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외출하여 텅 빈
거리에 깊어가는 가을의 흔적이 무겁게 깔린다
석양의 붉은 햇살로 기울어 가는 하루
바람이 몰고
온 낙엽이 사람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이 거리의 병폐는 지루하게
이어지는 동서문답의 봇물이 창궐할 뿐이다
이상한 혀의 말은 요란한데
가슴에서 솟아나는 구음이 없다
최소한의 휴머니즘을
요구하는 것조차 지탄을 받는 별종의 땅
외출한 인간을 찾아
낙엽들마저 떠나겠다는데 어쩌자는 것인가
이제는 저 거리의 이름도 개명해야 할 것 같다
나 홀로 작명하기에
너무 무거워 공모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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