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도가 무엇이냐 묻는 이들에게
파장은 컸다. 고 김성수 목사의 사인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밝힌 기사의 조회수는 사흘이 지나지 않아 2만 건을 훨씬 넘겼다. 기사 밑으로는 '신뢰할 수 없다', '진실은 하나님만 아신다'는 식의 의문과 '자살하면 천국에 못 간다'는 댓글이 달렸다. 항의성 메일도 이어졌다.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썼다는 비판과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기사를 쓰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기사 자체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의문을 남긴 부족함을 인정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그동안의 취재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취재수첩은 의도가 무엇이냐 묻는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인 셈이다.
처음 제보를 접한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고 김성수 목사가 개척한 LA·서울 등 서머나교회에서 그가 사망한 뒤에도 생전 촬영한 설교 영상을 통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월 세상을 떠난 김 목사의 사인 역시 당초 알려진 심장마비가 아닌 자살이라는 소문도 돈다고 했다. 교회 리더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교인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떠도는 소문을 정리했다.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틈틈이 자료를 확인했다. 실체에 다가서기 전 조금씩 디딤돌을 쌓아 갔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와도 함께 취재를 진행해 소문을 확인했다. 설교 영상을 틀어놓고 예배를 열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되었다.
자살설에 대한 확인은 쉽지 않았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그의 첫 부고 소식을 보며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을 궁리했다. 장례식에 함께 했던 조문객들과 교회 리더들을 수소문했다. 김 목사 자살에 대해 인터넷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린 한 인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김 목사가 자살한 것이 맞으며 장례식장에서 들었다고 했다. 당시 추모를 위해 자리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위원으로 참여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장례 예배에 참여한 한 목회자는 기자의 질문에 "세상을 떠나신 분인데 사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김 목사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2월 6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사실을 확인해 준 이는 취재원 보호를 요청해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었다.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김 목사의 아내는 자살 사실을 부인했다. 김 목사의 다른 가족과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교회 팀장들은 자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김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회 장로 등 책임자들에게 침묵한 이유를 물었다. 서울서머나교회의 한 팀장은 자살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지만, 사인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며 일부러 감출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믿음이 약한 이들과 김 목사의 명예를 위해 심장마비로 사인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미주LA서머나교회 한 장로는 '그런 소문이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오히려 자살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했던 말씀이라고만 했다.
보도가 나간 뒤 논란이 이상한 방향으로 번졌다. 많은 이들이 자살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마치 진리인양 '선포'하기 시작했다. 기사에 밑으로 달리는 무수한 댓글 속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유로 한 인간이 겪어낸 비극을 마치 스스로 신이라도 된 것 마냥 판단하는 자들이 넘쳐났다. 그의 구원 여부를 자신이 판가름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김 목사의 설교를 들어오던 많은 이들이 한 목회자의 죽음을 파헤친 이유가 무어냐고 물었다.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김 목사를 질투한 돈 많은 목사가 사주한 것 아니냐며 추측을 늘어놓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저 살아남은 자들이 김 목사의 영면을 훼방한 채 스크린 속에 그를 끝없이 불러낸다. 누구나 문제 의식을 품을 법한 일이다. 기사를 사주한 것은 질투에 눈 먼 목사가 아니다. 진실에 눈 감은 채 매주 프로젝터로 그를 소환하는 이들이다.
당신들의 예배는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그가 전한 말씀이 중요하다'는 그 말씀은 누구의 말씀인가. 예수의 말씀인가 김 목사의 말씀인가. 지금 당신을 향해 김 목사는 뭐라 말하겠는가. 양복 입은 무당을 절규하며 비판한 그를, 스크린 속에 가둬 양복 입은 우상으로 만든 당신에게 뭐라 말하겠는가.
전현진 기자 / jin23@n314.ndsof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