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어딜 가도 □□ 파는 곳은 있었다'

'네발 달린 왕자' 모시느라 등골 휜 아이티 농민들

2010-02-28     박지호

 아이티 참사 소식이 잦아들 무렵, 아이티를 찾았습니다.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머물렀습니다. 한국의 지구촌공생회가 파견하고, 미주종교평화협의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봉사단에 합류했습니다. 급파됐던 기자들이 떠나고 긴급구호도 마무리된 단계에서 아이티를 찾은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아이티 사람들의 필요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아이티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한 때입니다. 한국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도 한 달 만에 150억 원을 모금했고, 북미주 교회나 단체의 방문도 끊이지 않습니다. 자극적 '이슈'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장기적으로 동참하려면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필요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합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한 시간만 돌아다녀 본 사람은 안다. 시내 어디를 가든 빠지지 않고 눈에 띄는 가게가 무엇인지. 바로 '로또'(복권)를 파는 곳이다. 허물어져가는 콘크리트 건물 벽에 'loto'라고 그려놓은 곳이 쉬지 않고 나왔다. 미용실이나 구멍가게에서도 부업삼아 로또를 팔았다. 

돼지 도살을 주도한 국제기관은 크레올 돼지보다 더 좋은 돼지를 들여올 것이라고 약속했고, 2년 뒤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미국산 돼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미국산 돼지는 정수된 물을 마셔야 했고, (80%의 아이티 국민들이 정수된 물을 마시지 못한다.) 미국에서 수입된 사료 값으로 1년에 90불이 들었고, (당시 1인당 국민 소득이 130불이었다.) 지붕 있는 축사가 필요했다. 때문에 미국산 돼지는 '네발 달린 왕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미국산 돼지 수입은 아아티에 총 6억 불의 손실을 가져왔다. 수입이 줄어든 농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어, 학교 진학률이 30% 이상 급감했다. 미국산 돼지의 수입은 아이티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여파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쌀 수입 문제와 크레올 돼지에 대한 부분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쓴 <가난한 휴머니즘-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Eyes of Heart: Seeking a Path for the Poor in the Age of Globalization)>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 및 참고했습니다. 

* 아이티 소식이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