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랑, 열정보다 지식부터'
'장애인 사랑, 열정보다 지식부터'
  • 박지호
  • 승인 2009.04.06 19: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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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장애 사역 컨퍼런스, '자폐아동의 행동 수정' 중심으로

제8차 장애 사역 컨퍼런스가 3월 31일부터 이틀간 LA에 있는 세리토스장로교회(김한요 목사)에서 열렸다. '자폐아동의 행동 수정 접근법'에 초점을 두고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전역에서 장애인을 위해 사역하는 120여 명의 목회자, 특수교사, 평신도,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2009년 장애 사역 컨퍼런스는 조이장애선교센터가 주관하고, 세리토스장로교회와 남가주사랑의교회, 조이장애선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식 없는 사랑은 오히려 상처를 키운다." 장애 사역 컨퍼런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한 김홍덕 목사(조이장애선교센터)의 설명이다. 김 목사는 장애 사역 초기, 사역자들조차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과 전문적 지식이 없어 장애인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장애 사역 초기, 올바른 지식이 없었던 탓에 목회자들조차 소경, 장님, 정박아, 병신이라는 등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기도하고 헌금하면 낫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장애를 고쳐야 하는 질병이나 문제로 인식해, 장애인 가족을 좌절시킨 경우가 많았다. '장애 부서를 만들었더니 교인들이 은혜를 많이 받는다'며 장애인을 일반 교인들을 위한 부속물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행동 수정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다양한 임상 사례를 설명해 참석자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아과 전문의로서 행동 발달 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현선 박사(오른쪽)와 정신과 전문의인 에린 맥너니 박사(왼쪽).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

조이장애선교센터는 장애인에 대한 이런 편견을 걷어내고, 장애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도록 돕자는 취지로 장애 사역 컨퍼런스를 2002년에 시작했다. 초기엔 계몽적 성격이 강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장애 사역자들의 실질적인 필요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장애아동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 교회, 장애 사역 단체 사역자들에게 장애 사역에 대한 학문적 이론에서부터 각종 연구 자료, 장애 사역의 실태 및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 열린 8차 컨퍼런스에서는 '자폐아동의 행동 수정 접근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조이장애선교센터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교와 교회에서 자폐 장애아동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논의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올해는 자폐아동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을 전환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행동 수정 방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행동 수정이란, 문제 행동(떼쓰기, 폭력성과 자해, 반복적인 움직임과 행동 등)을 보일 때 무조건 때리고 처벌하거나 때리는 게 아니라, 관찰과 실험적 분석을 통해 문제 행동을 유발시키는 선행 요인을 찾아내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아동이 문제의 행동을 반복할 때,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인지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인지, 하기 싫은 일에서 도망치기 위해선지, 감각적 만족이나 자극을 즐기기 위해서인지 분석하고, 이렇게 행동의 원인을 먼저 찾아서 문제 행동의 동기를 사전에 제거하고, 문제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보상 요인을 차단하고, 이를 바람직한 대체 행동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동 수정의 과정이다.

   
 
  ▲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들은 수시로 강사를 찾아와 개인 상담을 했다.  
 
이론과 실천 어우러져 참석자들 호응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행동 수정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다양한 임상 사례를 설명해 참석자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아과 전문의로서 행동 발달 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현선 박사(UCI, Neuro-Development Center)가 자폐와 행동 치료에 대해 의학적으로 접근했고, 정신과 전문의인 에린 맥너니 박사(Autism Spectrum Therapies)는 자폐 행동 치료 방안에 대해 조언하고,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발표했다. 또 모범 사례로 제시할 만한 학부모를 초청해 자폐아동 치료를 위한 학부모의 올바른 태도와 구체적인 적용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강사로 참여한 전문인들이 함께 모여 진행한 포럼은 자폐 행동 수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점에서 참석자들의 호응이 컸다. 이 외에도 '교회에서 차별화된 장애 교육'과 '자폐아동을 위한 언어 치료', '에어로빅 교육 실습', '장애인 예배를 위한 설교 클리닉' 등의 프로그램 등도 진행됐다.

장애 사역 컨퍼런스가 참석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워크숍 시간에는 조별로 나눠 토론을 하면서, '어떻게 장애아동의 주의를 집중시킬지',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현장에서 터득한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또 참석자들끼리 꾸준히 연락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컨퍼런스를 통해 발굴된 강사진을 각 교회나 단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사역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워크숍 시간에는 조별로 나눠 토론을 하면서, 사역 현장에서 터득한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장애 사역 컨퍼런스는 조이장애선교센터가 주도하는 행사지만, 전국에 있는 장애인 사역 단체, 지역 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연합 사역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에는 LA는 물론 워싱턴·볼티모어·휴스턴·시애틀·덴버, 캐나다에 있는 지역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컨퍼런스를 찾았다.

한 참석자는 "장애아동이 왜 저렇게 행동할까 하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왜 그러는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3년째 참석하고 있는 최정숙 교사(뉴욕 퀸즈한인교회)는 "매회 새로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해마다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온 장애아동을 둔 최미정 학부모는 "장애에 대한 정보를 얻을 통로가 없었는데, 이런 컨퍼런스가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정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돌아가면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부모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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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車 2009-04-08 04:57:36
전에 어떤 분이 사도행전 1장 8절을 설교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사마리아는 어쩌면 "장애인"들일지 모른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또, 어떤 학교들은 일반 학급에 장애아이들(주로 자폐아동들)을 함께 통합하여 교육하기도 하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도 생각이 나는군요. 교회도 이런 통합적인 "spiritual formation"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우리 교회도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모임이 되길 소망하게 됩니다. 미리 알았으면 참석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