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랜스제일장로교회에 부임한 지 1년 반 만에 김준식 목사는 미국장로교 남가주하와이대회 소속 한미노회에서 구성한 행정전권위원회(위원장 폴 김 장로)로부터 90일간의 유급 행정 휴가(Paid Administrative Leave) 조치를 받았다. 행정전권위원회는 같은 기간 동안에 당회의 활동 역시 정지시키고, 당회를 대신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권위, "교인들과 접촉 시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
표면적으로는 '유급 휴가 명령'이긴 하나 행정전권위원회의 회의록 초안을 보면 거의 중징계 수준이다.
"김준식 목사는 90일간 교회를 떠나있어야 하며, 그나 그의 가족이 토랜스제일장로교회의 구성원과 대면, 이메일, 전화 등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할 수 없다. … 이와 같은 사항을 어길 시에는 PCUSA(미국장로교)을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공포하겠다."(행정전권위원회 회의록 초안 중) ▲ 행정전권위원회의 회의록 초안. 김준식 목사와 그 가족이 90일 휴가 기간 동안 교인들과 만나면 사임으로 간주하겠다고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배포안에서는 삭제 됐다.
행정전권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치에 한 노회 관계자는 "사실상 김준식 목사의 사임을 끌어내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행정전권위원회는 공식적인 회의록에서는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행정전권위원회는 토랜스제일장로교회 당회의 권한을 대행하기 때문에 목사의 사임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 노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정전권위원회는 한미노회의 목회위원회에 김준식 목사의 휴가 건을 처리할 것을 요청했고, 목회위원회는 지난 8월 5일 회의를 통해 휴가 안을 최종 승인했다. 8월 8일 당회를 거쳐 김준식 목사의 90일 휴가 건은 통과가 됐다.
이에 토랜스제일장로교회의 시무 장로인 토마스 정 장로와 찰리 공 장로는 행정전권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 8월 10일 징계의 부당함과 8월 8일 당회의 결정 사항에 대한 집행 유예를 요구하는 교정고소(징계 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미국장로교의 절차)를 대회와 노회에 접수했다.
유급 행정 휴가란 강경책을 왜?
여기서 궁금한 것은 행정전권위원회가 김준식 목사에게 '90일간의 유급 행정 휴가' 명령을 내린 이유다. 우선 행정전권위원회가 당회 측에 보낸 공문에는 '90일간의 유급 행정 휴가' 조치에 대한 이유가 나와 있지 않다. 행정전권위원회 위원장인 폴 김 장로는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 토랜스제일장로교회 웹사이트 갈무리. | ||
다만 교회 내부 중직자들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다. 토랜스제일장로교회 당회의 서기를 맡고 있는 이기성 장로는 "김 목사의 부임 이후 당회가 분열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로는 "행정전권위원회는 김 목사에게 이러한 분열에 책임을 지고 교회와 교인을 잠시 떠나 조용히 기도하면서 지나온 1년 반 기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교회의 목회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해오라고 유급 휴가 명령을 내렸다. 당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같은 기간 동안 휴회 명령을 받았다. 노회 목회위원회와 당회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박성규 목사 따라 교단 탈퇴했던 교인들을 그냥?
당회가 무엇 때문에 분열되었다는 것일까. 이 장로는 "전임 목회자로 토랜스제일장로교회의 분란을 주도했던 박성규 목사를 따라 교단을 탈퇴했던 교인들에게 재교육을 시키는 문제를 놓고 김준식 목사는 교육 없이 다시 교인으로 받아들이자고 했다. 이는 초법적 조치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준식 목사의 부임 이후 당회도 갈라지고 당회와 회중들도 갈라지게 되어 문제가 생겼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준식 목사가 90일간 교회를 떠나게 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행정전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토랜스제일장로교회 당회에 공문을 보내 "(이미 교단을 탈퇴한 교인들의 재입교의 경우) 교단 규례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재입교를 원하는 경우 정해진 연수 과정을 거치고 당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령했다.
김준식 목사가 행정전권위원회의 지시에 불복해 상소한 것에 대해 이기성 장로는 "행정전권위원회가 한두 번 지적했겠나. 지적한 사항에 대해 목사가 계속 불복을 하니 결국 90일 휴가 명령까지 가게 된 것"이라며 90일 휴가 명령이 징계성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행정전권위원회가 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반발도
행정전권위원회가 미국장로법을 무시하고 명령을 내렸다는 반발도 제기됐다. 행정전권위원회가 "유급 휴가 명령"이라고 말했으나 한국어 규례서에 "직위 해제"로 명시돼 있고, 교단 규례서(Book of Order)에는 Administrative Leave라고 표기되어 있다.
Administrative Leave가 규례서에서 단 한 번 나오는데 이는 대회 사법전권위원회만 내릴 수 있는 행정 조처로 그 경우를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또는 동의를 하기에는 정신적 능력이 박약한 것으로 주장된 자에 대해 성희롱 행위를 범했다는 주장의 서면진술이 접수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 행정전권위원회는 목사에게 내린 행정 조치가 paid administrative leave라고 명시하고 있다. | ||
이에 대해 다른 노회 관계자는 "Administrative Leave가 원래 의미로 쓰이지 않고, 교회 분쟁 시 목회자가 교회를 잠시 떠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될 때 목회자와 합의 하에 쓰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당회와 목회자 혹은 행정전권위원회와 목회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휴가를 강제하기 어려운게 아닌가 본다"고 했다.
대회 정서기인 마가렛 웬츠 장로는 8월 16일 서한을 통해 교정고소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90일 휴가 명령은 대회 상임사법전권위원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연기됐다. 대회 관계자는 "상임사법전권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결정은 1~2달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토랜스제일장로교회 행정전권위의 관할권이 어디까지인지와 목회자의 거취에 대한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