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입국 금지' 트럼프... 런던시장은 예외?
무슬림 출신 런던시장 당선자, 트럼프 '예외' 제안에 '퇴짜'
무슬림 최초로 영국 런던시장에 당선된 사디크 칸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트럼프는 "칸의 런던시장 당선을 축하한다"라며 "칸 당선자가 시장으로서 직무를 훌륭히 수행한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칸 당선자에 대해서는 "항상 예외(exception)는 있다"라며 미국 방문을 허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칸 당선자가 영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뉴욕시장, 시카고시장 등과 만나 교류하고 싶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나의 신앙 때문에 미국을 방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 당선자는 트럼프의 '호의'에 퇴짜를 놓았다. 그는 "(트럼프의 공약은) 나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무슬림인 내 가족과 친구,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전 세계 모든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칸 당선자 "트럼프, 무슬림에 대해 무지하다"
칸 당선자는 "무슬림에 대한 트럼프의 무지한(ignorant) 시각은 영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전 세계 무슬림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극단주의자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트럼프는 서구의 자유민주적 가치와 이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무슬림인 나를 시장으로 뽑아준) 런던은 트럼프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칸은 최근 치러진 런던시장 선거에서 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집권 보수당의 백인 상류층 출신 잭 골드스미스 후보를 꺾고 승리하며 무슬림으로서 처음으로 런던시장이 됐다.
칸 시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를 피해 차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전 내년 1월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현 기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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