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자 갹출, 언제 끝나려나
임직자 갹출, 언제 끝나려나
  • 이석봉
  • 승인 2011.05.26 19:0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권사에 300만 원…초대 교회 집사 세울 때도 갹출했을까

교회가 숫자적으로 성장하면 각 분야의 지도와 봉사를 위해 자연스럽게 직분자를 세우게 된다. 평신도로서 임직식을 거행하여 세우는 직분으로는 안수집사, 권사, 장로가 있다. 안수집사 제도는 사도행전 6장에 나오는 7명의 안수 직분자로부터 기원을 가지며 권사는 교회사에서 필요에 의해 세우기 시작했고 장로는 치리장로를 교인의 대표자로 세워 강도와 치리 장로인 목사를 협력하도록 하였다. 디모데전서 3장에 의하여 항존직인 안수집사와 치리장로를 임직식에서 안수하여 세우고 있다.

그런데 임직식을 통해 세우는 직분자들인 안수집사, 권사, 장로를 세움에 있어서 신앙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임직자들은 일정액을 갹출하여 임직식에서 교회에 헌금하는 형식을 취하여 헌납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지켜본 교회들은 한결같이 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모습을 보아 왔다. 이에 반하여 필자는 시무하는 교회에서 임직자를 세울 때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었음을 밝혀 둔다. 돈을 거출하고 직분자로 세우는 것은 직분 매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잘 아는 여자 집사님께서 그분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명예권사로 추대되었는데 명예권사로 추대된 모든 분들은 각각 300만 원씩을 내라고 하더란다. 권사의 직분이 귀한 것임을 알고 있을지라도 300만 원을 내면서까지 명예권사를 얻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깨끗이 반납하고 평생 무명의 평신도로 살기로 했다고 하였다.

중세 교회사에 보면 신부 테젤이라는 사람은 로마 가톨릭을 위하여 천당표를 팔았었다. 서기 1500년경 로마의 교황은 로마의 산피에트로성당의 신축 자금과 빚 갚을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독일 마인츠의 대주교 테첼과 협정하여 중부 독일 지방 신자들에게 면죄부를 팔게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즉 돈을 주고 면죄부를 사면 죄가 사해져서 천국에 간다고 하는 식의 발상이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구원해 주시는 데는 그 사람이 무슨 돈을 많이 헌금한다거나 어떤 행위를 착하게 하는 것에 그 근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순전한 믿음에 근거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인간의 구원에는 돈이 1원도 필요치 않다. 오직 믿음이다.

돈을 내고 면죄부를 사면 죄가 사해지고 천국 간다 하는 생각은 기독교가 아니다. 이것은 너무 기본적인 기독교의 교리인데도 당시 로마의 교황은 무지한 대중을 상대로 돈을 받고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파는 사이비 교주의 행태를 범했던 것이다. 그러자 1517년 10월 독일의 비텐베르크대학의 교수이자 가톨릭 신부였던 용감한 마르틴 루터는 로마 가톨릭의 교리적 왜곡과 상기의 신부 마르틴 루터는 면죄부 판매, 성직자의 타락 등을 지적, 규탄하는 95개 조항의 의견서를 발표하고 종교개혁에 앞장섰다. 이로써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고 오늘날의 개신교(Protestant)가 태동되게 되었으며 구교와 신교가 갈라지는 시발(始發)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타락한 중세 가톨릭교회를 지탄하고 개혁하여 나온 개신교회(Protestant)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과 더불어 초대교회의 순수성을 탐구하며 세상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중심이며, 인간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 신앙과 물질 중심이 아니라 성령 충만 중심으로 신학의 궤도를 수정하였던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초대교회가 소위 안수집사 7명을 세울 때는 구제의 일을 맡기려고 세웠지만 그 직임을 부여하는 대가로 일정액을 갹출하는 일은 없었다. 오직 성령과 믿음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구제 사업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는 스데반과 같은 순교자와 빌립 같은 위대한 전도자까지 나왔던 것이다. 돈이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 성령과 믿음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오늘날은 임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 운동을 하고 교회는 돈을 거출하고 하니 이것이 과연 성경적이며 개혁 정신인가 묻고 싶다. 물론 이유를 댈 것이다. 교회의 빚을 갚기 위하여, 성전에 필요한 봉헌물을 구입하기 위하여, 임직 기념을 하기 위하여 서로 의논하고 기쁜 마음으로 드린 것이라고 말이다. 과연 자발적인 기쁜 마음이었을까? 다들 한다고 하니까 할 수 없이 동참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하나님께 드렸으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말쟁이들의 수완(手腕,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은 끝이 없어 보인다. 만일 교회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전교인에게 광고를 하고 헌금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왜 꼭 계획적으로 임직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갹출을 강요하는가 말이다.

직분자의 기준이 성령과 믿음과 지혜가 충만한 자라면 하나님의 교회에 족한 것이다. 또한 임직식을 마친 직분자가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하고 감격하여 "나 같은 것을 하나님의 교회에 직분자로 세워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발적으로 감사 헌금을 드렸다면 그 액수가 얼마가 되었든지 간에 귀한 일이요 감사한 것이다. 외압에 따른 갹출 임직과 임직 후 자발적인 감사 예물은 다른 것이다. 직분을 받는 분들이 헌신적인 마음으로 헌물을 준비하여 임직식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모두 나쁘다고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헌물이 아닌 강요적인 헌물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지적하면서 개혁주의를 부르짖는 개신교회가 천당표를 팔아먹던 중세 타락한 주교 테젤의 전철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따라가고 있다면 이 일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직분 매매와 다름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임직자들에게서 돈을 받아 내서 봉헌 형식으로 둔갑을 시켜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일꾼을 세우는 일에는 물질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의 거듭남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 충만과 믿음에 있는 것이다.

임직자를 세우면서 그 명목으로 자발적인 것이 아닌 강요나 분담 요청에 의하여 단 돈 1원이라도 거두어들인다면 개혁 정신을 위반하는 직분 매매에 해당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종교개혁사에 빛나는 개혁주의 교회요 복음주의 교회라면, 개혁주의 교회답게 복음주의 교회답게 순수한 영에 의하여 오직 믿음으로 성령과 믿음과 지혜가 충만한 자를 직분자로 세워야 할 것이다.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담임목사 2011-05-30 15:24:40
저는 이민교회 담임목사입니다. 제가 있는 교회에서 각출없이 100% 교회부담으로 임직식을 하려 했습니다.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임직자들이 반대하더군요. '우리도 했다고, 전통이라고' 기막힌 것은 임직자가 아닌 평신도들이 반대하더군요. '잘난 것도 없는 사람들이 돈도 안 내고 직분받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고...' 끝내 다 무시하고 돈 안 내는 임직식을 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짜장라면 2011-05-27 23:38:22
말 안해도 사실상 다들 아는 것인데 굳이 기사로 대서특필하는 이유가 뭔지... 개혁과 비판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기독교의 얼굴에 똥칠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다들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