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천일 동안

2017-01-10     지유석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았다. 참사 이후, 세월호 이후의 시대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지유석 기자가 '천일 동안'으로 그날 이후를 정리했다. 짧은 에세이와 15장의 사진으로 세월호 1000일을 돌아본다. -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가 9일 꼭 천일을 맞았다.

그동안 무수한 일이 벌어졌다.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현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불편해했다. 그래서 극우단체를 동원해 난동을 피웠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했고, 사건 조사를 거부했고, 끝내 특조위를 종료시켰다. 세월호를 둘러싼 진실은 그렇게 사그러 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진실은 끝내 침몰하지 않았다. 지난 해 10월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은 세월호 문제를 재점화시켰다. 특히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참사 당일 박근혜 씨의 7시간 행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청와대가 7시간 관련 자료를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는 정황까지 불거져 나왔다. 

너무 늦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과 그 수하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렇게 또 다시 1천일이 흐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하루라도 더 빨리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그래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마태복음 10장 26절)

[2017.01.09. 세월호 참사 천일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