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에 필요한 게 '그 날개'일까?

개 교회 성장제일주의 부추기는 두날개양육시스템

2010-10-13     박지호

"하늘을 나는 새에겐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제시 잭슨 목사의 말처럼, 교회 역시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건강한 교회로 비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날개의 균형을 강조하는 두날개선교센터(김성곤 목사)의 주장은 일면 옳다. (두날개선교센터는 교인들을 전도, 정착, 양육, 훈련하는 재생산 사역자로 세우기 위한 두날개양육시스템을 만들어 보급하는 선교단체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날개가 무엇인지 고려한다면 두날개시스템을 마냥 성경적 교회 회복 운동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 교회와 한인 교회가 회복해야 할 날개가 무엇인지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1970년대, 세계 복음주의권 교회는 '로잔언약'을 통해 신학적 입장을 천명했다. 통전적 복음을 실현하기 위해서 '복음 전도'와 '사회 참여'라는 양 날개가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신학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그간 복음주의 진영은 사회 참여를 거의 외면하거나 사회 참여를 복음 전도의 한 방편으로 치부해왔다. 이런 불균형은 박득훈 목사가 쓴 '온전한 복음을 회복하라'는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복음의 온전성에 타격을 준 것 중 하나는 복음 전도와 사회 참여의 분리입니다. 복음주의 진영은 대속의 진리를 강조하는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은 대단했던 반면에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의 전반적인 변혁을 추구하는 운동을 복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왔습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구제나 봉사활동으로 미미하게 표현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럴 때 복음은 그 온전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틀에 비추어보자면, 교회 내부지향적인 두날개시스템은 복음 전도라는 틀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 그러니 두날개시스템이 한인 교회의 약한 날개(사회 참여)를 키워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이미 커져버린 한쪽 날개(복음 전도)만 기형적으로 더 키우는 시스템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두날개는 열린모임을 핵심으로 꼽으면서 이를 통해 전도가 체질화되고 습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유익으로 꼽았다. 두날개에서 강조하는 열린모임도 전형적인 소그룹 전도 방식 중 하나다. 신앙을 교리가 아니라 '관계'로 소개하며, 우정을 나누는 것을 주요 전도 방법으로 여겨야 한다는 점에서, 협박조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전도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두날개시스템을 건강한 교회로의 '회복 운동'으로까지 추켜세우긴 어렵다. 성도들을 신앙의 본질에 천착하도록 만들어, 이웃과 사회에 책임 있는 성도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개체 교회 성장을 위한 양육과 사역에 몰두하게 만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날개에서 강점으로 꼽는 열린모임이라는 것도 결국 '교회 중심적' 사역의 일환이다. 두날개의 노하우 세미나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대 사회를 향한 교회의 책임과 몫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 교회의 신학적 문제점으로 신앙생활이 교회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개교회주의는 성도들을 교회에만 묶어 놓아서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 그리고 봉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못하게 한다. 성도의 신앙생활의 영역이 교회 영역에 한정되어 역동적인 하나님나라의 건설을 하지 못하고 지역적이며 현세적이며 형태적으로 흐르게 한다. 개교회주의의 사고는 하나님에 대한 봉사가 오직 개교회에만 국한되어 아브라함 카이퍼가 주장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교육 등등에서 하나님의 영역 주권의 실현을 보지 못하게 한다." (안명준 교수의 <한국 교회의 신학적 문제점> 중에서)
 
개 교회 성장에 매진하는 것이 결국 전체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개교회 성장제일주의가 한국 교회의 급격한 양적 침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은 "한국의 비종교인들은 전체 인구의 53%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이들 가운데 개신교 신자였다가 비종교인으로 이탈한 사람들이 73%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교회의 추락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비종교인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는 직접적 원인은 교회 내부에 있다. 갤럽 조사에서 '대부분의 종교 단체는 참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교세 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79%에 이른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회를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교회 성장에만 몰두하여, 하나님의 뜻과 진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은 소홀히 한 채, 개체교회 성장제일주의라는 자폐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교회 재정 가운데, 3.88%만을 불우이웃돕기 등 교회 밖의 사회 봉사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김준우 소장, <예수의 의미> 추천사 중에서)

김준우 소장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 교회가 날아오르기는커녕 꼬꾸라지고 있는데, 그 핵심 원인이 한국 교회가 '개체 교회 성장 제일주의라는 자폐증'에 빠져 이웃과 사회라는 교회 밖을 섬기는 한쪽 날개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주 한인 교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 집행 현황이 한인 교회의 내부 편중 현상을 잘 보여준다. LA 기윤실 실무책임자인 유용석 장로는 "교회 헌금의 대부분은 교회 건축, 관리비와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여유가 있으면 해외선교비로 사용하고, 구제와 사회봉사비는 전체 예산의 1%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많은 한인 교회들이 교회 성장의 도구로 두날개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두날개가 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도 있지만, 교회 중심주의, 개인 영혼 구원 중심주의라는 한쪽 날개만 비대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인 교회가 회복해야 할 날개가 무엇인지 '사역'과 '양육'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안'과 '밖'으로 구분해서 고민할 때다.  

두날개시스템'이란,  두날개선교센터(대표 김성곤 목사)가 선보인 목회 종합 시스템이다. 전도, 정착, 양육, 제자훈련, 군사훈련, 재생산훈련 총 6단계로 진행되며 한 사람의 거듭난 그리스도인을 강력한 주님의 군사로, 재생산 사역자로 훈련해 교회를 성장시킨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두날개선교센터 측은 16년간의 임상 실험을 거친 '두날개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14,000여 교회가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풍성한교회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교회가 된 것도 이 양육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