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싱글'을 위해 무엇을 하나?
교회는 '싱글'을 위해 무엇을 하나?
  • 심경미
  • 승인 2010.01.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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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핵심 키워드② '정상 가족' 중심주의에 물든 한국 교회

오늘날 교회에서 싱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영국에서 싱글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필립 윌슨(Philip Wilson)은 <Being Single in the church today>(오늘날 교회에서 독신으로 살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싱글들이 경험한 교회는 '극단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아울러 많은 싱글들은 공통적으로 반성직자주의(anti-clericalism), 교회-스트레스(Church-Stress), 교회-고통(Church-Pain)에 대해 말했다."

   
 
  ▲ 필립 윌슨(Philip Wilson)이 쓴 <오늘날 교회에서 독신으로 살기>.  
 
그렇다면 한국 교회에서 싱글은 무엇을 경험했을까. 한국 교회 싱글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9월 중순에 싱글 여성(Never-married women) 두 명과 함께, 5주간 '스스로 꽃필 수 있는 삶'이라는 타이틀로 '결혼하지 않은 싱글 여성'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세미나의 취지는 싱글들이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하나님이 주신 현재의 삶을 풍성하고 충실하게 살자는 것이다.

이 세미나를 홍보했을 때, 호의적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런 세미나를 왜 만드냐? 그런 세미나에 가면 결혼하기 힘들어져', '그 세미나 소개했다가 오해 받을 수도 있어'라는 소리도 들었다. 싱글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반응이다.

콜리어 슬론(Collier-Slone)은 <Single in the Church>(교회 안의 독신)에서 미국에서 2000년에 이미 싱글 인구가 52%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필립 윌슨은 2010년에 가면 영국에서 싱글 가구가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7년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미혼 12.9%, 사별 11.1%, 이혼 6.5%로 결혼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가구의 30.5%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불확실성, 다양한 층위의 좌절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싱글들의 다양한 필요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싱글을 외면하는 교회

한국 교회가 싱글들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목회자의 '정상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설교가 변해야 한다. 많은 교회 목회자들은 결혼․가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음에 대해 강조한다. 물론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결혼과 혈연 가족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을 통해, 싱글로 사는 사람은 홀로,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만난 형제자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

소위 '정상 가족'을 유일한 모델로 삼고, 이를 위해 매진해야 함을 듣는 다양한 부류의 싱글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경험하기보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은 '정상 가족'만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싱글들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 아울러 결혼의 유익뿐만 아니라 싱글의 유익에 대해서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둘째, '정상 가족' 중심의 교회 공동체 조직과 목회 프로그램들에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교회 공동체의 조직 구조는 '정상 가족'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젊은 싱글들은 18세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부, 청년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보통 30세 전후로 결혼을 하고 장년부로 편입된다. 교회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결혼예비학교, 부부학교, 어머니·아버지학교, 아기학교 등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교회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결혼과 '정상 가족' 위주로 구성되거나 편성된다. 생애 독신과 만혼, 이혼한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공동체를 찾기는 힘들다. 또한, 싱글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목회적 돌봄이나 프로그램을 기대하기 어렵다. 싱글 성인들과 결혼한 사람들이 함께 교회 공동체 구성원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싱글들을 공동체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교회 공동체의 조직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부류의 싱글들을 배려한 목회적 돌봄이 필요하다.

셋째, 싱글들도 목회자 혹은 리더로 세워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리더를 세우는 데 살피는 조건 중에 하나가 '결혼' 여부다. 이런 교회 문화를 반영하듯, 신학교에서도 신학생들은 신학대학원 2~3학년 때가 되면 결혼을 서두른다. 교회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결혼'이 하나의 조건임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와 사역자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았거나,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리더가 되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교회 공동체로서도 손해다. 싱글 성인 사역자와 리더들을 세우고 이들이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님도 싱글로 사셨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상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설교, 결혼한 사람 중심의 교회 공동체 구조, 목회적 프로그램, 싱글 사역자 배제 등 현재 한국교회의 환경과 분위기에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 이혼한 사람, 사별한 사람들은 교회 공동체에서 주변화 되고, 리더십에서 배제된다. 싱글들을 주변화시키고, 배제시키는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을까?

   
 
  ▲ 대부분 교회 공동체의 조직 구조는 '정상 가족'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교회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결혼예비학교, 부부학교, 어머니·아버지학교 등이 주를 이룬다.  
 
예수님, 세례 요한, 바울, 마리아와 마르다, 빌립의 네 명의 딸들, 막달라 마리아 등 신약에 나오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도 싱글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싱글이라는 이유로 하나님을 섬기거나 교회 리더로 세워지는 데 배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싱글이었기에 전적으로 하나님께 헌신할 수 있었다.

예수님은 천국을 위해, 즉 복음 선포와 사람들의 필요를 위하여 전적으로 싱글로 사는 삶을 두둔하셨으며(마 19:12), 또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가족적 결속 관계, 결혼보다 우선함을 강조하셨다(눅 14:26).

사도 바울은 어떠했는가? 그는 고린도전서 7장에서 결혼과 싱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결혼을 해서 사느냐 혹은 싱글로 머무는 것이 좋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을 하든 싱글로 있든 모든 사람이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싱글 상태가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을 섬기는 기회가 됨을 언급하였다(고전 7:34~35).

현재 교회에서 싱글로 사는 사람들의 삶을 폄하하고, 그들을 교회 리더로 세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런 한국 교회 분위기라면, 예수님과 바울도 한국 교회에서는 리더로 세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싱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싱글 라이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성인이 된 이후에 싱글의 시기를 갖는다. 싱글의 시기는 흐트러지지 않은 마음으로 집중해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시간이며,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홀로 서기를 통해 성장, 치유, 그리고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유익한 시간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결혼을 통해 삶을 완성하거나 그들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회복되어 하나님 안에서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마치 결혼만이 유일한 하나님의 축복이며, 친밀감을 체험하고 성숙한 삶의 모델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세심하게 대응하는 외국 교회들을 살펴보면, 결혼한 그룹과 싱글 그룹을 함께 교회 공동체 조직의 전면에 배치하고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싱글의 입장에서 이들을 이해하고 이론적, 신학적 지식을 갖춘 사역자를 세우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싱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데 있어서 결혼과 싱글 라이프, 각각 삶의 방식에 따른 유익과 어려움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 또 싱글인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잘 섬길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싱글과 결혼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회복될 때, 교회를 떠났던 싱글들이 돌아올 것이며, 교회는 풍성해질 것이다.

심경미 목사 / 바른교회아카데미 간사

심경미 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B.A)를 졸업했으며, 영국 Trinity College, Bristol에서 신학 Diploma,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M.A)을, 장신대원에서 M.Div.를 마쳤으며, 2009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서울장신대와 장신대에서 ‘결혼과 성’, ‘여성학’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바른교회아카데미 간사로 일하고 있다.

* 이 글은 <복음과상황>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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