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목회자의 한국행, 어떻게 볼 것인가?

'미주뉴스앤조이 목회자 모임' 특집 좌담

2010-09-21     김성회

요즘 이민 교회의 화두 중 하나는 미주 한인 목회자들의 한국행이다. '미주뉴스앤조이 목회자 모임'은 지난 8월 23일, 두 번째 모임을 갖고 한인 목회자이 한국으로 사역지를 옮기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왜 계속 미국에서 사람을 데려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시작해 목회자의 이임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시선은 어떤지, 목회자가 목회지를 옮길 때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그렇다면 목회자가 교회를 옮겨야 할 때는 언제인지 등 다양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목회자가 언제 떠나는 것이 아름다운지로 모아졌다.

분위기는 시종 진지하면서 동시에 유쾌했다. 연애하다 헤어질 때 세상에 가장 재수 없는 게 하나님 뜻이라며 사임의 변을 밝힐 때는 하나님의 뜻이라기보다 솔직히 있는 그대로 말하자고 제안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청빙 절차는 있는데 파송 절차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떠날 때도 회중의 의사를 고려하자는 의미 있는 지적도 나왔다. 또 목회자와 성도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특정 기간 이후에 재신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모임에는 김기대 목사(평화의교회), 노진준 목사(세계로교회), 성현경 목사(파사데나장로교회),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가 자리를 함께했다.

국경을 허물어버린 세계화의 영향?

한성윤 / 한국에서 왜 계속 이민 교회 목회자를 청빙해갈까. 물들지 않은 순수한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미국에 대한 동경도 작용하는 것 같다. 참 애매하다

김기대 / 개인적으로 세계화, 신자유주의와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물건은 미제가 좋아도 목사는 국산이 최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교회가 무한경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고 나니 미국에서 목회하던 사람이 경쟁력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 고려되는 것 같다. 미국에 대한 동경심을 무시하기 어려운 거 같다.

한성윤 / 한국에서 이민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처럼 여기서도 한국 목사를 찾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말 그대로 국경의 벽이 없는 세계화의 시대다. 김기대 목사님 말처럼 신자유주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자본의 증식이 막히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여기 있는 목사들이 한인 사회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더 큰 것을 이루고자 더 큰 시장에 가서 더 큰 시장을 잠식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민 사회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 답답해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게 된다.

성현경 / 힘든 이민 목회를 했으니 내공을 인정받은 것일까. (웃음) 한국은 지금 대형 교회 몇 군데 빼고 30대, 40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교회의 80년대 상황이랑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지금 함께 다문화 목회를 하고 있는 미국 교회도 예전에 5,000명 다니던 대형 교회였지만, 지금은 200명만 남았다. 중간층이 빠져나가는 데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결국 무너진 것이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면서 미국 교회 내에도 노하우가 쌓였고, 그런 노하우를 가지고 이민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런 점을 한국 교회가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성도들의 상실감은 어떡하나?

한성윤 / 목사 입장에서는 때가 되어, 하나님의 명에 따라 교회를 옮기는 것이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신감을 느끼는 면 또한 있지 않을까?

성현경 / 상실감은 당연하지만 자부심도 가지자. 여기서 키워서 한국으로 스카우트 돼서 가는 것 아닌가? 우리가 좋은 목회자를 한국으로 파송하는 게 아닌가. 이민 교회 정체성에 맞는 목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일 필요하다고 본다.

송병주 / 한국 교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생긴 콤플렉스도 작용한다고 본다. 미주 이민 교회가 독립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미국 교회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자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에서 찬양이 나오면 그게 한국에 수입되어 5년 동안 돌고 다시 LA로 역수입되어서 전국의 한인 교회로 퍼져 나간다고들 하잖나. 이런 한계를 못 벗어나는 것이 큰 문제다. 아직까지 이민 교회가 한국을 부정하는듯하면서도 의존하고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다

성현경 / 이민 교회가 거쳐 가는 정거장 취급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지난번에 제주도에 갔었는데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목사들이 부임했다가 얼마 안 가서 육지로 도망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더라. 그 사람들이 "못생긴 나무가 베이지 않고 오래 남아있는 법이다. 우리는 설교 잘하는 목사나 뛰어난 목사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오래 머물러 줄 목사를 원한다"고 하더라. 그 좁은 한국에서도 그런 정서가 있는데 비슷한 거 아닐까 싶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미국 생각이 났다. 하지만 목회자 입장에선 안 떠나고 평생 한곳에 머물 수도 없는 입장이다. '떠난다', '버린다'의 개념이 아니라 '파송한다', '보낸다'는 개념으로 여겨주고,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문제로 봐주는 게 필요하다.

