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향한 '마술적 사고'부터 버려라
목사 향한 '마술적 사고'부터 버려라
  • 박지호
  • 승인 2011.01.13 17:2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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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분쟁 키워드'(2) '왜 싸우는 교회는 계속 싸울까?'

미주 한인 교계에서 '교회 분쟁'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잦다. 빈도가 높은 만큼 원인도 다양하지만, 도로마다 '사고 다발 지역'이 있는 것처럼, 교회 분쟁에도 '분쟁 다발 이슈'가 있다. 앞으로 교회 분쟁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를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씨는 "은연중에 굉장히 어리석은 도식이 우리 안에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며 원시인이 홍수 같은 자연 재앙을 이기기 위해 마을 처녀를 제물로 바치면서 ‘내년엔 이런 재앙이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술적 사고가 만연하다. '돈'과 '학벌'로 대표된다. 돈과 학벌만 있으면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불안감을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만약 돈과 학벌로 삶이 행복해진다면 "경제적으로 무척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많은 걸 이룬 사람이 느끼는 무기력함이나 우울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정혜신 씨는 되묻는다.

마술적 사고에 빠진 교회, 목사 청빙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

   
 
  ▲ 분쟁을 치른 교인들은 목회자만 제대로 청빙하면 교회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마술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분쟁에 휩싸인 교회들이 빠지는 전형적인 '마술적 사고'가 있다. 목사에 집착하는 것이다. 본인들 '입맛에 딱 맞는 탁월한' 목회자만 제대로 청빙하면 교회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망상이다.

벌써 20년 넘게 분쟁을 되풀이해온 LA의 A 교회의 경우를 보자. 벌써 목사를 3차례나 갈아치웠다. 하지만 교인들은 여태껏 자신들을 분쟁의 늪에서 구원해줄 목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그 교회의 한 장로는 물망에 오른 목사가 하루 속히 부임하기만 바라며 "목사님이 오셔서 빨리 문제를 매듭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퇴한 이후에도 교회에 남아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갈등을 키워온 이 교회 원로목사도 "담임목사가 빨리 와야 교회 신자도 떨어지지 않고, 헌금도 늘어난다"고 재촉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아무개 목사가 오면 우리 교회가 편안할 거"라며 장담했다. 하지만 그 예언은 이미 두 번이나 빗나갔다.

담임목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현실 교회에 대한 답답함이 목사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목사 한 명 잘 골라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도 올바른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 "마술적 사고야 말로 자기 존재에게 다가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정혜신 씨의 지적을 빌리자면, 담임목사에 대한 의존성이 진정한 교회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우선 멈추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라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혜신 씨는 마술적 사고를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다 멈추고, 있는 그대로 내 불안을 한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지,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지. 그것을 직면하지 않고서는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다.

   
 
  ▲ <교회는 관계 시스템이다>의 핵심은 교회의 모든 조직, 행정,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는 것이 '정서'라는 것이다.그래서 저자는 교회 리더들이 내부의 정서 체계를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적을 교회로 돌려보자. 목사이자 목회상담가인 로널드 리처드슨도 <교회는 관계 시스템이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동일한 지적을 한다. 리처드슨 목사는 교회 내의 정서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담임목사에 대한 마술적 사고 체계가 아닌 공동체 내부의 관계 체계부터 들여다보라고 적용할 수 있겠다.

정서적인 문제들은 평상시에는 잠복되어 있다가 불안이 고조되는 특정한 상황이나 시기에 반복되기 때문에 교회의 역사와 현재를 평가라는 것이다. 방법은 대략, 불안 요인 평가하기 → 증상 패턴 확인하기 → 교회의 기본적인 정서적 수준  파악하기 → 리더들의 자기 변화 계획하기 정도로 요약된다. (구체적인 체크 리스트는 <교회는 관계 시스템이다>를 참고하면 된다.)

왜 싸우는 교회가 계속 싸우나?

외부로 드러나는 증상보다 보이지 않는 정서 체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데, 싸우는 교회가 계속 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열한 분쟁을 거친 교회 공동체가 정서적으로 정상일 리 만무하다. 승패가 갈리면 승리한 쪽은 그간의 억울함과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표출하려 들고, 패한 쪽은 억울함에 이를 갈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게 된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일도, 불안의 정도가 높은 공동체는 사소한 일에도 위협을 느끼고 편집증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 또 다시 분쟁에 휘말린 남가주 지역의 B 교회가 비슷한 경우다.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재산권 문제로 번져 교회와 교단이 3년 넘게 법정을 오가며 공방을 벌였다. B 교회가 쌓아온 갈등의 두께는 상상을 초월한다. 교단이 변호사 비용으로만 200만 불 이상 썼다는 사실이 이를 설명한다. 결국 싸움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하면서 평온을 되찾는가 싶었지만 이내 다시 분쟁에 휩싸였다. 소수의 교단옹호파와 다수의 반교단옹호파의 대립이라는 갈등의 프레임이 새로 청빙한 목사를 통해서도 똑같이 재현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임시목사(Interim pastor)라는 완충장치를 활용하라 

