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남 목사 사건의 피해자는 누구?

[취재 수첩]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친다'

2016-02-21     유영

민사 소송을 다루는 일은 어렵다. 명백한 사실과 증거도 증명하듯 다뤄야 한다. 최성남 목사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것 같다. 최 목사 측은 민사 소송은 일방적인 주장이니 이 주장에 상처받을 교인들을 생각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판결이 나면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최성남 목사 측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민사 소송당했다는 내용과 일방적 주장을 담은 보도가 나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다. 사실을 확인하고 쟁점이 무엇인지 판단해 공공에 더 유익하다면 보도해야 한다. 그게 언론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만큼 언론 환경이 열악한 곳은 없다. 설교자가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교인들은 설교자의 판단과 잣대만을 들을 수 있다. 설교자의 말이 교인들이 판단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사건 당사자가 언론이 되어 보도하고, 평가도 내린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한다고 표현하는 언론 환경은 한국 사회보다 교회가 더 심각하다.

   
▲ 그동안 최 목사와 관련된 모든 사건의 피해자가 교인들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교인들 눈에 최 목사가 늘 피해자로 보였다. 최 목사가 피해자로 보이면 교회 분란이 커지고 상처받고 피해 보는 교인이 늘어간다는 사실도 묘하다. ⓒ뉴스M 유영

최 목사 측의 말이 옳은 것이 하나 더 있다. 교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이야기한 부분이다. 그렇다. 피해자들은 언제나 교인들이다. 보도가 나가서 교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뜻이 아니다. 그동안 최 목사가 관련한 모든 사건의 피해자가 교인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인들 눈에 최 목사가 늘 피해자로 보였다. 최 목사가 피해자로 보이면 교회 분란이 커지고 상처받고 피해 보는 교인이 늘어간다는 사실도 묘하다. 

교인들이 피해 본 사실을 정리해 보자. 뉴저지 연합감리교회 담임 시절 교회는 250명의 교인을 범죄조직으로 몰아 고발했다. 교회 비판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이유였다. 당시에도 교회에서 설교권을 사용해 반대 측 교인들을 비판했다. 자신은 피해자가 되었다.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려는데,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반발한다고 설파했다. 

비판받은 교인들은 반박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설교권이 없으니 동등하게 말할 수 없다. 이들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 교인들은 떠나갔고 교회는 둘로 나뉘어 큰 혼란을 겪었다. 교인들을 고발한 사건이 기각됐지만, 최 목사는 이 사건으로 어떠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 교회만 더 크게 분쟁했고 결국 교회가 둘로 나뉘었다. 그렇게 교인들만 피해를 보았다. 

UMC 제자국 횡령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뒤바뀌며 큰 소동이 일었다. 지난 2015년, 최 목사는 언론을 통해 자신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잘못을 인정하고 UMC 제자국과 3만 7천 달러를 반납하기로 합의한 이후의 일이다. 최 목사는 한 교계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인교회를 돕기 위한 과정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목적 외 기금 사용으로 밝혀졌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3만 7천 달러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최 목사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UMC 한인총회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성명을 발표하고, UMC가 합의서에 표현한 'misused' 등의 애매한 단어를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목사가 명의를 도용한 피해자들 역시 공분했다. 실제 피해자들이 최 성남 목사를 억울하게한 가해자가 된 것이다. 

결국, 그 한 마디에 많은 사람이 진짜 피해를 보았다. 먼저, 최 목사의 말 한마디에 쓴 적도 없는 돈을 쓴 꼴이 된 목회자와 교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확대해서 보자면 최성남 목사 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든 꼴이 된 UMC 전체 교인이 피해를 본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최 목사를 믿고 따르던 교인들이 피해를 보았다. 최 목사를 믿고 가나안교회를 창립했지만, 지금은 최 목사에게 사기죄를 적용해 민사를 제기한 교인들 말이다.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났고, 최 목사를 보필하던 중직자들도 뒤돌아섰다. 오랜 시간 생활했던 뉴저지 연합감리교회를 떠난 것도 모자라 새로운 신앙 터전으로 여겼던 가나안교회에서도 떠나갔다.

전체 교인도 분명한 피해자다. 다시금 교회가 나뉘고 있다. 그런데 최 목사는 교인들을 방패 삼아 자신을 억울한 소송의 피해자로 보이게 한다. 이 모든 사건이 자신이 부덕함에서 일어난 일은 아닐까 많이 성찰한다고 겸손히 고백하면서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지만 말이다. 

   
▲ 그런 의미에서 교회만큼 언론 환경이 열악한 곳은 없다. 설교자가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교인들은 설교자의 판단과 잣대만을 들을 수 있다. 설교자의 말이 교인들이 판단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뉴스 M 자료사진)

그런데 이번 소송 보도를 통해 확인한 상황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성남 목사는 뉴저지 연합감리교회와 가나안교회 담임목사로 5년간 목회했다. 최 목사의 주장처럼 원로목사 세력과 충돌한 연합감리교회 생활 2년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나머지 3년간 경험한 교회 분란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상황이 가장 의아하다.

자신을 신뢰해준 교인들과 반목하며, 소송을 당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는 게 옳을까. 교회 건물을 구입하는데 200만 달러를 빌려준 장로와 명예훼손으로 분쟁하고, 개인 주택 구입 문제로 교인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왜 일어날까. 기자라면 다른 사실과 함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한 원인이 궁금하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박효성 감리사가 교인들을 지적한 내용은 오히려 최 목사 발을 묶는 지적이다. 목사를 믿고 따르던 교인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말이다. 박 감리사는 교인들이 최 목사의 자격에 의문을 품는 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교인들이 이제 와서 서류가 없으니 목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분명 나쁜 의도를 가진 교인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온 최 목사를 교회 담임으로 받았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교인들은 그가 담임목사가 된 것을 기뻐했다. 함께 교회를 세워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상황이 무언가를 이야기해 준다.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이 말하는 바가 이를 드러낸다. 교인들은 "배반감을 느끼다 못해 사기죄로 소송을 건 지금 상황과 그동안 최 목사를 신뢰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분개했다. 소송을 건 한 교인은 이렇게 말한다. 

"최 목사가 피해자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가족과 반목해도 그가 외치는 실체 없는 개혁을 신뢰했다. 지금은 가족과 뉴저지 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을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한다. 그 당시 내가 잘못 판단했고, 당신들 이야기가 옳았다고 고백한다. 

이제 가나안교회 교인들도 교회가 왜 계속 분란을 겪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미 가나안교회를 떠난 교인과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 때문인가. 아니다. 지금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은 교회를 열심히 섬겼던 이들이다. 이들이 왜 신뢰하던 최 목사와 반목하게 되었는지 잘 생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