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육아 책임지는 공동체 꿈 꿔요"
"서로 육아 책임지는 공동체 꿈 꿔요"
  • 이승규
  • 승인 2009.09.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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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교회 지향하는 하늘뜻교회…약자 위해 존재하는 교회 만들기

담임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취재를 한다니까) 고맙긴 하지만, 교인이 10명도 되지 않는데…". "교인이 많고 적은 것은 취재를 하는데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건강한 교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거죠."

한재경 목사(하늘뜻교회)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잡혔다. 하늘뜻교회는 2006년 뉴저지 서밋(summit) 지역에서 출발했다. 뉴욕 지역에서 부교역자를 하던 한 목사의 가족이 첫 교인이었다. 그리고 3년(9월 6일 주일, 3주년 기념예배를 했다)이 지났고, 지금까지 10여 명의 교인이 교회를 나오고 있다. 사람이 적다고 인터뷰를 고사할 만하다.  

교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최대한 줄여

   
 
  ▲ 하늘뜻교회 교인들이 2주년 기념예배를 하고 있다. 교인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여느 중형교회보다 많은 일을 한다. (사진 출처 하늘뜻교회 홈페이지)  
 
사람은 적지만 이 교회는 그 어느 교회보다 큰일을 한다. 사람이 많이 나온다고 반드시 좋은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출석 인원이 적다보니, 헌금도 적다. 그런데 선교와 구제에 대부분의 헌금을 사용한다. 인건비와 교회 건물 사용료 등 운영비에 들어갈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4월부터 운연한 하늘뜻교회 홈페이지(http://heavenswill.netfirms.com)에 7월과 8월의 재정이 공개됐는데, 8월 수입은 1,860여 불, 지출은 1,840여 불이다. 약 20불만 남기고, 모두 썼다. 이중 담임목사 사례비와 주일학교디렉터 사례비가 1,000불이다. 수입의 50%가 넘지만, 여느 교회 목사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교회를 유지하는데 든 비용은 약 320불, 18%의 비율이고 구제·선교에 쓴 비용은 360여 불로 19.5%에 달한다. 7월의 경우 교회 유지에 들어간 비율은 11.5%, 구제와 선교에는 32%의 헌금을 썼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을까. 당장 교회 건물 주인이 렌트비를 올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고, 교인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파서 돈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또 모든 아니, 많은 교회가 하늘뜻교회처럼 하면 불안하지 않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더욱 불안하지 않을까.

하늘뜻교회 교인들 역시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힘이 된단다. 불안하면 기도를 하게 되니까, 든든한 언덕이 생긴 셈이란다. 그렇게 언덕을 만들어 놓으면 목사도, 교인도 언덕에 의지하게 되니까 훨씬 좋다는 게 교인들 얘기다. 발상의 전환이다. 불안을 불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힘으로 여겼다.

담임목사가 개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교인들도 그러란 법은 없다. 담임목사와 교인 간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목사 자신은 건강한 교회를 만들고 싶어도, 교인들이 원하지 않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목회자도 많이 있다. 하늘뜻교회는 기본적으로 만장일치를 지향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아예 그 일을 접든지, 아니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한 목사는 이메일이나 전화보다는 직접 교인들과 만나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교회 운영이나 구제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대화 주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한 목사와 교인들은 서로 거리감을 줄이고, 공동체성을 확보하게 된다. 대부분 교인들이 보수 교단에서 옮겨왔지만, 교회 운영 방침에 거부감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관 만들기 시작한 교회

   
 
  ▲ 한재경 목사(사진)와 교인들은 지금 정관을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하늘뜻교회가 지금 고민하는 건 정관을 만드는 일이다. <미주뉴스앤조이>에 정관과 관련한 기사를 보고, 바로 준비했다. 진작부터 정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알아볼 데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하늘뜻교회에는 이 기사가 단비였다. 현재는 교인들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나눠주고,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도 두 세차례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한 목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관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갈등이 생길 경우 필요한 게 정관이라고 했다. 이것 역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칠 생각이다. 교회 상황에 맞게 구성원의 토론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도 교회가 좀 더 크면 좋지 않을까. 교인이 많고, 헌금이 많아지면 지역 사회에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 목사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성경을 읽으면 두 가지 전통이 있다. 다윗 전통과 출애굽 전통. 다윗 전통은 성전 크게 세우고, 강한 나라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출애굽 전통은 고아와 과부 등 이 시대 약자들이 제대로 대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 교회가 다윗이냐 출애굽이냐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데, 대답은 간단하지 않나. 약자들이 대접 받는 사회를 교회가 꿈꾸어야 하지 않겠나."

혹시 교회 분립도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한 목사와 하늘뜻교회에는 아주 먼 얘기일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지금도 교인들과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단다. 교인 10명도 안 되는데 분립을 얘기하다니. 한 목사는 현실적 이유에서 분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를 분립하게 되면 대체로 뭔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교인들이 나간다. 그러면 나가는 교인이나, 남아 있는 교인이나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연스레 뜻을 같이하는 두 개의 공동체가 생기는 것이다."

교회에도 세상 논리 들어와

한 목사는 교회 안에 세상의 논리가 그대로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교회는 갈수록 대형화가 되어 가고, 작은 교회는 갈수록 작아진다는 얘기다. 중간 규모의 교회가 없다는 게 한 목사의 진단이다. 그는 이유를 교인들이 신앙 외에 다른 걸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큰 교회로 가야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되고, 인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 아니냐는 거다. 또 사람들과 얘기할 때 대형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교회 이름을 얘기하지만, 작은 교회 다니는 사람은 '그냥 동네에 있는 조그만 교회 다녀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대형 교회에 다니는 것이 큰 벼슬처럼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고 했다.

한 목사와 교인들의 꿈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가 있는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경우 공동체가 책임지는 방법이다. 육아뿐만 아니라, 교육 등 여러 가지 일을 공동체가 함께 해나가는 그런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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