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회 '한 길' 걷기까지
세계로교회와 헤브론교회 한길교회로 통합해
남가주 LA에 있는 헤브론교회와 세계로교회가 '한 길'을 걷기로 했다. 양쪽 교회가 공동의회를 거쳐 통합을 결의하고 작년 12월 5일 통합 예배를 시작으로 '한길교회(노진준 목사)'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교인들의 공모를 통해 결정한 한길교회란 이름은 두 교회가 함께한다는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그 길(The way)'을 걷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분열의 역사 하나 됨으로 새 출발'
두 교회의 통합은 양쪽 교회의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촉발됐다. 세계로교회의 경우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사용하던 예배당도 올해 7월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다. 다시 예배당을 빌리려니 마땅찮고, 구입하려니 재정적으로 벅찼다. 극심한 불경기에 예배당 구입으로 교인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 노진준 목사는 교인들에게 한 달간 매주 월요일마다 예배당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세 번째 기도회를 가질 때 헤브론교회가 통합을 제안해왔다.
헤브론교회는 한때 교인 수가 500명에 이르렀지만 수년 동안 내홍을 겪어온 탓에 많이 줄어들어 교회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에 벅찬 상황이었다. 교회를 처분하거나 예배당을 노회로 넘기고 해산할까 고민하던 헤브론교회는 다른 교회와의 통합을 모색했고 세계로교회를 선택한 것이다.
헤브론교회가 모든 것 내려놓은 게 통합의 원동력
"헤브론교회가 숫자가 적기 때문에 무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 그러지 않으려고 우리 것을 챙기고 기득권을 내세우려했다면 통합이 어려웠을 텐데 헤브론교회 측에서 전권을 내려놓은 것이 통합을 앞당기게 된 원동력이다." (노진준 목사)
헤브론교회 측에서 통합을 주도했던 안효진 장로는 "기득권을 내세우자면 한도 끝도 없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기에 양보나 협상이란 단어도 적절치 않다. 전적인 내려놓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을 추진하면서 "통합 이후 지역사회를 위한 구제 사업과 선교 사역에 더 애를 쓰자는 단 두 가지 조건만 내걸었다"고 말했다. 안 장로는 한 걸음 더 나가 은퇴를 1년 반 여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은퇴까지 선언했다. 혹여나 자신이 두 교회의 통합에 장애물이 될까 하는 염려에서다.
통합이냐 흡수냐
통합 과정의 전권을 넘겨받은 세계로교회로서는 교인 수도 월등히 많기 때문에 헤브론교회를 통합이 아닌 '흡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세계로교회는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한길교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로 하고, 양쪽 교회의 직원들과 사역자들 제직들을 동일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공동의회도 기다렸다. 원래 11월에 공동의회를 가져왔던 세계로교회는 한 달을 기다려 모든 부서의 편성 및 임원 선출 등을 통합 이후인 12월로 미뤘다. 교회 요람을 만들면서도 세계로교회와 헤브론교회의 역사를 모두 빼고 한길교회로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같은 장로교회긴 하지만 체질이 다른 두 교회가 단 6~7개월 만에 통합하는 것이 너무 성급하지 않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또 통합하면서 교회 이름까지 바꾸는 대폭적인 변화를 시도하는데 교인들의 반대 의견이 없을 리 만무하다. 노 목사는 "통합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에게 서둘러서 억지로 몰아가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에게도 통합을 결정한 이후에도 법적인 내용이나 절차상에 문제가 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를 위해 노 목사는 "최대한 소통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게시판에 반대 의견이 올라와도 지우지 않았다. 반대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노 목사는 "통합하려 한다고 광고하고 바로 투표하지 않고 한 2주 정도 교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말했다. 또 공동의회를 통해서 그동안에 진행되는 일들을 소통하고, 공청회를 열어서 관계자들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통합을 반대했던 한 교인은 "통합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목사님을 비롯한 리더십이 귀를 기울여줬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통합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12월 5일 열린 통합 예배에 참석한 한 교인은 "교회의 연합이야말로 예수님의 사랑을 밑거름으로 얻어지는 열매라고 생각한다. 오늘 예배를 통해 헤브론교회 식구들과 세계로교회 식구들이 비로소 한 가족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헤브론교회에 있던 교인 중 한 명은 "편한 신발을 신다가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느낌이다. 불편한 건 왜 없겠나. 그래도 좋은 일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니까 기쁘게 여기고 있다"고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놨다.
통합 소식을 듣고 처음 방문했다는 한 교인은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인 사회가 분열의 연속 아닌가. 오죽하면 LA 한인회도 두 개다. 이런 마당에 교회가 연합하는 소식을 들려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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