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 받는 기독인 위해 평화 배우는 무슬림 청년
핍박 받는 기독인 위해 평화 배우는 무슬림 청년
  • 방지은
  • 승인 2010.05.18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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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무슬림 아크마드 씨

"많은 기독교 목회자들이 죽어가고 납치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들과 그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온 아크마드 씨는 무슬림이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민다나오는 필리핀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이하 MILF)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MILF는 필리핀에 독자적인 이슬람 정권을 세우기 원하는 조직으로 무슬림의 90%가 이 조직을 지지했었다.

   
 
  ▲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탄압을 받는 기독교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싶다는 유학생 아크마다 씨.  
 
하지만 이슬람 정권의 독립을 위해 정부와 싸우던 MILF가 패하고 나서, 많은 무슬림이 MILF 역시 종교적 독립보다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많은 무슬림이 필리핀 정부와 협력하길 원하고 있고, 지금은 정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무슬림도 대다수다. 아크마드 씨는 이런 특수한 민다나오 지역의 한 평화 단체에서 무슬림 관련 부문의 법률 스텝으로 근무했다.

아크마드 씨가 한 주요한 일은 종교 분쟁이 일어난 지역에 가서 피해자들이 왜 죽었는지, 왜 고문 받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그 기록을 정부 기관에 제출해, 정부가 그 사건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아크마드 씨는 이 일을 하면서 무슬림에 의해 인권 침해와 인권 탄압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고 말했다.

"민다나오는 MILF 세력 확장으로 무슬림과 기독교 간의 잦은 분쟁이 일어나는 필리핀 유일한 곳입니다. 민다나오를 제외한 다른 필리핀 지역에서는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슬람 정권 독립을 위해 정부와 싸우고 있는 MILF 때문에 민다나오에는 납치당하고 고문당하는 저널리스트나 목사들, 인권운동가들이 많습니다. 밀리터리 캠프에서 도망쳐 나왔던 한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랍자들이 나체로 거꾸로 매달려 고문당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크마드 씨는 자신이 직접 목격했던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무슬림 단체의 폭탄 공격으로 피해를 입고 도망친 사람들이 그의 집 근처 초등학교에 은신해 있던 상황을 회상했다.

동네 주민들과 가톨릭교회에서 나눠주는 음식만으로 연명하며 지내던 피해자들을 직접 보면서, 그는 그들을 돕고 싶다는 의지를 굳히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전적으로 돕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미국 Hartford Seminary에서 진행하는 국제 평화 프로그램(International Peacemaking Program)을 밟고 있다.

"무슬림인 제가 기독교인의 권익을 위해 일하려면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IPP를 택했고 신학에 대한 공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평화에 관련된 커리큘럼과 종교 간의 대화에 대한 커리큘럼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민다나오로 돌아가면 이슬람과 기독교 분쟁으로 핍박 받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평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아크마드 씨. "교육이 없으면 의식만 있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습니다." 아크마드 씨는 국제 평화 프로그램을 공부하기 전에는 이슬람 시아파에 대해서도 정확히 몰랐다고 했다. 필리핀의 이슬람은 모두 수니파기 때문에 미국에 와서야 시아파가 무엇인지를 배웠다며, 시아파는 돌멩이와 함께 무하마드를 섬긴다고 알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그는 유대인은 나쁘다고만 알았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유대인도 정통·보수·개혁파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고 했다.

아크마드 씨는 종교 간의 대화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종교 간의 대화라 하면 지도자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나누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 대중들이 나눌 수 있는 대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통역 · 황남덕 목사 / 정리 · 방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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