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헌’, 묻혀진 소수 의견들

한인교회 안에서 바라본 세대별 입장 정리

2015-07-01     양재영

지난 26일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36개 주에서만 허용되던 동성결혼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동성결혼 합헌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지만, 보수적 남부와 한인교회들은 일제히 ‘사탄의 계략’, ‘종교적 진리 수호투쟁’ 등을 내걸며 교회와 단체의 힘을 합쳐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대해 한 교회의 교인을 연령별로 인터뷰함으로, 세대별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아보았다.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일반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기독교인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들의 반응은 일반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많이 달랐다. '동성애 = 죄'라는 무시무시한 선포가 교인들의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교인들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다른 기독교인들의 반응도 존중한다며 우리 교회가 특별한 교회로 보이기 원치 않기 때문에 교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교회에도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진 교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교회가 특별한 교회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와 반대 여론에 눌려 자기의 의견을 개진 못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말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교인들의 이름은 모두 실명이다.

“신학은 정의실현이다” - 문영조 (70대, 장로)

저는 어디가나 젊은 사람보다 더 앞서간다고 야단을 맞는 사람이다. 솔직히 이번 결정에 대해 대환영이고,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 2천년동안 끌어왔던 숙제를 드디어 미국이 해냈다고 생각하며, 이번 결정은 위대한 자유와 사상 속에서 피어난 큰 열매라고 본다.

성경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것도 그당시 사막에서 돼지고기 먹으면 위험하니 먹지 말라고 한 것이지, 오늘날처럼 냉장고가 있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의 한 구절을 가지고 2천년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유치한 신학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신학은 ‘정의실현’ 아닌가? 거기에 목적을 둬야하지, 음식이나 습관에 메여있으면 종이 되는 것이다.

“결혼의 신성함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 이혜정 (60대, 권사)

저는 ‘그들(동성애자들)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 아들이 커밍아웃했을 때를 생각한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오랜 시간 생각하니 (동성) 결혼 허락을 제도적으로 해주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

내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다고 했다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희 세대로서는 좀 (받아들이기)힘든 일이다. 우리 세대들은 이렇게 나가다가는 자손들에게 결혼에 대한 신성함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시간에 따라 많이 사라졌다.

“동성애는 다양성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한다” - 김희정 (50대)

개인적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인간평등 차원에서 잘 된 일이라고 본다. 가정에서는 약간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지에 대한 부모들 개개인의 책임이 커졌다고 본다.

‘이게(동성애가) 더 좋은 것이다’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냥 다양성의 차원으로 인식해야한다.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동성애가 더 모던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데 그건 옳지 않다고 본다. 동성애는 다양성의 일부일 뿐이다.

동성애에 대한 성경의 관점은 시대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성경에선 옛날에는 여성의 인권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 유영실(50대, 집사)

우리 큰 애는 학교에서 동성애 관련 프로그램을 이미 배웠다. 그 아이들의 관점은 ‘그 사람들은 그 사람이다’는 것이다.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걸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애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큰 애(21살)나 작은애(17살, 12학년 진학예정)는 고교 시절, 토론과 학습 등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정립 되어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요즘 애들은 거의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가 사는 타운홈 단지에도 여자커플이 있는데,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는 일도 확실하고, 단지에서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주 깔끔한 성격이고, 자기 생활을 즐기면서 사는 것 같더라.

"나도 한 때는 열렬한 동성애 반대론자 였다" - 이인숙(40대)

몇 해전까지 다른 교회 다닐 때 교회에서 반대 서명지 내밀면 가장 앞장 서서 서명하곤 했다. 그 때는 세상이 타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사회 정의에 눈 뜨게 되면서 그들을 보듬는 것도 정의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땐 정말 아무 생각없이 기독교인이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이 문제를 성서 자구적으로만 보지말고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거대담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경건한 체 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분노에 찬 말씀이 생각나기도 한다. 

 

“누구와 가정을 꾸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 – 김용호(30대, 장로, 민족학교 코디네이터)

저희 민족학교에서는 이번 합헌 결정을 축하하고 있고, 평등과 정의를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보고 있다. 38년 전에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는데, 백인과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폐지하는 판결이 있었다.

본인이 누구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고, 그런 것들을 미국사회에서도, 한인사회에서도 점점 더 인정해나가는 추세여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반 동성애가 오히려 소수의견이다” - 정하은 (20대, 대학생) 

(이번 결정은) 시간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문제는 종교가 아닌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기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국교회들이 많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미국교회의 젊은 층은 이것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솔직히 저희들 주변에 많은 동성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한인교회들이 생각하는 더럽다거나 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사회에 녹아있는 한 구성원일 뿐이다.

사실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남자들은 좀 티가 나지만, 여자들은 잘 알 수가 없다.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남부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에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그들의 의견이 오히려 소수의견이 되고 있다.

제가 다니는 학교가 휘튼 칼리지로 기독교학교라서 더욱 이런 분위기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동성애 친구들이 편하고 좋다” - 조예진 (10대, 이번 가을 대학 진학예정)

이번 결정에 대해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라는 정의는 좀 구태의연한 표현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성경대로만 본다면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10대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생각한다. 내 친구 중에도 3-4명의 동성애자가 있는데, 매우 편하고 친절하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