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아픔, 그리고 슬픔

2016-10-03     지유석

경찰이 쏜 물대포로 아버지를 잃은 딸이 흐느꼈다. 딸은 3만 여명의 시민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사인의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의 시신을 또 다시 수술대에 올려 정치적인 손에 훼손시키고 싶겠습니까? 저희는 절대로 저희 아버지를 두 번, 세 번 죽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해경의 구조임무 소홀로 아들을 잃은 엄마는 그 광경을 보고 연신 눈물을 흘린다. 엄마의 손팻말엔 ‘책임자 처벌’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국민을 보호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하라는 엄마의 호소를 짓밟고, 아버지를 죽음에 내몬 데 대해 사과하라는 딸의 외침에 귀를 닫는다. 

이 땅 곳곳에서 약자들이 신음한다. 부도덕한 정권이 어찌 뒷감당을 하려고 저리도 안하무인인지, 왜 하나님께서는 사악한 권력의 횡포를 보고만 계시는지 이 시절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2016.10.01.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