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너희가 죽였다’

2017-04-20     지유석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못해서…. 살자고 노력했습니다.”

2017년 4월18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김 아무개 조합원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그가 몸 담았던 갑을오토텍은 2015년부터 노사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사측은 지난 해 7월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고, 노동자들은 농성으로 맞섰다. 

사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노사민정협의회는 갑을오토텍 노사문제 해결 및 공장정상화를 위한 알선·조정단을 구성했다. 올해 2월엔 노사간 교섭이 재개됐다. 그러나 사측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임금동결, 단체협약 현행유지 등 사측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했다. 노조의 요구는 이제라도 안정적으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데 급급했다”는 입장이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고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세상은 김 조합원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저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 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나 다름 없다. 노조 역시 김 조합원의 죽음을 ‘자본에 의한 타살’로 규정했다.

19일 갑을오토텍 노조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어 현장에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현수막엔 이런 글귀가 적혔다.

“너희가 죽였다.”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과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사태는 이 나라의 고용현실을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다. 결국 현장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나 노사갈등이 불거지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수 밖엔 없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리지 않기를, 5월 대선을 통해 새로 들어설 지도자가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7.04.19.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