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즘과 근본주의 페미니즘

여성 혐오 가사가 담긴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

  • 기사입력 2024.05.09 15:31
  • 최종수정 2024.05.22 15:03
  • 기자명 글벗

양성평등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등의 준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평등이 차별로 나타난다는 점을 부정할 없다.미국에서는 낙태문제가 복음주의 기독교권과 충돌하면서몹쓸 되어 버렸고 한국에서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병역 가산점이 차별의 가장 뇌관이 적도 있다. 문제를 풀어나가야 주체들은 그만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버렸다.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진보정당의 실패에는 페미니즘도 몫했다. 진보계열의 정치적 명망가들의 연이은 미투 시비는 안타깝게도여성보다는 진영논리로 흘러 버렸다. 이는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문학, 영화, 언론 수많은 곳에서 반페미니즘적 표현이 넘쳐나는데 이를 마다하고 페미니즘은 성폭행이라는 등호만 남았다. 정치적 명망가들의 미투 페미니즘의 가장 영웅적 전사처럼 행동했던 보수언론들의 논조에는 요즘도 교묘한 반페미니즘 글들이 넘쳐나는데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다. 여성단체들도 보수언론의 논조에 춤을 췄다.

이후로도 보수 세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반페미니즘적 언사나 행위에 침묵하기는 언론이나 여성단체 마찬가지였다.

그랬을까?

정의당은 진보 정치 명망가들의 미투사건에서 틈새 전략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의 2중대 소리가 듣기 싫었던 정의당은 민주당의 차세대로 오르던 그들의 몰락을 기뻐했다. 과정에서 비례 대표 후순위에 있던 여성을 전면에 배치하면서진보표밭 갈이를 했지만 지난 회기에서 우리가 왔듯이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특히 장혜영 의원은장애인문제에 특화된 의원으로 자리잡게 했으면 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여성 장애인(장의원의 동생) 차별을 페미니즘으로 접근하려 했던 것일가?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중증 장애인의 성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우리 의식의 저급한 현주소다. 장애를 가진 딸을 나경원 의원이 장애인 시설에서 청소년 나이대의 남자 아이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가 비난받은 것이 좋은 예다.

차세대 정치 지도자들의 몰락 이전과 이후의 한국 페미니즘 운동이 과연 변화했을까? 차근차근 따져보며(그들이 죄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식의 여론화가 과연 향후 여성의 지위와 남성들의 각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있는지에 대해 어떠한 토론도 없었다. 논의에 대한 모든 시도는 ‘2 가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매장되었다. 말과 함께 정의당도 매장되었다. 지난 총선 이후 정의당의 매장이 안타까워 여러 평론가들이 진보정치는 끝나지 않았다는 식의 칼럼들을 대는데 글들 어느 곳에도 매장 상태의 정의당을 파묘해서 다시 땅위로 끌어 올릴 묘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록산 게이(Roxane Gay) 나쁜 페미니스트’(노지양 옮김, 사이행성) 근본주의 페미니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근본주의 페미니즘은 분노, 유머 감각 없음, 공격성, 확고부동한 원칙을 나타내며 적합한 페미니스트 여성이 되는 방법, 적어도 적합한 백인 이성애자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식을 규정한다. 포르노그래피를 싫어하고 여성의 대상화는 무조건 매도하고 남성들의 시선에 부응하지 않고 남자를 미워하고 섹스를 싫어하고 일에만 열중하며 제모를 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나쁜 페미니즘이란 이런 원칙에 어긋나도 궁극적으로 여성의 지위와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행위와 생각, 또는 글쓰기를 말한다. 근본주의자들이 보면 저런게 무슨 페미니즘이냐고 반박할 있지만 저자는 가끔 여성 혐오로 가득찬 노래, 그러나 입에 익숙해진 팝송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리기도 한다. 성폭행 내용을 담은 가사가 거슬리지만 그들의 음악이 좋은 것은 부정할 없다면서 페미니즘이 표현의 자유를 검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은 근본주의자들의 교리에는 어긋나겠지만 정도로 나쁜(부족한) 페미니스트라도 되는 낫다는 의미다.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는 여성 혐오적인 가사를 무의식 중에 흥얼거렸지만 그런 노래 뒤에 자본의 논리가 예술의 순수성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지난 주제 #녹색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이번 주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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