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뉴스앤조이> 기사에 대해서, 교회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단,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욕설이나 감정 담은 글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가 됩니다.
이단정죄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죄
icon 김창선
icon 2011-08-03 18:33:38  |  icon 조회: 5537
첨부파일 : -
어떤 사람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고층 아파트에서 창 밖으로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내던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정말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도 있습니다. 분명 자신이 던진 큰 얼음 덩어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맞아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던진다? 이 것이 바로 법에서 말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죄입니다.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고 인정하고 있는 심리상태, 다시 말해서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씀을 읽다가 묵상중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하여 경고의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닐까… 조용히 생각해 봤습니다.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마5:22)

내가 누군가에게 심한 말을 하여서 그로 인해 상처 받은 그 영혼이 마음의 고통이 심하여 병이 생겼거나 심지어는 자살까지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쉽게 말해서 왕따를 당한 어린 학생이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면? 미련한 놈이라고…판단능력이 없는 무능력자라고 … 손가락질을 받은 어떤 인격체가 그만 참다 못해 감정이 폭발하여 무차별 앙갚음으로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래서 주님께서는 행여라도 너무 쉽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형제에게 함부로 노하지도 말라고… 형제를 대하여 미련한 놈이라는 작은 핀잔까지라도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라고… 쉽게 생각하는 그 말 한 마디 때문에 만약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을 아신 주님이 ‘그렇게 하면 심판을 받게 되고 공회에 붙잡히게 되고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라고 하셨단 말일까?

왕따를 당하고 욕을 얻어 먹고 미련하다고 내 팽겨침을 받았던 사람들… 그들이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서러움에 날밤을 지샌 상한 심령들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무서운 범죄를 일순간에 저지른 것을 우리들은 숱하게 봐 왔습니다.

이단과의 싸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 것은 우리 크리스챤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앞 장 서 해야 할 중차대한 전쟁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필적고의 운운하는 것에 대해 행여 ‘이단을 감싸고자 하는 얄팍한 글솜씨’ 라는 선입견으로 먼저 찜하지 마시고 읽어 주실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단과의 싸움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싸움’임과 동시에 ‘조심스럽고 세밀한 싸움’ 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면, 무지로 인하여 이단을 잘 못 접했던 사람들, 그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에 처한 심령에 대한 우리 성도들의 배려는 무엇이며 그 선도 대책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그 것은 무엇인가? 이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우리 모두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15년은 가까이 된 이야기입니다. 한 가정을 전도하기 위해 맨해튼 이민가정의 가게를 방문했을 때 기저귀를 찬 아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된 그간의 만남 이야기 입니다. 아내는 맨해튼에 있는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무덤덤한 상태, 오직 비즈니스만 생각하고 지냈죠. 열심히… 참 열심히 전도했습니다.

그 후 3년 정도가 지난 후 남편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이단에 빠져 아이를 놔두고 가출을 했습니다. 도대체 이단이란 게 뭐죠?” 아내는 1년이 넘게 있다가 귀가했고 그 남편은 분노와 눈물 범벅으로 뒤틀린 창자를 끌어안고 다시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있다 또 가출하여 시카고로 LA로 이단들이 모인 집단생활터를 옮겨 다니며 꼬박 3년을 ‘광신도와 함께 춤을’… 살림 무너지고 건강 무너지고… 그렇지만 돌아 왔기에 다시 찾아 갔습니다.

이단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저는 도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찾아 갔습니다. 그 녀가 나에게 제발 한 번만 들어 보라고 간절히 권한 그들, 이단의 찬양 테이프…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 테이프를 들으며 기가 막힌 심정에 안타까운 눈물이 납디다. 함께 우는 남편의 또 다른 의미의 눈물, 어린 아이의 엄마를 그리는 또 다른 의미의 반가운 눈물… 그렇게 울다…

부르클린 아파트에서 제가 섬기는 교회에 매주 데려오기를 8개월… 그 과정 속에서 정신병원 입원 두 차례… 고등학생인 아들의 마약복용… 지치고 힘든 남편의 정신적 공황상태… 이루 표현하기 힘든 10 여년의 어려움 속에서 그래도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한 신앙생활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 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같은 예수쟁이들의 이야기 입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 그러다 빠져 나온 사람들… 자신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른채 어느근처를 서성 거리다가 어제 오후 한 여름 땡볕에 주먹만한 우박 쏟아지던 것 처럼 갑자기 내리치는 비난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 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말과 행동은 어디가 기준이 되어야 할까? 그리고 소위 신앙지도자… 단체…기관이라고 하는 곳의 이단판정과 아울러 보살핌의 기준은 뭘까? 라는 생각을 오늘 하루 종일 내내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몹쓸 테러와의 전쟁이라 하더라도 오폭으로 인한 무고한 양민들의 목숨만은 그래도 염두에 두려고 애쓰는데… 이단정죄의 융단폭격에 혹시 상처 받은 심령은 없을까 … 아니 다치지 않게 하고 구할 그 어떤 길은 정녕 없을까… 해야 만 되는 일인줄 알면서도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는 한 마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죄’ 가 한 이민가정의 아픈사연 위로 뜬금없이 오버랩됩니다.
2011-08-03 18:33:38
74.73.116.21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창선 2011-08-04 08:07:50
바두기님,'신중함'에 대한 의견을 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단은 당연히 물리쳐야 되죠. 그와 함께 이단판정으로 인해 상처 받는 영혼은 없는가 주의 깊게 살펴 보는 것 역시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바두기 2011-08-03 22:51:58
이단 판정은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지요...
근데 요즘은 아주 확실한 이단들, 즉 신천지, 여호와의 증인 이런 이단들보다는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이단"들과 더 열심히 싸우는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이 왜 더 신중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필적 고의...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지으면서도 모르는 죄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