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교회가 말하는 교회 개척이란?

[미주뉴스앤조이아카데미] 리디머교회의 사례에서 배우는 교회 개척의 방향

2011-11-18     윤영석

"교회여, 깡통을 주는가, 테니스공을 주는가."

리디머교회의 마크 레이놀즈 목사가 '교회 개척 세미나'의 참석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교회와 깡통, 그리고 테니스공,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과연 무슨 의미로 레이놀즈 목사는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

"테니스공은 아무리 눌러도 터지지 않는 이상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것은 종교가 하는 일이다. 그때마다 마음의 변화가 있겠지만 원래대로 돌아간다. 깡통을 보자. 깡통에 압력이 가해지면 그 모습이 변화되듯이, '복음'이 선포될 때 사람의 마음은 영원히 고정된다. 교회는 깡통, 즉 복음을 줘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테니스공, 즉 종교를 준다." (마크 레이놀즈)

레이놀즈 목사가 던진 질문의 핵심은 바로 '복음'이다. 교회가 복음을 주고 있는지 종교를 주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레이놀즈 목사는 복음이 교회 개척의 중심이자 리디머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학적 가치라고 말했다.

리디머교회가 지향하는 교회 개척의 원동력은 '복음'

'미주뉴스앤조이아카데미'는 11월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뉴욕아카데미 강당에서 '교회 개척 세미나'를 열었다. 리디머교회에서 교회 개척 네트워크 프로그램 디렉터로 있는 마크 레이놀즈 목사와 믿음으로사는교회의 노진산 목사가 각각 세미나의 강의와 통역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약 20여 명의 1세와 2세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메가처치가 지향하는 교회 개척과 리디머교회와의 차이점을 비롯해 한인 2세들이 리디머교회에 몰리는 이유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리디머교회가 지향하는 교회 개척의 주요 특징들은 무엇인가. 레이놀즈 목사는 복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복음을 아는 것과 복음이 그 교회를 형성하고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복음이 교회를 만들어간다. 구약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두려움, 죄책감, 수치를 경험했다. 교회는 아프리카 문화에서는 두려움을, 서구 문화에서는 죄책감을, 동양 문화에선 수치를 강조해 사람들이 변화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회가 사람들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의해 변화되도록 힘써야 한다." (마크 레이놀즈)

레이놀즈 목사가 말하는 '복음이 이끄는 교회'란 "신학적으로 정통적(orthodox)이고 실천적인 면에서는 성경적이되, 율법적이거나 진보적이지 않고, 교리적이거나 경건주의적이지도 않되, 개인주의적이지도 집단주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한 곳으로 쏠리지 않는 '중용의 길(via media)'이 곧 복음이 이끄는 교회의 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레이놀즈 목사는 '반드시 복음이 성화, 헌신, 관용, 사역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우리가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복음은 주로 '아름다운(beautiful) 것'이 아니라 '유용한(useful) 것'으로 이해됐다. 예수께서 우리를 더 나은 부모, 아내, 남편, 사회인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가? 만약 예수가 더 이상 우리 삶에 유용하지 않다면? 예수는 유용한 분이신가, 아름다운 분이신가? '예수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 '예수는 진정 아름다우신 분이다'라는 메시지가 교회에서 선포되어야 한다." (마크 레이놀즈)

교회여, 도시와 어떤 언어로 소통할 것인가

그렇다면 교회 개척의 존재 여부를 결정짓는 복음의 소통은 필연적이다. 특히나 뉴욕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들을 타겟으로 교회 개척을 하고 있는 리디머교회의 경우, 복음은 반드시 도시의 사람들과 소통돼야 한다. 레이놀즈 목사는 이런 맥락에서 "설교와 예배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설교자, 교회, 교단은 이미 상황화를 시작했다. 특정한 사람들과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한다. 즉, 상황화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상황화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수가 상황화의 가장 좋은 예다. 하나님이 우리의 모습으로 오셨다.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 상황으로 들어가 소통해야 한다. 그저 아이디어만 준다고 변화되는 게 아니다." (마크 레이놀즈)

