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미노회, 필그림교회 교단 탈퇴 부결

탈회 후 남은 교회에 미칠 여파 고려한 듯...교회, "주일 당회에서 대응책 마련 논의"

2016-12-08     유영
동부한미노회 표결 모습. (이전 정기노회 모습, 80차 정기노회는 무기명 투표로 교단 탈퇴 여부를 결정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가 뉴저지 필그림교회(양춘길 목사)의 교단 탈퇴에 제동을 걸었다. 동부한미노회는 지난 6일 열린 제80차 정기노회에서 찬성 24표, 반대 56표, 무효 2표로 필그림교회 교단 탈퇴를 부결했다. 3년 넘게 노회와 마찰을 빚어가며 탈퇴 과정을 진행했지만, 지난 3월에 열린 정기노회에서 노회가 이야기하는 과정을 따르겠다고 밝히며 지도를 받아왔다. 이에 교회와 교계는 필그림교회가 ‘은혜로운 결별 정책’에 따라 교단을 탈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해 왔다. 

필그림교회는 예측과 다른 결과에 충격이 크다. 교회 관계자는 <미주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어서 조금 당황스럽다. 아직 교회 공식 입장은 없다. 이번 주일 당회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노회 관계자들은 과정을 잘 따랐지만, 표결 결과에서 현재 노회원들의 생각이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노회원들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이들의 양심과 신앙도 PCUSA에 설 자리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노회에서도 여러 목회자가 이같은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의 은혜로운 분리정책이 생길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직전 노회장 허봉기 목사도 지난 5월에 <미주뉴스앤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노회와 소속 교회가 모두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성직자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신앙도 인정하는 양심의 자유가 보장받는 상황에서 교단 탈퇴는 다른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공존 상태로 변하면서 교단 안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나가기를 원하는 교회가 있으면 '노회는 최선을 다해 재산을 지키라'는 것이 교단의 입장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같은 교단에 머무르는 것이 불편한 교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교회들은 재산을 놓고 나가라는 이야기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총회가 교단 탈퇴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다. 공존 여건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전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사회와 교단 모두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함께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이 길이 바람직하다거나 우리가 바라는 바도 아니지만 말이다.”

노회 관계자는 노회가 교단 탈퇴를 막은 것은 ‘탈퇴가 미칠 여파’를 우려한 것으로 보았다. 규모와 영향력이 상당한 교회가 나가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노회원들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필그림교회가 교단을 떠나며 60만 달러를 노회에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산 분리보다 교세 약화, 남은 교회에 미칠 여파 등에 주목해 부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행한 필그림교회 공동의회. 이날 공동의회는 교단 탈퇴를 98% 찬성률로 결의했다. 1년 후, 노회의 지도를 거치고 열린 지난 10월 공동의회도 97% 찬성률로 교단 탈퇴를 결의했다.

한편, 필그림교회는 지난 2012년 교단이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목사 안수를 인정하자 교단 탈퇴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열린 공동의회는 교단 탈퇴를 98% 찬성률로 결의했다. 1년 후, 노회의 지도를 거치고 열린 지난 10월 공동의회도 97% 찬성률로 교단 탈퇴를 결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