제발 떠날 때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지 말자

노진준 / 꼭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론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데도 교인들이 힘들어했다. 가장 많은 질문이 "큰 교회로 가는 거냐" 것이었다. 조금 더 큰 교회로 가려고 섬기던 교회를 놔두고 떠나는 거 아니냐고 여길 수도 있는 것이다. 목회자의 이동은 대개 상향이다. 더 큰 교회로 가는 것이 경향이지 않나. 목회에 대한 생각이 소위 말하는 성공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인들이 실망하는 것은 교회를 옮기는 것 자체가 아니라 목회자의 이동이 상향적이라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사임의 이유를 밝힐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다른 교회로 가면서 "도시를 변화시키겠다. 하나님의 부름이 있었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면 몰라도 그런 말로 상향 이동을 합리화 시키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더 큰 교회로 떠나게 되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송병주 / 장로님들하고 당회하면서 어떤 결정할 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을 때는 분명한 응답이 있었다 할지라도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예하다 헤어질 때 세상에 가장 재수 없는 게 하나님 뜻이라고 하면서 헤어지는 것이라는 우스개도 있지 않나. (웃음) 그냥 미안하다 하면 되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서.

성현경 / 혹시 송 목사님이 그렇게 헤어진 상처가 있는 것 아닌가. (웃음) 성공 지향적 목회는 우리가 말하는 신앙, 영성과는 다른 방향이다. 위로만 올라가는 삶이 바로 성공 지향적 목회다. 그러나 만약에 떠나서 더 어려운 목회지와 삶을 향해 간다면 오히려 성도들에게 감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떠나게 된다면 왜 떠나야 하는지 솔직하게 선택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라.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정 하나님의 뜻인지 자기 욕심인지 구분하고 싶다면

송병주 / 잘 되니까 끝까지 쥐고 가면 욕심이고, 안 되는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감당하면 헌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울수록 평생 함께 할 마음으로 사역해야 하고, 잘 되고 성공적일 수록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20년이 지나도 성장 없는 교회를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 10배로 성장한 교회라도 떠나라면 떠날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에 솔직한 동기가 문제이지, 단지 머문다는 것과 떠난다는 것 자체만으로 바르다 아니다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떠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동기와 과정의 문제로 사람들이 실망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성윤 / 가끔 요식행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PCA 교단에서는 목사가 다른 교회에서 청빙을 받게 되면 교회 정관에 따라 청빙 할 때와 같이 교인 과반수 혹은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한다. 교인들의 축복을 받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사랑의교회도 공동의회를 하고 투표를 통해서 교인들이 납득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최선인지는 모르지만 노력한 사례라고 본다. 의결을 통해 성도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 목사 자신에게도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남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도 되지 않겠나. 만약 당장에라도 현 목회지보다 더 좋은 조건에 제안이 들어오면 이게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왜 생각 안 하겠나. 그런데 그게 하나님의 뜻인지 자기 욕심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청빙 받을 때 성도들에게 확인 받는 것처럼 떠날 때도 확인절차가 필요하다.

노진준 /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허락 받고 떠나는 게 아니라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부임하고 7년 지나서 학업을 더 하고 싶었다. 입학 허가도 나와서 교회에 알렸지만, 찬반으로 갈렸다. 결국 교인 총회에서 부결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하겠다고 절차까지 다 밟았는데 좀 허락해주지 하는 마음에 섭섭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보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10년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17년을 보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번에 세계로 교회로 청빙 받아 간다고 하니 교인들이 이제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장일치로 보내줬다. 교인들의 의사를 묻는 제도 덕분에 떠나온 교회와도 잘 지낼 수 있게 됐다.

재신임 묻는 것도 자연스런 이임 유도하는 방법

송병주 / 다른 목회자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으나 목사 청빙하는 절차가 있는 만큼, 해임하는 것도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6년을 마치고 중간평가를 받을 것이다. 6년 마치고 안식년을 떠나면 자동으로 교회가 찬반 토론 없이 투표해서 본인의 재신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과반수 이상 찬성하면 6개월 만에 돌아오고, 반대의 경우는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진 뒤 사임하는 것으로 했다. 물론 100명 단위 교회는 한 가정만 반대해도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잘 알기에 무리한 적용을 해선 안 된다.

노진준 / 재신임 제도가 잘못하면 인기투표처럼 흘러갈 수 있다. 임기가 4년이라고 생각했고, 4년 동안 일할 비전을 제시하고 재신임을 물었다. 그런데 4년에 한 번씩 재신임을 물으니 교회가 불안해지는 측면이 있어 6년에 한 번으로 바꿨다. 재신임이 안 되면 1년간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신임을 묻는다면 목사도 그만 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미국 교회의 경우 신임을 물었는데 찬성이 61%가 나왔다. 40%가 안 원하는데 돌아갈 생각 없다고 목사가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