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이후 한국 교회가 너무 상업화 되고 기업화 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했지요. 교회가 부요한 자, 힘 있는 자들만 반기고, 정작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은 외면한다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의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는 그러면 안 되는데…'라며 염려하셨죠."
이 목사와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은 40여 년 전을 거슬러간다. 목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 목사에겐 언론인이란 정체성이 더 강하다. 60년대 초반, 한국에서 정치부 기자로 있으면서 김 전 대통령을 알게 됐고, 미국에 와서도 줄곧 한인 언론사에 있으면서 김 대통령과 연을 이어왔다.
신군부의 사형 선고 등 5번의 사선을 넘나들었던 김 전 대통령에게는 두 번의 망명 시기가 있었다. 유신 직후인 72년 10월 미국과 일본으로 1차 망명을 갔고, 전두환 정권 때인 82년 미국으로 3년간 2차 망명을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을 들렀을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는 미주 한인 교회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 목사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머물면서 교회에 자주 언급했던 것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김 전 대통령은 서구 신학을 통해 서구적 세계관과 가치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했습니다. 현대적인 기독교를 수용하되 창조적 주체로서 한국 상황에 맞는 신학을 발견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동양신학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이 반려자로 창조한 사람을 살리는 신앙, 머리가 아닌 손발로 살아내는 신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김 전 대통령은 또 하나님나라의 진리를 역사적·사회적 맥락과 단절시키고, 사회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한국 교회를 한인 교회가 뒤따르지 않길 원했다. 김 전 대통령이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진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은 외면한 채 교회가 성장에만 몰두해 사회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던 일도 이 목사는 언급했다."김 대통령은 교회가 세상과 담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다. 세상을 구원하려면 교회가 세상 안에 있어야 하고 세상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데, 교회가 사회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지난날 한인 교회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지적이 아직도 유효한 것 같아서 서글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