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처음 열린 메노나이트 목사 안수식
한국서 처음 열린 메노나이트 목사 안수식
  • 이은혜
  • 승인 2015.03.1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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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아이들이 함께한 예식...한국아나뱁티스트펠로우십, 미국서 위임받아 진행

3월 13일 오후 4시, 원주영강교회(서재일 목사)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메노나이트 교단의 목사 안수식이 열렸다. 목사로 부름을 받은 문선주 씨는 현재 기독교 대안 학교인 영강쉐마기독학교에서 교목과 교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날 안수식에는 쉐마학교의 학생들을 비롯한 8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목사로서 첫 걸음을 떼는 문 씨를 축하해 주었다.

   
▲ 3월 13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메노나이트 목사 안수식이 열렸다. 안수를 받은 사람은 문선주 씨(맨 오른쪽)로 기독교 대안 학교 영강쉐마학교에서 교목과 교사로 섬기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안수식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전남식 형제(아나뱁티스트는 예수님 안에 모두가 한 형제자매라는 의미로 모두 형제 또는 자매라고 부른다)의 사회로 식이 시작되었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orea Anabaptist Center) 김복기 선교사는 '이스라엘아 들으라!'(신 6:1-9)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선교사는 목사로 안수를 받는 문선주 자매가 우선순위를 하나님에게 두고, 하나님을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며, 영강쉐마기독학교라는 사역의 현장에서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을 잘 가르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른 교단의 안수식과 달리 눈에 띄는 점도 있었다. 목사 안수를 위한 예식에 한국아나뱁티스트펠로우십(Korea Anabaptist Fellowship·KAF)의 리더들뿐만 아니라, 영강쉐마기독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과 남편, 두 딸이 안수기도에 함께 참여한 것이다. 단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문 자매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서서 그를 안수하며 축복하는 기도를 했다.

   
▲ 문선주 씨를 목사로 안수하는 시간에는 그가 사역 중인 영강쉐마기독학교의 학생 대표들과 남편, 두 딸도 함께했다. 한국아나뱁티스트펠로우십 리더들과 함께 안수 기도하는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멀리 미국에서 안수를 축하하는 메시지도 도착했다. 문 목사가 미국에서 인턴십을 한 하이블리애버뉴메노나이트교회(Hively Avenue Mennonite Church)의 찰스 가이저(Charles Geiser) 목사는 "자매님이 다정함·기쁨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강한 신앙을 간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매님과 신앙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던 축복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이날 목사 안수를 받은 문선주 자매는 대학생 때부터 선교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갈망했다. 강원대 IVF를 거쳐 졸업 후에는 춘천교대 IVF에서 간사로 학생들을 섬겼다. 2007년, 목사인 남편과 함께 신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고, 마침 교제하던 선배들이 미국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신학교(Anabatist Mennonite Biblical Seminary·AMBS)를 추천해 주어서 그곳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석사과정을 이수하던 중, 교육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1년 동안 하이블리애버뉴메노나이트교회에서 인턴으로 목회를 배우며 메노나이트 교회가 가진 장점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과 허물없이 교제하며 자연스레 메노나이트 교회의 일원으로서 멤버십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메노나이트 교단에서 목사로 안수를 받게 된 것이다.

   
▲ 미국 하이블리애버뉴메노나이트교회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도움을 받은 마가렛 사와스키(Margaret Sawatsky) 목사의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미국에서 인연을 맺은 목사들은, 영상으로 편지로 문선주 씨의 목사 안수를 축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문선주 목사는 앞으로도 현재 교목으로 재직 중인 영강쉐마기독학교에서 사역을 이어 갈 예정이다. 이 학교는 원주영강교회에서 운영하는 초·중등 과정의 기독교 대안 학교인데, 그녀는 이곳에서 메노나이트 정신인 평화와 갈등 해결을 추구하며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력할 생각이다.

"제가 메노나이트의 이름에 걸맞은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성 학교에서 상처받고 마음 문을 닫은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관계가 회복되고 행복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우선 이것이 제가 해야 할 사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선주 씨를 목사로 안수한 메노나이트(Mennonite) 교단은 재세례파, 곧 아나뱁티스트(Anabaptist)로 분류되는 곳이다. 아나뱁티스트들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도 성경에 근거한 끊임없는 개혁을 요청하였다. 이들이 재세례파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믿음으로 받은 유아세례가 아닌, 자신의 신앙고백에 근거한 세례가 참된 의미의 세례라고 주장하기에 아나(재)뱁티스트(세례파)라고 불린다.

   
▲ 문선주 목사는 영강쉐마기독학교에서 사역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갈등이 없는 학교,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력하며 메노나이트가 가진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목사 안수받은 후 처음으로 축도하는 문선주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메노나이트는 산상수훈에 기초한 제자도, 평화 공동체를 꿈꾸며 신약성경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평화를 사랑하는 공동체의 특성상 폭력에 반대하는 삶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병역을 거부하기도 한다. 또 교단에서 구호단체를 결성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와 섬김을 통해 믿음을 고백한다. 얼마 전에는 북한에 19년 동안 지속적으로 고기를 원조해 온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메노나이트 활동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후 메노나이트는, 대구 경산에 직업학교를 세워 전쟁고아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90년대부터는 메노나이트 선교부에서 선교사들을 파송해 춘천에 세운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orean Anabaptist Center)에서 관련 도서 출판, 평화 교육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메노나이트는 아직 한국에서 교단으로 등록되지 않았기에 KAF가 권한을 위임받아 안수식을 진행했다. KAF는 한국에서 소수인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하는 곳이다. 현재 8개 교회가 회원인데 올해 안에 정식 교단 등록을 마치고 목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아나뱁티스트펠로우십(Korea Anabaptist Fellowship)은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orea Anabaptist Center)와 함께 재세례파 운동을 하는 기관이다. 이번 목사 안수식은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했다. (한국아나뱁티스트펠로우십 홈페이지 갈무리)

이은혜 기자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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