레이놀즈 목사는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교와 예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설교하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교의 상황화를 위해 우선 믿지 않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살펴보라. 그리고 설교할 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 (마크 레이놀즈)

예배 또한 설교처럼 상황화되야 한다. 레이놀즈 목사는 "아무런 고민없이 예배 형식의 전통을 막연히 따라가는 기류"를 비판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예배 형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황과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백인 중산층 복음주의 계열의 교회가 도시에서 교회 개척을 하려다 실패했다.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도시에서 자신들이 익숙한 예배 형식만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마크 레이놀즈)

레이놀즈 목사는 교회 개척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훌륭한 교회 개척자는 다양한 교인들을 위해 자신의 예배 형식 선호를 억제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배 형식에는 엄숙하거나 카리스마적인 예배 분위기, 전통적이거나 현대적인 예배 음악 장르 등이 포함된다.

레이놀즈 목사는 도시의 상황과 문화뿐만 아니라 "예배 형식의 상황화를 위해서 목회자가 속한 교단의 전통에 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교회가 처한 도시의 상황과 교회가 속한 교단의 전통이 균형있게 맞물릴 때, "예배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교회 개척인가

이날 세미나에 모인 참석자들 중 하나는 "리디머교회의 교회 개척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레이놀즈 목사는 "'도시를 위한 교회 개척'과 '교세 확장을 위한 교회 개척'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리디머교회가 "다른 교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도시 성장 모델'"을 따르고 "개교회의 성장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교세 확장을 위한 교회 개척인가. 아니면 하나님나라와 도시의 변화를 위한 교회 개척인가. 리디머교회의 'City-to-City' 교회 개척 프로그램은 후자인 '도시 성장 모델'을 따른다. 즉, 도시의 웰빙을 위한 교회 개척이다. 그래서 리디머교회가 속한 미국장로교(PCA)의 교회만이 아니라 타 교단의 교회 개척도 돕는다." (마크 레이놀즈)

또다른 참석자는 "한국의 메가처치들이 맨하탄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개척을 시작해 지역 교회들이 교인 감소 등으로 큰 타격을 받는 일이 빈번하다. 리디머교회는 개척하려는 지역에 이미 있던 교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고 물었다.

레이놀즈 목사는 "개척하기 전에 그 지역의 목회자들과 다른 교회 개척자들을 만나 그들을 존중하고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 교회를 개척해야 할 지 묻고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레이놀즈 목사는 "부자연스러운"(unnatural) 교회 개척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교회 내 분쟁으로 나간 교인들이 교회를 세우거나 문화적인 갈등으로 2세 목회자들이 개척하는 케이스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레이놀즈 목사는 이런 종류의 개척을 "저항하는(defiant)" 교회 개척이라고 불렀다. 노진산 목사는 '저항하는 교회 개척'은 건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회에 대해 불만이 있는 교인들이 있다. 불만이 이들을 하나로 만든다. 하지만 반대 의견에는 일치가 됐을지 몰라도 어떤 특정한 비전에 관한 일치는 힘들지 않은가." (노진산)

한인 2세들이 리디머교회에 몰리는 이유?

"무엇이 한인 2세들을 리디머교회로 끌어들이는가." 교회 개척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이날 모임의 참석자가 물은 마지막 질문이다. 실제로 리디머교회의 45%가 동양계다. 그중 한국계와 중국계가 다수를 차지한다.

레이놀즈 목사는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고 말문을 텄다. 하지만 그는 한인 2세들의 고학력화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치가 상승되면서 맨하탄의 화이트칼라 문화에 익숙해진 점을 지적했다.

노진산 목사는 "종교적인 기존의 한인 교회의 분위기보다 더 진솔하고 복음중심적인 리디머교회의 분위기"를 또다른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레이놀즈 목사가 언급한 한인 2세들의 사회·경제적 위치 변화를 한인 교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어떤 교회의 장로가 '똑똑한 2세들이 왜 죄다 리디머교회로 가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똑똑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인 2세들의 교육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 이런 2세들이 한인 교회에서는 여전히 중·고등부 학생 취급을 받는다." (노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