사례비를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예결산 항목에 공개된 사례비 항목은 대체로 뭉뚱그려 표기되어 있거나, 여러 항목으로 분산되어 있다. ‘부’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남가주의 모 대형교회는 규모에 비해 적은 사례비를 받아온 담임목사의 ‘청렴함’이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해 보니 시중에 회자되는 ‘청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러 곳에 분산된 사례비를 합하면 10만 달러가 넘어서고 있었다. 연금과 복리혜택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 이재철 목사(좌)와 유진소 목사(우)

"성숙한 교회, 건강한 교회"

오늘날 한국교회의 ‘사례비 체계’는 과거 19세기 ‘자본가’들의 권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착취’를 용인한 초기 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대로 안고 있다.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과도한 사례비로 인한 교회의 부담은 고스란히 부목회자에게 지워졌다. 남가주 하류층 근로자들에게 발생하는 ‘임금절도’(wage theft)가 교회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진소 목사나 과거 이재철 목사의 사례비 공개를 ‘위선적인 청빈 자랑’으로 매도하기엔 무리가 있다. 담임목사가 적은 사례비를 받는다는 사실보다, 부교역자와 합리적인 월급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재철 목사가 시무하는 백주년기념교회는 매월 1원 단위까지 상세히 기록한 결산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월급체계가 호봉제를 기초로 지극히 합리적이다. 사례비 내역을 보면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관계는 소위 ‘시다바리’가 아닌 ‘동역자’ 정신에 기초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숙’한 교회라 말하긴 어려워도, ‘건강’한 교회라 말할 순 있을 것 같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은 ‘성숙’을 논의할 수준에 있지 않다. ‘성숙’을 말하기 전에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건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나님 자리에서 거들먹거리는 ‘담임목사’들을 끌어내리고,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독 묻은 화살’을 맞았으면 상처를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