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으로 하는 신학 교육이 온전할 수 있을까
통신으로 하는 신학 교육이 온전할 수 있을까
  • 박문규
  • 승인 2008.10.27 13: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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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LA 기윤실, "참된 스승 없이는 진정한 교육은 없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다가 “참된 스승 없이는 진정한 교육은 없다”는 대목에서 잠시 멈칫했다. 갈수록 비인간화해가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평생을 지내온 나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만나는 학생이 많아서인지, 어떤 때는 몇 번 만난 학생인데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미안할 때가 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르치다보니 학기가 다 끝날 때까지 제자들의 생소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인격적인 만남을 이룰 수가 있단 말인가?

▲ 어느 신학교의 통신 교육 광고. (본 기사와는 무관함)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이 일반적인 오늘날의 교육 상황에서 학생에게 인격을 전수해준다는 전통적 스승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별히 미국에서는 스승과 학생의 관계도 프라이버시의 보호 혹은 소비자 보호라는 차원에서 갖가지 법규로 규제하고 있어서 자유로운 두 인격이 만나 교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현대 사회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계산에 의한 상업적 거래로 만들어놓아서 결과적으로 인간성 자체가 말살되어버렸다는 어느 실존주의 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교육의 비인간화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사이의 의미 있는 만남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지식을 전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신학교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교육 목표는 다른 어떤 교육기관보다 신학교에서 먼저 강조되어야 한다. 신학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할 사제들을 양성하는 곳이요, 성도들의 삶 전부를 지도할 영적 지도자를 키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갔을 때 신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남의 답안을 베낀다고 하는데 그 도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신학교 교수들로부터 듣고 미래의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수준을 걱정했던 적이 있다. 신학생들의 지적인 수준도 당연히 문제가 되어야 한다. 세상적인 기준에서 고등교육을 받을 만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신학교에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미주에 있는 한국계 신학교에서는 특히 그렇다. 미국 사회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교역자가 타문화권에 편입된 이민자들의 삶을 지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학교는 그 사명의 엄숙성을 생각할 때 쉽게 입학할 수 있는 곳도 쉽게 졸업할 수 있는 곳도 아니어야 한다.

최근에 일부 한인 신학교가 통신 강좌를 통해 교육을 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교육이 인간과 인간의 만남 없이 행해질 때, 최소한도의 교육 효과마저 성취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고, 학생들의 학습의 성실성, 과제물과 시험 평가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특별히 기독교 지도자로서의 영성 교육, 인격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염려가 앞섰다.

한국 교회의 가장 큰 약점은 영적·도덕적·인격적·지적으로 질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데에 있다. 물론 신학교마다 통신 교육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보완책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고, 신학교 통신 교육은 한국 교회 지도자의 질적 저하에 공헌할 가능성이 크다. 그 위험성이 있다면 통신 교육은 안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한국 기독교는 신학생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신학 인구의 저변 확대보다는 신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훌륭한 인격이 전수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한국 신학교의 가장 큰 과제다.

박문규 / 캘리포니아인터내셔날대학 학장, LA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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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 2008-11-01 11:31:51
미국에서 한국사람들이 하는 한인신학교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미국에는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유수한 미국신학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인신학교들이 범람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수학능력이 없는 한인들을 위해서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학과정도 느슨한 편이다. 거기다가 명예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석사, 박사학위과정까지 두고 가짜학위까지 남발하고 있다. 한인신학교 가운데서 자격있는 교수들을 구비한 학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신학교육협회에서 형식적인 인증(ATS)을 받고 있는 학교는 전무한 줄로 알고 있다. 더더군다나 더 우스운 것은 학교이름을 모두 영어로 표시해 마치 미국신학교인 것 처럼 위장하고 있는 곳도 많다는 점이다. 그런 곳에 한국에서 자격없는 목사들이 와서 엉터리로 박사학위를 받아가지고 가기도 한다. 이 참에 미국에 있는 한인신학교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물론 인증여부와 상관없이 정말 내실있게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것이 소수라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