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장학금 나누(어 먹)기'
'사랑의 장학금 나누(어 먹)기'
  • 김성회
  • 승인 2010.03.1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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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협 회장 교인서부터 교협 임원까지 집안 식구에게 장학금 돌려

'2009 성탄절 사랑의 쌀 운동본부(이하 사랑의쌀운동본부)'는 지난 연말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12만 4,725불을 걷어, 쌀 1만 50포를 나눠주고, 2만 7,000여 불을 남겼다. 이중 절반이 넘는 1만 4,700불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며 총 53명에게 300불씩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남가주교회협의회(이하 남가주교협) 측이 선정한 인물에는 교협 임원, 기자, 교협 회장이 시무하는 교회 목회자 및 교인 등이 포함되어 있어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장학생 명단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53명의 장학생 명단을 일일이 조사한 결과 남가주교협의 추천으로 선발된 학생은 21명이었고, IKEN(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의 추천으로 선발된 장학생이 32명이었다. (IKEN은 2010년 2월 5일에 창립총회를 한 신생 단체이다.)

장학생 명단에 교협 임원, 교협 회장 교인들까지

남가주교협이 추천한 21명 중에는 교협 회장인 지용덕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미주양곡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남가주교협의 회계를 맡고 있는 나형길 목사의 인척도 장학금을 받았고, 기독교 언론사인 CTS 방송국의 백 아무개 기자의 조카도 수혜자로 올라 있었다.

   
 
  ▲ 남가주교협 지용덕 목사  
 

이에 대해 지용덕 목사는 "22명을 더 (추천)해야 하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내일 모레까지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내가 각 교회와 교단에 전화해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 교회 부목사도 넣었고 교인도 넣었다"고 했다. 그는 "누가 욕해도 괜찮다. 사람이 없어서 불가피했다"고 했다.

장학생 명단에는 1년 학비가 1만 5,000여 불이나 들어가는 사립학교의 학생도 둘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회계사, 제과점 사장의 자녀 등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곤란한 수혜자도 상당수 발견됐다. 이에 대해 지용덕 목사는 "그것까지 알 수는 없다. 추천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물어보면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1월에 열렸던 사랑의쌀운동본부 대표자 회의에서 '장학금은 뜬금없다', '원안대로 쌀을 다시 사서 나누어 주자', '부활절에 타민족 나눔 운동을 하자'는 등의 의견이 오고갔지만, 격론 끝에 장학금과 타민족 나눔을 병행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추천의 기준은 없고 추천 부탁만

주최 측의 장학생 추천 기준은 무엇일까. 이성우 목사(사랑의쌀운동본부의 본부장)으로부터 학생 선정을 의뢰 받았다고 한 IKEN의 장영실 사무국장은 "학생 선발의 기준은 KDLP(Korean Dual Language Program 이중언어교육과정)의 소속 학생으로 품행이 단정하고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을 추천해 달라고 각 학교 선생님들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모은 돈이었지만, 애초에 선정 기준에서 '경제력'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남가주교협에서도 선정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랑의쌀나눔운동을) 남가주 전역에서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 교사들에게도 추천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초 합의(교육계에서 20명 추천)와 달리 30명을 추천한 것도 문제였고 LA총영사관과 IKEN과 LA성시화운동본부가 모여서 결정한 것도 문제였다" (박세헌 목사, 남가주교협 총무)

   
 
  ▲ <미주양곡교회> 주보에 실린 목회자 명단  
 

추천한 학생 21명도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전원 선발한 것은 남가주교협도 마찬가지다. 선발 기준에 대한 불만은 성시화운동본부 쪽에서도 나왔다. 사랑의쌀운동본부의 본부장인 이성우 목사는 "원래 취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것 아니었나. 점심값(LA교육구의 경우 1불)이 없는 어려운 학생들을 뽑으려고 했다. 1인 당 300불이라는 액수는 지용덕 목사(교협 회장)의 안이었다"고 했다.

학생 선발에 대해서는 공고를 해서 뽑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광고비의 문제나 시간상의 문제로 유야무야됐다. LA총영사관이 IKEN을 통해 학생들을 추천 받자고 제안했고, 이것을 LA성시화운동본부에서 받아들였다. 교협은 처음 거론 되었던 수혜자 40명 중 일부를 추천하는 것으로 하고 각자 선정에 들어갔다.

난데없는 IKEN 갑자기 어디서? 총영사가 왜?

총영사관의 추천으로 등장한 IKEN은 장학생 선정 당시, 창립총회조차 치르지 않은 신생 단체였다. 지난 해 연말부터 단체 발족을 알리고 몇 몇 학교에 성금 전달을 해본 것이 단체 경력의 전부였다. 이런 신생 단체가 이번 장학금 지급에 개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LA성시화운동 본부와 남가주교협은 IKEN과 관련해서, "LA총영사관의 추천이 있었고, 김재수 총영사가 추천했다"는 정도 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성우 목사는 "LA총영사관의 추천으로 IKEN을 알게 되어 검증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어떤 단체인지도 모르는 곳에 추천권과 선발권을 모두 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LA성시화운동 본부에서 교협과의 일정 협조도 구하지 않은 채 IKEN에 추천권도 아닌 선발권을 준 것은 분명히 문제다. IKEN도 학생을 추천할 권리만 있는 것이 정상이다. 선발은 당연히 사랑의쌀운동본부 대표자 회의에서 했어야 하는 것이다." (박세헌 목사, 남가주교협 총무)

"IKEN이 어떤 곳인가 알아보려고 처음 방문했을 때 이미 총영사가 학생 추천을 IKEN에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첫 방문 때는 기본적인 이야기만 하고 몇 명인지 말은 안했는데, 최종적으로는 IKEN쪽에서 32명의 명단을 보내왔다." (이성우 목사, 사랑의쌀운동본부의 본부장)

IKEN은 한인 타운 인근에서 KDLP 해당 학교 8군데의 IKEN 소속 선생님들에게 각각 4명의 학생 선정을 의뢰하여 32명의 명단을 LA총영사관과 성시화운동본부에 제출했다. 학교 중 한 군데가 부자 동네라는 이유로 교협 측이 이의를 제기하여 7개 학교 28명에겐 사랑의쌀운동본부가 각 300불을 전달했고, 제외된 학교 학생 4명에겐 IKEN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장학금을 전달했다.

"정말 어려운 사람한테 나눠준 거 맞나?"

장학생 부실 선정에 대한 지적에, 남가주교협 총무인 박세헌 목사는 사랑의쌀운동에 대해 "얼마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졌는지 물어야한다"고 반문했다.

"기본적인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쌀을 사서 여러 지역을 통해 나누어 줬는데 이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부자 지역에도 쌀이 많이 나누어졌다.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줬는지 얼마만큼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졌는지 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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