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포토에세이]‘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 편집부
  • 승인 2014.11.2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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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5번 하이웨이를 타고 샌디에고를 향해 가다 보면 오션사이드(Ocenaside)를 만날 수 있다. 6백 미터 가까이 바다 쪽으로 뻗어 있는 피어(Fishing Pier)에는 바늘 없는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강태공의 후손들이 가득하다.

백성의 고혈을 뽑아 연못에 술을 채우고(酒池), 주변 나무에 비단과 고기를 매달아(肉林) 후궁 달기와 함께 웃고 즐기던 은나라 주왕의 포악을 피해 위수강물에 빈 낚시질을 하던 강상(姜尙)의 마음이 저며온다.

태평양을 뒤덮은 일몰의 장관은 허접한 50미리 렌즈로는 담을 수 없다. 일몰이 담고 있는 마력에 끌려 셔터를 누르니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스크린에 담겼다. 허접함을 메워주는 자연의 능력. 스크린에 담지 말고 마음에 담으란다. 한숨 쉬지 말고 감사하고 기뻐하란다.

   
   
 

‘인생은 무대와 같아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암투병을 담담히 말하던 이해인 수녀의 시를 더듬더듬 찾아 소개해본다.

바람 따라 파문 짓는
저녁 강가에
노을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등 뒤에서 무거웁던
시간을 잊고
피곤한 눈길을
강물에 적시면
말없이 무한정
말없이 깊은 강
고마운 오늘을
출렁이면서
기쁨의 내일을
가자고 한다
따스한 강물에
흔들리는 노을
나도 자꾸만
가고 있었다

-이해인〈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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