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독립기념일 (The 4th of July)

2019-07-06     박충구

“무섭다....”

(박충구

아침에 일어나서 엊저녁 뉴스를 들었다. 어제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7월 4일, 트럼프가 사상 최대 규모로 화려한 독립기념일을 연출했다. 워싱턴 거리에 신형 탱크 퍼레이드를 벌이고, 비행기를 머리 위로 날렸다. 밤엔 늘 하던 대로 도시마다 파이어 웍을 했는데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사람들은 다들 흥분해서 “굉장했다”며 즐거워했다.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서는 무려 25분간 쉬지 않고 폭죽을 쏘아댔다고 한다. 위대한 미국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국경일을 자신의 선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일었다. 미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를 지키는 강한 군대,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다시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는 구호가 숨어 있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같은 날 미해군 특수부대 요원이 부상한 나이 어린 ISIS 혐의자의 목을 칼로 찔러 죽인 일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무죄 판결로 풀려났다. 그 청년은 자신은 무고하다고 주장했었고, 다른 특수부대 요원들이 그 청년의 상처를 치료하던 중이었다. 부상당한 포로를 죽인 명백한 살인 행위였으므로, 그 병사는 기소되었다. 그러나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트럼프는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위대한 미국의 군대는 적으로 간주한 사람을 죽여도 무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상한 포로가 치료받는 중에 칼로 그의 목을 찔러 죽여도 그가 미군이면 무죄 방면을 받고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받는 나라다.

어제, 미국 국경에 세워진 불법 이민자 임시 수용소의 형편없는 실태가 보도되었다. 국경수비대가 41명 규모의 시설에 무려 80여 명을 수용하여 사람들이 세면이나 대소변조차 보기 어려운 비참한 시설에 40일 동안 갇혀 있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를 향한 기차에 타고 있었던 유대인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 시설을 살펴본 한 의사는 너무나 놀라 사람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증언했다. 아이들이 옷을 벗거나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고발이 있자 “그들은 그들이 떠나온 곳보다 더 좋은 시설에 있다”고 응수했다. 그가 말하는 위대한 미국, 무엇일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메들린은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규정했다. 그녀는 미국이 그동안 파시스트와 싸워온 것을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 제국주의적 힘을 자랑하는 세력치고 파시스트 정권이 아닌 적이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파시스트는 사람을 나눈다. 우리 편은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편은 인간 대접을 받을 존재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므로 인간 대접을 받을 존재가 아닌 사람은 죽여도, 사람다운 대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대우하지 못하는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 우린 이런 존재를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한반도의 운명도 어쩌면 트럼프라는 한 파시스트의 마음 먹기 달린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척 무겁다. 그가 과연 한반도 뭇 생명을 인간 대접을 할 만한 인간으로 여기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종전 후 68년 동안 한반도를 대립과 갈등 속에 버려둔 세력, 미·중·일·러 네 나라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정황에 둘러싸인 우리 안에서도 파시스트들이 날뛰고 있다. 연일 독기어린 비난을 쏟아내며 화해와 평화의 길을 가로막는 정치가,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명사, 빨갱이, 동성애자를 향한 저주의 독설이 만연하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약자에게 독설을 내뿜으면 자신들이 더욱더 좋은 인간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파시스트들이 득실댄다. 무서운 세상, 무서운 교회다.

칼럼 원문: https://www.facebook.com/ck.park.18/posts/2696858443661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