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5.18폄훼, 개신교가 가장 먼저 앞장섰다

다시 돌이켜 보는 1980년 8월 전두환 초청 국가조찬기도회

2019-02-18     이활
한경직,

다시 한 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끄집어내야겠다. 자유한국당 이종명(비례)·김진태 의원(춘천) 등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아래 공청회)의 여진이 여전한데다, 파문의 장본인인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에게서 반성의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와 5.18과의 관계도 다시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일단 이번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3인방 중 김진태 의원과 이종명 의원은 개신교인이다. 사실, 극우논객 지만원 류의 ‘5.18 북한군 개입설'을 소비하는 두 축은 보수 정치권, 그리고 보수 개신교계일 것이다.

이번 파문 이전에도 일부 보수 성향의 목회자는 공연히 5.18 폄훼에 앞장섰다. 대표적인 발언을 아래 인용한다.

‘신군부 공수부대가 아니라 북한의 특수부대가 시민에게 발포한 것'

- 서울교회 이종윤 원로목사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북한 간첩의 소행'

-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5.18을 계기로 친북 좌파가 확산됐으며 주사파가 운동원의 주류가 됐다'

-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막말·선동 난무해야 폄훼일까?

그러나 이런 발언에 앞서 한 가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다. 꼭 거짓 주장과 막말, 선동만이 5.18폄훼일까 하는 의문 말이다.

시계를 1980년 8월로 돌려보자. 당시 한경직, 정진경, 김준곤 목사 등은 서울 시내 유명호텔에서 전두환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불러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 기도회>를 열고 그를 축복했다.

그 시절은 광주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그리고 전두환은 명실상부 권력자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광주의 비극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그런 자를 불러다놓고 기도회를 열었다는 건, 교회가 사실상 손에 피를 묻히고 권력을 움켜 쥔 권력자와 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시 처음의 문제제기로 돌아가 보자. 거짓 주장과 막말만이 5.18 폄훼가 아니다. 종교인이 광주의 비극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을 불러 기도회를 한 일 자체가 가장 심각한 폄훼다.

1980년 기도회가 ‘일부' 목회자가 벌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당시 기도회 자리를 마련한 목회자들은 엄연히 이 나라 교회의 ‘주류'다. 더욱 중요하게는 23명 가운데 신현균·지원상 목사 이렇게 두 명만 제외하곤 당시의 일에 대해 그 어떤 참회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흑역사'를 감안해 볼 때, 개신교 교회에 출석하는 보수 야당 의원이 5.18폄훼 논란을 일으킨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1980년의 국가조찬 기도회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과거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미 "한국교회의 한편에는 지난 시절 국보위라는 초법적 기구에 일조를 아끼지 않은 지도자들도 있었고, 전직 대통령들의 통치를 정당하게 만든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있었다"며 참회를 촉구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주역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사에서 볼 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를 잊은 교회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를 모른 척 하는 교회가 무슨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