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인가 개그인가
설교인가 개그인가
  • 이승규
  • 승인 2008.07.15 23: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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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김문훈 목사의 설교…언제까지 수준 낮은 강사를 불러올 건가

   
 
  ▲ 할렐루야대회 강사로 나선 김문훈 목사. 그의 설교는 상당히 수준이 낮았다. 지친 이민 사회에 활력소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개그콘서트팀을 불러오는 것이 더 좋다.  
 
7월 11일부터 사흘간 순복음뉴욕교회에서 열린 할렐루야대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예배당은 물론 복도까지 사람들이 앉아, 인원 동원으로 본다면 매우 성공한 대회였다.

교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한 교인은 "목사님의 말씀에 유머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어느 목사는 "김문훈 목사의 재미있는 말씀이 지친 이민 사회에 활력이 됐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말에서 보듯 김 목사는 시종일관 유머와 예화를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설교했다.

재미는 있지만 남는 게 없는 설교

하지만 김 목사의 설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미있다고 좋은 설교가 아님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재미가 있으면서도 내용이 좋은 설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의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다는 교인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은혜이냐 하는 것이다.

김 목사 설교의 문제점은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를 모두 개인의 탓으로 바꿔버린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사회 구조가 있고, 열심히 공부해도 공부를 잘하지 못할 수 있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구조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풀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옛날에는 가난한 자녀들이 공부를 잘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돈 많은 부자의 자녀들이 공부도 더 잘한다. 한국 사회의 경우 이미 공교육이 무너진 지 오래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강남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아파트를 팔아 더 비싼 아파트를 사서 재산을 불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 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과연 이게 예수님이 말했던 하나님나라의 모습일까. 교회는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고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김 목사의 설교는 어떤가. 그의 설교를 들어보자.

"테러리스트들을 보라.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사랑을 못 받은 것들이 테러리스트가 된다."

테러는 물론 나쁜 행동이다. 하지만 누가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어 됐겠는가. 김 목사는 "나는 경상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작정기도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 말투 가지고 뭐라 하지 마라"고 했는데, 테러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그렇게 되려고 어머니 뱃속에서 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테러가 일어나고 테러리스트들이 생기는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국제 관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복잡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어릴 때 사랑을 받지 못해서'라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모든 게 이런 식이다. 이번에는 다른 얘기를 들어보자.

"몇 년 전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살인자 유영철을 아나. 그 새끼가 죽인 여자 중에 결혼을 앞두고 살해된 여자가 있다. 이 여자가 내일이 결혼인데, 옛날 남자친구를 정리하려고 PC방에 갔다 옆 자리에 유영철이 앉았다. 하필이면 그 자리에 앉은 것이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교회는 그런 살인자가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나왔다는 자체를 교회가 깊이 회개하고 참회하고 더 애를 써야 한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그 여자가 재수 없어서'라고 결론을 내린다.

"교회 내에서 아픈 것들은 아픈 짓을 한다. 항상 원망하고 불평하고 짜증을 낸다. 이런 행동이 바로 마귀 새끼를 불러들이는 짓이다. 지나가는 사탄 마귀 새끼가 그런 모습을 보고, '어, 저거 나랑 똑같은 놈이네' 하고 들어온다."

역시 간단하게 결론 내리는 김 목사의 설교다.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상대방의 노예근성을 강화하는 첩경이다. 그래서 목사들은 그런 논지를 즐겨 사용한다.

또 하나의 기복주의

   
 
  ▲ 마냥 재미있다고 좋은 설교는 아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설교도 있다. 교인들은 김 목사의 설교에 은혜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아주 값 싼 복음이다.  
 
김 목사의 설교는 또 다른 기복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주일예배 열심히 참여하고 기도 열심히 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이다. 그리고 이 복은 주로 물질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

"나한테는 아들과 딸 한 명이 있다. 그런데 나는 아들 새끼보다 딸이 더 좋다. 밤에 피자가 먹고 싶어도 아들은 민족과 아버지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나한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딸은 그렇지 않다. 먹고 싶으면 사 달라고 한다. 아버지인 나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버지 아닌가. 뭐든지 달라고 해라."

"정기적인 예배를 소홀히 하지 마라. 하나님이 담임목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줄지 모른다. 예수를 쉽게 믿으려고 하지 마라. 십자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정기적인 기도와 예배에 소홀히 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게 겨우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자고 믿는 건 아닐 것이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것도 교회 예배에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하나님나라의 의와 가치가 그것만은 아니다. 더 깊은 풍성한 하나님나라의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주일 성수에 머물러 있다.

할렐루야대회는 올해로 29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수많은 목사가 뉴욕에 다녀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강사들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낮아지고 있다. 내용은 빈약하고 말재주만 번지르르하게, 강단을 희화화하는 이들이 할렐루야대회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수준으로 뉴욕 교계의 질적 수준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을 정도다.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500불 주고, 도미니카공화국 같은 곳에 단기선교사를 파송했다고 해서 할렐루야대회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장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단기선교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설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언제까지 그저 예수 잘 믿고 기도 많이 하면 축복 받는다는 식의 저차원적인 설교만 듣도록 할 것인가.

허한 말장난이나 사흘간 듣자고 그토록 준비 기도를 하고 모금을 하고 홍보를 했을까. 할렐루야대회가 '지쳐 있는 이민 사회에 활력소'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개그콘서트' 팀이나 '웃찾사' 팀을 불러 오는 게 더 좋다. 그러면 아이들까지도 대회에 참석해, 모처럼 스트레스를 쫙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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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위 2008-07-17 15:07:31
저를 포함한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의 대부분은 웃찾사와 개콘을 잘 몰라요... 그거 아세요? 개콘과 웃찾사에서 나오는 개그와 유행어...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해 못해서 웃지를 않아요... 김문훈목사님이 얼마나 웃기는지는 내 알바 아니지만 웃찾사나 개콘팀을 불러오는게 더 좋겠다는 이기자의 발상이 더 개그입니다. 정신 차리시고 좀더 미국 생활에 적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