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증대에 대한 오해 : ‘증세 정권’ 박근혜 정부

2016-07-12     최병천

사실 박근혜 정부는 가장 증세를 많이 한 정권?

정식추계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박근혜 정부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통틀어서 ‘증세’를 가장 많이 한 정권일 것으로 생각한다. 유승민의 말대로 ‘복지는 증세’이며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다.

진보성향 언론을 포함하여 진보-야당은 실사구시에는 대체로 무관심한 편인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뤄진 내가 기억하는 증세만 열거해도 아래와 같다. 물론 이 중에는 야당 법안을 수용한 것들이 더 많다.

소득세 상위구간 추가 신설
소득세 최고구간 적용대상자 확대
법인세 최저세율 상향 (감면 혜택 축소)
종합금융소득 대상자를 4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확대
금융 분야 등 비과세 감면 축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통해 상위 10% 과세 강화
담뱃세 인상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
증권거래세 적용 대상 확대
해외탈루 자진 신고제도 도입
해외탈세 과세 강화
탈세자 신고 시 포상금제 대폭 확대
차명 거래금지 강화 (민병두 대표발의 통과.)
탈세 가능성에 대한 FIU(금융정보분석원) 감시 대상 확대
종교인 과세 도입 (실시는 2018년부터) 등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세제개편, 과세기반 확충, 실질적 증세(액/규모)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민주화 이후, 가장 진보적인’ 정책적 행보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제인가 실제로 추가 증세 규모를 세수 추계할 일이 있다면, 분명히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많을 것이다. 그래서 유승민 의원, 그리고 심지어 기재위의 야당의원까지 국세청에 과다징수를 몰아붙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뜨악하게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를 가장 많이 했다니? 그래서 세제개혁과 과세기반 확충에서 역대 가장 진보적인 정부로 평가한다니?”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지 첫째,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리발을 내밀었고 둘째, 법인세 등 재벌과 대기업이 성장의 핵심동력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보수의 핵심 지지기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법인세에 대한 ‘명목세율’만 회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법인세도 ‘실질세율/세액’은 매우 많이 올라갔다)

왜? 그럼 박근혜 대통령은 왜 실제로는 증세를 했으면서도 유승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증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증세 이슈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1977년 증세 이후 벌어진 일들

1977년 7월 1일은 건강보험이 도입된 날이자 동시에 부가가치세가 최초로 도입된 날이다. 그래서 정말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가세 도입 이후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당연한 것이 지하경제로 ‘짱박았던’ 돈이 노출되고 세금으로 내게 되니 저항이 얼마나 심했겠나. 그래서 유신체제임에도 불구하고 1978년 총선에서 공화당은 득표율로 패배하는 충격을 맛보게 된다.

게다가 1979년은 제2차 오일쇼크가 있었다. 부가세 도입과 오일쇼크, 세계경제의 일시적 불황이 겹쳐 부산지역 등에서 줄도산이 일어나고, 그 연장으로 1979년 부마항쟁이 터지고, 10월 26일 박정희 암살사건이 터지게 된다. 부가세 도입 → 부마항쟁 → 10. 26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과가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부가세 도입이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촉발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고려할 때, 나 같은 인간은 1980년 국보위에, 김종인 대표가 ‘부가세를 지키기 위해’ 참석했다는 말에 “아, 정말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연히든 아니든 부가세 도입 이후 아버지를 잃었던 체험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를 공식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우회적 증세(세제개편과 감면축소)’를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고 획기적으로 했음에도 결코 그것을 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며, 정말 나라를 위한다면 어느 정도는 도와주어야 할 일이다.

숨은 공로를 드러내라

유승민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표현했다.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유승민 의원은 주장했던 그대로를 의정활동을 통해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18조 원이 더 걷힌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세목 세수별로 밝히되, 이 문제에 한해서 국세청과 기재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이다.

2014년 연초에 도입하려 했던 ‘소득재분배 성격이 강했던’ 연말정산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확대하는 것을 공격하며 방해한 집단은 야당의 기재위 위원(+보수언론)이었다. 기재부가 2014년에 도입하려던 임대소득 과세의 부분적 오류를 트집잡아 공격했던 집단도 야당의 기재위 의원들과 (+보수언론) 그리고 당 지도부 일부였다.

그런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기재위는 별 생각 없이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않으면 19대 야당 기재위 일부 의원들이 종종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양극화 축소에 도움이 되는 정치 행위인지 양극화 유지 혹은 확대에 이바지하는 행위인지를 헤매게 된다.

우리가 진정 복지국가를 원한다면, 그래서 국민적 합의를 모으되 증세의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과 과세기반 확충에 대한) ‘숨은 공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충심으로 칭찬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은 언젠가 다가오는 7월 1일을 기해 박정희 정부의 부가세 도입이 대한민국 세제사에 획을 긋는 일대 혁신적인 사건이었으며, 한국경제의 발전은 1977년 7월 1일의 역사적인 결단에 크게 빚지고 있음을 충심으로 고마워하고 공식화해야 한다.

그렇게 박정희의 부가세 도입과 관련된 ‘증세 트라우마’를 제거해야만 한국 정치는 ’21세기 한국형 복지국가’라는 역사발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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