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깨웠던 옥한흠 목사, 잠들다

9월 2일 오전 8시 43분 별세…빈소는 미정

2010-09-01     백정훈

사랑의교회(오정현 담임목사) 옥한흠 원로목사가 9월 2일 오전 8시 43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별세했다. 향년 73세. 폐암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옥한흠 목사는 갑작스런 고열과 기침으로 생명이 위독해져 지난 8월 8일 새벽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한 달여간 집중적인 치료를 받으며 산소 호흡기로 호흡을 이어오던 옥 목사는 결국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고 옥한흠 목사는 193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 신대원, 미국 칼빈신학교, 웨스터민스터신학교에서 수학했다.

옥 목사는 1978년 서울 강남에 은평교회를 설립하고, 1981년에 사랑의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교회 개척 초기부터 선교단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제자 훈련을 목회에 도입했다. '평신도를 예수의 훈련된 제자로 키운다'는 것을 모토로 삼고 제자 훈련에 매진했다. 사랑의교회는 옥 목사가 은퇴하던 2003년 당시 등록 교인이 4만여 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옥 목사는 제자 훈련 노하우를 <평신도를 깨운다>(1984년)는 책으로 엮었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교회에 제자 훈련 열풍이 불었다.

2003년 옥 목사는 "교회가 목사와 함께 늙으면 안 된다"며 70세 정년을 5년이나 남겨두고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옥 목사는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오정현 목사에게 2003년 12월 담임목사직을 넘겨주고, 2004년 1월에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옥 목사의 조기 은퇴는 당시 교회 세습 등으로 개신교의 위상이 추락하던 것과 맞물려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옥한흠 목사는 교계의 연합 운동에도 관심을 두고 일했다. 1986년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의 산파 역할을 하고,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대표회장을 맡았다. 1998년에는 여러 교단을 아우르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를 설립하고 수련회, 세미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강한 교회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은퇴 후에는 자신이 1986년에 설립한 국제제자훈련원을 통해 제자 훈련의 국제화에 진력했다.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제자 훈련 세미나 강의를 맡으며 자신의 목회 철학을 한국교회와 후배 목회자들에게 전했다.

빈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족으로 아내 김영순 사모, 아들 성호, 승훈, 성수가 있다.

백정훈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