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들고 동네 한 바퀴 돌면 복음화 되나?'

뉴욕전도협의회 주최, 십자가 대행진 유감

2010-09-21     이승규

십자가 처형 방법은 중세 로마 시대에서는 가장 악독한 사형 방법이었다. 이 처형 방법은 동양에서 시작했고, 고문 수단으로서도 사용했다.

주로 로마인들이 십자가 처형을 했는데, 노예와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 사람들에게 주로 이 방법을 시행했다. 십자가는 수직 버팀대와 횡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횡대는 버팀대 꼭대기 또는 꼭대기 바로 아래에 가로 놓여 있었다. 수직 버팀대의 높이는 보통 사람의 신장 정도. 수직 버팀대에는 발 디딤대가 놓여질 때도 있었다.

십자가 처형을 받는 죄수들은 이틀에서 사흘만에 죽게 되어 있었다. 그나마 발 디딤대가 있으면 죽는 시간이 약간 길어지기도 했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발 디딤대가 없이 십자가에 손발이 묶인 채 매달린 경우에는 사형수의 혈압이 급격히 줄어 맥박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빨리 죽는다.

십자가에 매달리면 고통 당하며 죽어

게다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대부분 사형수가 채찍질을 심하게 당하기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리면 뇌수와 심장에 피가 불충분하게 공급된다. 그래서 시력장애가 발생한다. 로마 군병들은 날카로운 동물의 뼈나 철조각이 달린 채찍으로 기절 직전까지 때렸다. 피가 튀기고 살점이 떨어지는 건 다반사였다. 때로는 사형수의 다리를 곤봉으로 때려 무릎 아래를 부러트렸다. 이렇게 되면 사형수는 더 이상 체중을 견딜 수 없어 피가 순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심부전증이다.

예수님이 달린 십자가의 높이는 약 210cm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의 다리를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그 전에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십자가에 달리면 두 발을 모은 뒤 복사뼈 바로 밑에 대못을 박는다. 다음에는 끈으로 양팔 목을 가름대에 묶고 손목뼈 사이에 못을 박는다. 이런 다음 십자가를 세워 고정한다. 이렇게 달린 십자가에서 낮에서 땡볕에 밤에는 추위를 견뎌내야 했다. 때로는 날짐승의 공격을 받으며 서서히 죽어갔다.

글을 읽으면서 상황을 떠올려 보자. 너무 끔찍하고, 말 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올 것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당시에는 노예들에게나 행했던 방법으로 사형을 당했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느낄 수 없다.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어려운 상황은 글이나 말로 전달되지 않는다.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체감을 할 수 있는 법이다.

노력은 가상한데…

지난 9월 13일부터 이틀간 뉴욕전도협의회가 맨해튼에서 플러싱에서 십자가 대행진을 했다. 약 150명의 목사와 교인들이 십자가를 들고, 전도지를 나눠주며, 예수를 전했다. 동시에 낙태와 동성애 반대를 부르짖었다. 뉴욕전도협의회 회장인 이희선 목사는 "십자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산다"며 낙태와 동성애 등을 꼽았다.

십자가의 의미를 잃어린 것이 낙태와 동성애뿐인가. 그래서 십자가를 들고 동네 한 바퀴 돌면 그런 게 다 없어질까. 사람 모아놓고 전도지 돌려가며 예수 믿으세요 한 번 외치면 뉴욕이 복음화 될까. 물론 십자가 대행진에 참여한 목사나 교인들은 그게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뉴욕을 복음화하기 위해 열심히 전도한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뉴욕이 복음화 되는 것은 단순히 예수 믿는 사람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칭 기독교 국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른 방식 때문에 먹거리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개신교인들은 그라운드제로에 모스크 설립을 반대하고 있고, 어떤 목사는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인종 갈등, 빈부 격차, 종교 갈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된 게 낙태와 동성애 때문인가? 아니면 예수 믿는 사람이 적어서인가? 아니면 무슬림 때문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저 빵이나 돈을 주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게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주일성수를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일에 일하지 않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사회를 교회가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교회에 장애인, 동성애자, 가난한 사람들이 맘 놓고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십자가를 들고 자랑스럽게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고 회개를 해야 할 때다. 그럴 때 뉴욕이 복음화가 되고, 이 땅 위에 하나님나라가 이루어 질 수 있다.

십자가와 관련된 정보는 기독지혜사에서 발간한 성서대백과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