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안되는가?"

한신대 신대원 학생,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해 논란

2014-11-29     고수봉

기도의 마지막, 거의 대부분의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든 염원의 끝을 맺는다. 교리적으로 매우 당연한 고백이지만 ‘거의 대부분’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렇지 않은 개신교인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학 또는 신앙적 견해와 해석의 차이에 따라 굳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라는 문구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장 연규홍)에 다니는 한 신학생이 올린 장문의 글로부터 촉발됐다.

그가 올린 글에 따르면, 대학원 채플에서 대표기도를 맡았고, 기도의 마지막에 그는 “지금도 고난 받는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끝마쳤다. 그런데 채플 담당교수는 이를 문제로 지적, 학우들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설교자로 초청된 목회자는 제대로 설교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채플 담당 교수와 면담을 진행했고,  그 교수는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한 의도와 구원론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며, 결론으로 “공적인 채플에서는 그렇게 기도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번 올리는 기도문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변경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본인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채플이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게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전해들은 몇몇 목회자들은 학생들의 학문적 자율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수와 학교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장교회의 한 목회자는 “장공 김재준을 이해 못한 학생들이 그의 급진성을 문제 삼아 교권에 탄원을 낸 일이 있었는데, 이제 거꾸로 학생을 이해 못한 교수가 그 일을 하고 있다.”며, “고난당하는 약자들을 맘에 품고 하늘에 호소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눈물겹게 고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연세대 신학교에서 80년 광주의 상처를 기도했던) 고 김흥겸 전도사의 기도문을 하루 종일 다시 읽었다.”며 “현장에서 기도는 민중의 이름, 전태일의 이름,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 등 어떤 기도든 할 수 있다. 그게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창락 교수(한신대 명예교수)는 “교리적 논쟁으로 가면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교리에서 벗어난 엉뚱한 생각과 용기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앙의 공통분모에서 필요이상으로 벗어나 물의를 일으키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교리와 신학의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문제를 제기한 신학생은 신학과 교수들에게 학문적 판단을 요구했으며,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에 대해 토론의 장을 열어줄 것”을 주장했다. 또한 “학생회와 신학생들에게 명확한 입장과 이 문제에 주체가 되어 수직적인 구조를 철폐하고, 대화, 토론의 방식으로 학교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전했으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말은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익환 목사의 글을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SNS와 학내 자유게시판에는 “고난 받는 민중과 예수는 다른 존재인가?”, “사건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방식이 안타깝다”, “견해에 찬성할 수 없지만 토론의 대상이지 징계의 대상은 아니다”, “종교적 제의에 질식된 예수운동의 현주소”라는 의견 등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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