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망친 '찬송가 장사'
6년 동안 계속된 찬송가 사태 정리…100억 규모 매출에 눈먼 단체와 출판사
찬송을 부르면 가슴이 뜨겁지만 찬송가를 보면 머리가 뜨겁다. 찬송가를 둘러싸고 두 개의 찬송가공회와 여러 출판사들이 5년째 법원을 들락거리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탓이다. 다툼이 길어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다수 교인은 찬송가 사태의 과거와 현재, 원인과 결과를 알지 못한다. 그 사이 6년 만에 찬송가를 다시 사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 됐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시작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세 종류의 찬송가, <합동 찬송가>·<새 찬송가>·<개편 찬송가>를 사용했다. 그러다 당시 한국 개신교가 100년을 맞이하면서 연합 예배와 대규모 집회 등이 늘었고, 찬송가를 통일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 결과물로 1983년 <통일 찬송가>가 탄생했다. 찬송가공회는 <통일 찬송가>를 관리하기 위해 기존 찬송가를 가지고 있던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가 1981년 손잡고 만들었다.
싸움은 출판사들 사이에서 먼저 벌어졌다. <통일 찬송가>를 두고 1991년 한 번 투덕대더니, <21세기 찬송가>를 두고 2006년 대판 붙었다. 당시 대한기독교서회(서회)와 예장출판사(예장)은 독점 출판을 원했고, 두란노·생명의말씀사·성서원·아가페 등 4개 출판사가 반대했다. 찬송가공회는 처음에 서회·예장과 독점 계약했다가 2006년 4개 출판사와도 몰래 계약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회와 예장은 찬송가공회와 4개 출판사를 상대로 고소했다.
찬송가공회는 방만한 재정 운영과 탈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끄러워졌다. 지난 2004년 찬송가공회가 출판사로부터 9억 2000만 원의 인세를 받았으면서 교단에는 배당금으로 1억 5000만 원씩 주고, 회의비와 교통비로 약 1억 원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2007년에는 수입이 30억 원 가까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수입·지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금을 탈루해 국세청으로부터 8억 500만 원을 추징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용히 큰돈 쓰는 재미에 빠진 찬송가공회는 2008년 큰 파열음을 낸다. 비밀리에 충남도청에 법인 등록한 것이다. 한국·새찬송가위원회는 찬송가공회가 불법적인 법인화로 위원회의 손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성토했다. 찬송가공회는 적법한 절차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양 위원회는 법인 취소를 요구하며 싸우다 2011년 비법인찬송가공회(비법인공회)를 공식 발족하기에 이른다. 법인 등록의 적법 여부도 법원으로 넘어갔다.
현재는 두 가지 중요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21세기 찬송가>의 출판권에 대한 소송이 대법원에 가 있고, 올해 5월 충남도청이 내린 찬송가공회 법인 취소의 적절성이 행정소송 중이다. 이 와중에 비법인공회와 예장·서회는 새로운 찬송가 발간을 타개책으로 들고 나왔다.
머리를 데우는 찬송가 사태의 현상은 복잡하나 원인은 간단하다. '찬송가 장사'가 하고 싶은 이들의 욕망이 그것. 사태의 결과는? 교인과 한국교회 지갑만 털렸고, 계속 털리게 된다는 것이다. 찬송가를 만드는 이들, 제작 판매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찬송가 부르지 말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을 지경이다.
김은실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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