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참 좋으면서도 슬픈 날

2017-05-16     지유석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참사로 희생당한 고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두 아버지는 담당 공무원의 두 손을 꼭잡았다. 그리곤 호소했다. 부디 우리 딸이 ‘순직’으로 인정 받게 해달라고.

정부는 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교사가 기간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즉,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현행법상 순직 인정을 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두 교사는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느라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그런 교사들의 죽음을 ‘법’, 그리고 ‘선례’를 이유로 차별한 것이다. 

두 아버지의 발걸음에 종교인들이 함께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순직을 인정해 달라는 호소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후 정부는 간절한 호소를 외면했고, 그래서 두 아버지들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스승의 날이면서 세월호 참사 발생 1126일째, 그리고 새 대통령을 맞이한지 6일째인 15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새 대통령이 두 교사가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있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기쁘면서 분노가 인다. 대통령 말 한 마디면 풀릴 일인데, 지난 대통령은 그 한 마디를 하지 않아 딸을 잃은 두 아버지와 이들을 돕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순직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 이지혜 교사의 아버지 이종락씨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참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슬픈 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역시 기쁘고도 슬펐다. 

[2015.08.12.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