리처드슨 목사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공동체의 정서 체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교회의 정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교단 내에서 교회 내의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온 한 목회자는 분쟁을 겪은 교회가 바로 담임목사 청빙하는 대신 임시목사(Interim pastor)를 고용할 것을 제안했다. "증오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섣부른 리더십 구축이 아니라 오히려 신중한 느린 걸음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임시목사(Interim pastor)는 담임목사가 공석일 경우, 주일날만 방문해 설교만 해주는 설교 목사가 아니다. 한국 교회에서 주로 등장하는 임시당회장과도 다르다. 보통 지역 교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노회에서 파송하는 임시당회장은 노회나 전임 목사와의 정치적인 연관성 때문에 사태만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잦다. 

   
 
  ▲ 미국에 일부 교단들은 임시목사(Interim pastor) 제도를 상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임시목사(Interim pastor) 제도는 일종의 전문사역에 가깝다. 임시목사 제도가 비교적 잘 마련된 미국장로교의 경우를 보면, 임시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거의 1년 가까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임시목사 자격을 얻고 나면, 담임목사가 공석인 교회에 부임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임시 담임목사 및 당회장으로 시무하게 된다. 

임시목사의 역할은 대략 이렇다. 공동체에서 정서적인 문제들은 평상시에는 잠복되어 있다가 불안이 고조되는 특정한 상황이나 시기에 반복된다. 때문에 임시목사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교회의 역사와 현재를 면밀히 살피면서 그 기간 동안 교회 내에 상존하는 불안 요소를 잠재우고, 교인들 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의 시간을 갖도록 돕는다.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동시에 그 교회가 되풀이하는 실수나 제도적 문제점들을 파악해 새로운 목사가 오기 전까지 교정하는 일도 하게 된다. 또한 그 교회의 체질에 맞는 적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청빙 과정도 옆에서 돕는다. 그리고 새 담임목사가 오면 교회가 어떤 사역을 해나갈 것인지 연구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임기는 정해져 있다. 교인들이 아무리 임시목사를 지지해도 절대 담임목사가 될 수 없고, 교인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시무 기간은 보장된다. 때문에 임시목사는 거취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부임하자마자 원로목사, 당회원, 안수집사들의 눈치를 봐가며 위태로운 정치적 줄타기를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갈등을 촉발시키는 요소나 제도를 정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이다.

학벌 좋고 설교 잘하고 카리스마 있는 목사가 최고?

하지만 분쟁을 한바탕 치른 교회는 마음이 급하다. 오랜 분쟁으로 분쟁의 주체도 교인들도 지쳐 있는데다 자칫 공백기가 길어지면 그 비난의 화살은 분쟁에서 이긴 쪽이 감당해야 하기에 하루 빨리 모두가 만족할 만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길고 번거로운 임시목사 제도를 시도할 엄두를 못내고, 학벌 좋고, 설교 잘하는 목사를 데려와서 교회를 부흥시켜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리처드슨 목사는 교회의 정서적 건강성은 리더십의 정서적 성숙도와 밀접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리더의 정서적 성숙도를 지적 수준이나 교육의 정도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지 않고 언변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는 더 성숙한 리더들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환기시켰다. 교회 공동체의 정서 시스템을 성찰하고,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려면 '슈퍼맨 목사'에 대한 마술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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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A J A 9 9 . ⓒⓞⓜ 2011-02-04 17: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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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닉 2011-01-27 15:03:20
광야교회는 모세만 바라보게 되어있다. 백성은 모세를 우상화하고 모세는 백성이 우매하다고 혈기부리고... 하다가 모두 가나안 입성에 실패하게 된다. 작금의 대형교회들의 실패는 성경적이다. 왜냐하면 광야에 있는 10지파 대표교회이기 때문이다. 이중 숫적, 양적 소수인 2지파만 가나안에 들어 갔다고 성경은 씌여있다.

이런 2011-01-18 17:57:18
청빙문제에 대한 방법론적으로만 접근한듯 합니다. 성경적인 가르침을 권고한 결론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시스템 소개글에 그친것 같네요..

추천글 2011-01-15 10:31:12
목사문제로 고민하는 교회, 분재에 휩싸인 교회들은 반다시 한번쯤 읽어보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