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메가 처치의 붕괴, 결코 멀지 않았다

2015-10-07     강만원

전체 국민에 대비해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은 세계 10대 대형교회들 가운데 무려 4개가 몰려있는, 말 그대로 메가 처치 왕국이다.

단일교회로는 전 세계의 모든 기독교 교단을 통틀어 <세계 최대 규모>라는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비롯해서 '세계 최대 감리교회'라는 금란 교회가 있다. 지금은 기가 많이 죽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회건물”이라고 자랑하던 오정현의 사랑의 교회도 교인수에서는 다른 교회들에 한참 밀리지만 ‘외견상’ 세계적인 메가 처치 명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한국의 메가 처치는 절대로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한다. 예언이나 계시가 아니라 정당한 순리이며 당연한 상식인 동시에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다. 이유인즉, 목사를 ‘축복의 통로’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신앙의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60-70년대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에는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기복신앙'을 발판삼아 급속도로 성장했던 한국교회가 2000년대 들어서 불현듯 성장이 멈추더니, 오늘날에는 성장은 고사하고 교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 미래학자들은 한국의 기독교가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거의 반토막이 날 뿐 아니라, 교회마다 노인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연령별 공동 현상이 나타나리라고 예상한다.

교인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더욱이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대부분 교회에 남아있는 상황이 되면 한국의 메가처치는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한다. 메가 처치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돈’이 아닌가?

헌금이 줄어들면 메가 처치는 쉽게 버틸 수 없는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엄청난 운영비에 덧붙여, 마치 ‘물 먹는 하마’처럼 끊임없이 교인들의 헌금을 쉴새없이 빨아먹는 은행빚까지...

이미 한국에서 제법 이름난(?) 대형교회들의 자금난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 유명한 강남의 S교회, K교회 등이 마침내 교역자들의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월급을 받아서 당장 생활을 해야 하는 교역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재정 사용과 목회자의 자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교회... 주의 뜻을 거역하며 사악한 목사 우상화와 천박한 맘모니즘에 빠져 있는 교회, 성전건축이라는 미명으로 수십, 수백 억의 은행대출을 안고 있는 교회, 이처럼 타락한 한국의 대형교회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식있는 교인들이 주도하는 ‘헌금거부운동’이다.

메가 처치의 특징은 다만 교회의 양적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양적 규모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일 뿐이며, 메가 처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목사의 신격화’다. 입으로는 주의 종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주의 자리’에 버젓이 앉아서 마치 황제처럼 목사가 군림하는 교회에는 종교적인 주술이 있을망정 주의 복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한 교회에 두 주인이 있을 수 없고, 그리스도의 종된 우리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으니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메가 처치의 붕괴는 기독교의 저주가 아니라 목사교의 저주일 뿐이며, ‘주의 교회’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목사 교회’가 무너지는, 영적으로 볼 때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메가 처치와 목사교가 마침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는” 거룩한 때가 다가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목사교'와 '목사 교회'의 종말을 위해서 우리는 치열하게 저항하고, 격렬하게 투쟁해야 한다. 주의 이름을 더럽힌 목사교가 잿더미로 붕괴되는 그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소리 높여 ‘할렐루야!’, 주를 찬양할 것이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분 전문 번역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