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중심 선교 유통기한 지났다'
'서구 중심 선교 유통기한 지났다'
  • 김성회
  • 승인 2010.06.16 02:3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잔대회 앞둔 미 복음주의자들, 서구 중심 선교 전략에 일침

제3회 세계복음화국제대회(이하 로잔대회)를 앞두고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서 제기되는 자기비판이 제법 매섭다. 지난 6월 10일 어바인의 새들백교회(릭 워렌 목사)에서 열린 '12 Cities, 12 Conversations : The Future of the US and Global Church'에서 참석자들은 "전 세계를 위한 총체적 복음"의 회복을 위해서는 서구 중심의 선교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 "12 Cities, 12 Conversations : The Future of the US and Global Church"에 참가한 패널들.  
 
이날 행사에는 릭 워렌 목사(새들백교회), 마이클 호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 라승찬 교수(노스파크신학대학), 짐 벨처 목사(리디머장로교회의 목사) 등 미국 복음주의 리더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이 지금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부터 배워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해의 방법은 달랐다. 케이 워렌 씨(릭 워렌의 배우자, 활동가)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나에겐 없는 성령에 대한 절박한 이해가 부러웠고 나도 그게 가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라승찬 교수(노스파크신학대학)는 "백인들이 비백인 스승에게 사사하지 않고 선교사로 나간다면 뼛속 깊이 배겨있는 제국주의의 근성을 가지고 선교를 하게 된다. 그것은 식민지화지 선교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청중들 사이에서는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터졌다.

"아직도 기독교를 바라보는 방식은 미국 백인들이 주도"

본격적인 논쟁은 스카이 제타니 목사(<리더십저널> 편집장)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주제는 "미국의 해외 선교"였다. 100년 전의 백인이 주도하는 기독교의 시대가 지나가고 제3세계 여성들의 신앙이 더욱 높아진 지금, 미국이 나가야 할 선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참석자들은 백인 중심인 서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 왼쪽부터 짐 벨처 목사, 나델라 사무총장, 마이클 호튼 교수.  
 
제나 리 나델라 사무총장(Blood:Water Mission)은 "여성들이 주도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고, 샌디에고 락교회의 마일스 맥퍼슨 목사는 "색깔 있음(Brownness)에 백인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자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승찬 교수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하게 지적했다.

"2042년이면 백인은 비주류가 된다. 2023년이면 미국 아이들 중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이 될 것이다. 미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권력도 변할 것인가. 누구의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떤 리더십을 따를 것인가. 지금 세상의 기독교인 대부분은 미국 밖에 사는 사람들인데 신학이나 책들이나 기독교를 바라보는 방식은 미국 백인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결국 미국 기독교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라승찬 교수)

다푸르 소녀의 천국? '내가 강간당하지 않는 곳'

주제는 자연스럽게 모든 자원과 인력을 가진 미국 기독교의 쇠퇴와 제3세계 교회의 부흥으로 옮겨졌다. 과연 (미국의) 바깥 세계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서구 사회 기독교인들의 반성으로 이어졌다.

   
 
  ▲ 라승찬 노스파크신학대학 교수.  
 
"우리 마음대로 선교를 해왔다. 고생도 안 하고 고통을 견디려고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신이 우리를 축복해주셨다고 믿고 마음대로 나갔다."(맥퍼슨 목사)

"서구 사회가 답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불완전한 복음을 가지고 있다. 미국 부촌 16살 소녀한테 천국을 물어보면 코로라 자동차 대신 마세라티(10억을 호가하는 고급 승용차. 역자 주)를 몰고 델 노트북 대신 맥북(MacBook)을 가지는 곳이 천국이라고 답할 것이다. 16세 수단 다푸르 소녀에게 물으면 그는 '내가 강간당하지 않는 곳, 반군에게 부모가 총 맞아 죽지 않는 곳,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답할 것이다. 천국의 모습은 양쪽 모두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이 함께 있는 곳이 천국이다. 우리가 너무 풍요롭게 살고 있기 때문에 복음이 주는 메시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고통 받는 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복음을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라승찬 교수)

예수가 정의다!

