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음주의권, 동성애 놓고 세대차 뚜렷

공공종교연구센터, 게이·레즈비언 인권에 관한 연구보고서 발표

2011-09-06     윤영석

'밀레니엄 세대'라고 불리는 18세에서 29세 사이의 복음주의자들은 동성 결혼에 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내 보수 복음주의 진영의 기독교인은 동성애 및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반대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의제는 이 밀레니엄 세대에게도 해당될까? 최근 공공종교연구센터(Public Religion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복음주의 진영 전체의 76%가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복음주의 진영의 밀레니엄 세대의 44%는 동성 결혼에 '호의적이다'고 답해, 65세 이상 그룹의 12%가 호의적이라고 답한 결과와 큰 대조를 이뤘다.

복음주의권 내의 세대 간의 의견 차이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소위 '문화 전쟁'을 치뤄가며 동성애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옹호하는 문화에 대항해 왔다. 선거 때마다 공화당은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이런 움직임을 이용했다. 가장 최근의 예로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있다. 하지만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게이·레즈비언 인권에 관한 시각 변화가 '세대 간의 틈 사이'로 오고 있다.

공공종교연구센터는 미국 내 3,000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종교, 나이, 민족, 인종 별로 게이·레즈비언 인권에 관한 견해를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8월 31일, <세대 충돌: 밀레니엄 세대와 게이·레즈비언 인권의 미래>(Generations at odds: The Millennial Generation and the Future of Gay and Lesbian Rights)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성 결혼에 대한 전체의 의견은 각각 47%로 양분화됐다. 종교와 연령의 차이가 의견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비기독교인들은 각각 70%와 67%로 동성 결혼에 호의적이었다. 반면, 흑인 개신교인들과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각각 60%와 76%로 동성 결혼을 반대했다.

공공종교연구센터가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19%만 동성 결혼을 찬성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의 그룹은 12%만이 동성 결혼에 호의적이었으나, 밀레니엄 세대의 44%가 동성 결혼에 대해 호의적인 경향을 보이면서 복음주의권 진영 내에 세대 간의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그래서 공공종교연구센터는 "동성 결혼 지지에 관한 세대 차이는 매우 크고 보수적인 정치 종교 집단에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밀레니엄 세대, 게이·레즈비언 인권에 더욱 호의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복음주의권에서 나타난 동성 결혼 합법화와 동성애자 안수에 대한 세대 간의 견해 차이는 종교와 인종, 민족을 넘어서 일관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동성 결혼에 관한 호의적 성향은 62%를 차지했으나, 65세 이상의 그룹에선 31%만이 호의적이였다. 동성애자 안수에 관해 밀레니엄 세대의 61%가 지지한다고 나타났으며 65세 이상의 그룹의 34%가 지지했다.

공공종교연구센터는 "게이·레즈비언 인권에 관한 모든 공공 정책(동성 결혼 합법화, 동성 커플 입양 합법화, 동성 간의 결합을 '시민 연합civil union' 차원에서 인정하는 법안, 동성애자 고용 차별금지법안) 찬성 여부에서 밀레니엄 세대와 65세 이상의 그룹은 적어도 20%의 차이가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종교 단체가 게이·레즈비언 이슈에 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젊은이들을 소외시킨다"라는 질문에서 세대 간의 의견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밀레니엄 세대의 69%, 30세-49세 그룹은 56%, 50세-64세 그룹의 5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65세 이상 그룹은 37%만이 동의했다.

버지니아대학의 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는 젊은 복음주의자들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바탕으로 1997년 <복음주의: 다가올 세대>(Evangelicalism: The Coming Generation)를 저술했다. 이 책에서 헌터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복음주의권 내 중산층화와 고등교육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복음주의권 공동체는 사회적으로 더 드러나고 정치적으로 더욱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 동시에 이 공동체 역시 복음주의권 밖의 더 크고 복잡한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헌터 교수는 대학 교육을 받은 신세대 복음주의자들은 공동체의 전통적 믿음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고, 14년이 지난 2011년, 헌터 교수의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