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선연, 부실 목사 배출 부추기나'
'한독선연, 부실 목사 배출 부추기나'
  • 이승규
  • 승인 2009.08.24 2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에서 첫 목사 안수식 갖는 한독선연

   
 
  ▲ 한독선연이 뉴욕에 진출한다. 이들은 9월 24일 목사 안수식을 연다. 사진은 한국에서 열린 제19회 목사 안수식. (사진 출처 한독선연)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한독선연 총회장 김상복 목사)가 뉴욕에 진출한다. 한독선연은 9월 24일 순복음뉴욕교회(김남수 목사)에서 목사 안수식을 한다. LA 지역에 이어 미국에서는 두 번째고, 동부 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목사 안수식이다.

한독선연 관계자인 김의만 목사는 "현재(8월 24일)까지 15명이 목사 안수 신청을 했다"며 "마감일인 9월 11일까지 10여 명 정도가 더 등록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독선연은 9월 22일 목사 시험을 보고, 9월 24일 목사 안수식을 한다. 연령 제한은 없고, 학부를 졸업한 뒤 연방 정부에서 인가한 신학대학원의 M.Div를 졸업하거나 이수한 자, 정규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신학대학원에서 M.A, Th.M 학위를 받은 사람 중 기존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한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다.

그런데 한독선연의 목사 안수식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질 낮은 목회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거나, 물의를 빚은 목회자의 도피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필기시험부터 면접, 합격까지 사흘 만에 끝내기 때문에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한독선연의 목사 시험 응시 과정을 보면 기존 교단에 비해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띈다.

시험에서 안수까지 불과 이틀 걸려

한독선연이 주관하는 목사 안수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서류를 작성해 신청을 하면 된다. 한독선연은 응시한 사람들에게 40문제를 미리 준다. 시험에는 이중 조직신학과 교회사, 구약, 신약, 논술 등 5개 과목에서 2문제씩 모두 10문제가 나온다. 그리고 면접을 본다. 9월 22일에 시험을 보고 24일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 안수 받는 날짜를 빼면 이틀만에 목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러면 다른 교단의 예를 보자. 미국 교단인 PCA의 경우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총회 고시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본다. 시험은 교회사, 교리, 성경, 성찬 등 5과목이다. 교회 논문 하나, 신학 논문 하나, 모두 두 개의 논문을 써야 하고,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공부했다는 증명서도 첨부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노회에서 목사와 장로들이 목사 후보생을 상대로 인터뷰를 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한 6개월. 길게는 1년이 넘어가기도 한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는 이것보다 더 복잡하다. KAPC의 한 목회자가 설명한 목사 안수 과정은 이렇다.

일단 각 노회에서 목사 후보생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노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주 적은 분량의 시험을 친다. 그리고 역시 인터뷰를 한다. 이렇게 목사 후보생으로 들어온 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이 지나야 비로소 목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그 다음에도 설교를 몇 번 해야 하고, 노회장의 승인을 받은 뒤 필기시험을 보고, 구약과 신약을 주해하고 설교를 하고 논문을 쓴다. 이 과정을 모두 끝내야 총회에서 목사 시험 합격증을 준다.

다른 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교단에서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려야 겨우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지만, 한독선연은 불과 이틀 만에 다 끝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독선연 관계자 김의만 목사는 "기존 교단이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끄는 것이다"며 "우리는 주 정부나 연방 정부에서 인정한 신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만 안수를 주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는 사람을 떨어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며 "시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학 공부를 어디서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의 말을 종합하면 시험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오직 졸업한 신학교만 좋으면 누구나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셈이 된다. 이들이 보는 좋은 신학교의 기준은 주 정부나 연방 정부에서 인가를 한 학교다. 하지만 인가를 받았다고 해서 꼭 좋은 신학교가 되는 건 아니다. <미주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국제개혁신학교의 경우도 인가를 받았지만, 불법으로 박사 학위를 남발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이단이 신분을 감추고 들어올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신앙고백서를 받고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거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500불은 왜 내고, 어디에 쓰나?

   
 
  ▲ 한독선연은 목사 안수식 전 세미나를 한다. 한국에서는 이틀, 뉴욕에서는 하루를 한다. (사진 출처 한독선연)  
 
한독선연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1,500불을 내야 한다. 시험 응시비는 따로 100불을 받는다. 모두 1,600불의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독선연은 이 돈을 왜 받을까. 김 목사는 "가운을 준비하고, 스톨, 부대비용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목사 안수식을 하는 순복음뉴욕교회 임대료만 4,500불"이라며 절대 비싼 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장소 임대료뿐만 아니라, 식대 등 여러 가지로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교단은 어떨까. 침례교의 한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는데, 들어가는 돈은 없다"고 했다. PCA도 마찬가지, 목사 시험을 보는데 응시료는 있지만, 목사 안수식에 들어가는 돈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PCA의 경우 가운을 입지 않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다. KAPC 역시 목사 안수식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총회에 속한 한 목사는 "어떤 노회의 경우 안수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에게 대접하는 식사비용까지 목사 안수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물의를 빚은 목사들이 한독선연을 도피처로 삼을 수 있다. 총무 남양우 목사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05년 한국 교계는 물론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광성교회 사태 당시 이성곤 목사가 한독선연에 가입하려다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뉴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뉴욕 교계 한 목사는 "목사가 되는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며 "교계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 역시 "기존 교단에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훈련을 받고, 그에 걸맞은 적성과 실력을 길러야 하는데, 한독선연은 그게 부족해 보인다"며 "(목사 안수를 받는 사람들을) 좀 더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