사회정의를 말하면 대접받지만, 예수를 믿으라고 하면 천대받는 풍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예수가 한 선포를 우리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라승찬 교수와 마이클 호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의 논쟁이 있었다. 라 교수는 복음과 정의는 별도로 고려되면 안 된다고 봤고, 마이클 호튼 교수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복음을 자꾸 밀어내려고 해선 안 된다"며 "복음이 세상을 더 나은 세계로 만들기 위한 나의 계획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사회정의와 복음주의가 갈라진 것이 20세기 초반이었다. 100여 년간 이어져온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정의(正義)에 대한 확실한 신학적 정의(正意)가 없다. 정의에 대한 선포(Proclamation)와 실천(Demonstration)은 구분될 수 없다. 예수는 그 자체가 정의의 현신(現身)이다. 동정(Compassion)과 정의(Justice)를 구분해야 한다. 정의는 하나님께서 피조물 모두를 이끌어 가시는 곳이고 동정은 우리가 정의로 가도록 만드는 마음이다. 복음과 정의는 별도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라승찬 교수)

   
 
  ▲ 마이클 호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 교수.  
 
"정의(正義)와 선포(Proclamation)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늘 토론회에서 Living the Gospel, Being the Gospel, Doing the Gospel이라는 별로 건강하지 못한 대화들이 많았었다. 내 관점에 따르면 예수만이 유일한 복음(Gospel)이시다. 그 분은 율법을 충족시키신 분이시고, 세상의 구원하신 분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복음이 세상을 더 나은 세계로 만들기 위한 나의 계획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신교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유럽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기독교의 기본 정신을 복원하려던 사람들이었다. 결과로서 엄청난 종교적 변화를 가져왔고 서구 사회를 복음화 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복음을 자꾸 밀어내려고 해선 안 된다." (마이클 호튼 교수)

사회정의 문제와 교회의 참여에 대해서 마이클 호튼 교수는 "교회가 평화와 정의만을 위해 일하는 단체는 될 수 없다. 성경 말씀에 따라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만드는 일, 즉 사회정의를 이끌 인물의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임무는 사회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로잔 대회에 거는 기대

200개 국 4,000여 명의 기독교인이 모이는 로잔대회에 거는 기대에 대해 복음주의권의 원로 목사인 존 호프만 목사는 로잔대회에 참여하는 차세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1974의 로잔대회는 나에게 사회정의에 대해서 말을 걸어왔다. 예수와 복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정의를 말하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 2010년 로잔대회가 젊은 세대를 위한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 왼쪽부터 케이 워렌 씨, 라승찬 교수, 사회자 스카이 제타니 목사.  
 
청년층을 대표해 자리에 참석한 28세의 나델라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의 한 여성이 말하길 '만약 당신이 날 구하러 온다면 당신은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해방 안에서 당신의 해방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함께 헤쳐가 보자'라는 말을 들었다. 서구 사회에서 가는 사람들은 정말 배우려는 자세로 가야한다."

   
 
  ▲ 릭 워렌 새들백교회 목사.  
 
릭 워렌, 세계적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진 유일한 곳은 교회

이 행사를 준비한 릭 워렌 목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로잔 대회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사회정의를 위해 가장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며 교회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 유명해지고 유엔과 다보스 등 세계의 지도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토론할 기회가 많았다. 장담컨대 그들은 세상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세계적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진 유일한 곳은 교회다. 올해도 5억 명이나 감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말라리아의 경우를 보자. 르완다 서부 지역은 2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정식 의사와 간호사는 한 명씩 밖에 없다. 하지만 2,000여 개가 넘는 교회가 있다. 새들백교회는 이 교회에서 한 명씩 기본적인 응급 처치와 위생 개선을 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켰다. 교회가 가진 네트워크만이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릭 워렌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Joe Yang 2010-06-21 00:03:11
'정의의 선포와 실천'를 다시 다짐케 하는 김성회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본회퍼가 "평화는 하나님 계명"을 목숨 바쳐 실행한 것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서 또한 좋았읍니다.

김성회 2010-06-19 09:22:35
등에님, 감사합니다. 등에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시위대신 실천이라는 단어로 교체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더 정확한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